보존이냐, 발굴 후 개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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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이냐, 발굴 후 개발이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1.09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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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테크노폴리스 내 문화재 보존여부 이달 말 결정
무분별한 개발 반대 시민단체들은 대응계획 논의중

청주 백제유물전시관은 기획전 ‘길에서 찾은 백제, 청주 외북동 유적’을 2월 28일까지 진행한다. 기획전에서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2016년 제2순환로 개설 구간에서 발견한 유물들이 전시된다.

출토지역은 현재 인근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이하 청주TP) 단지조성사업이 한창인 곳이다. 이 구역에서는 유적,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를 비롯하여, 초기 백제의 무덤과 신라 돌덧널무덤, 그리고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집터와 무덤 등 214기에서 발견된 토제 마형대구, 토기 등 77점의 매장유물들이 전시된다.

백제유물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청주 외북동유적 전시회

학계에서는 출토되고 있는 초기 백제의 무덤들이 청주 역사를 밝혀줄 귀중한 자료라고 판단한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고대의 무덤들이 몰려나오는 자체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이에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에서는 외북동유적에 대한 현장검토회의를 추진했다. 한 관계자는 “회의에서 현장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구간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민간에서는 유적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은 “청주TP지역에서 발굴되는 유적·유물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규모다. 이 지역을 개발하기 전에 먼저 철저한 보존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자는 시민운동을 펴는 곳이다. 청주와는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 보호’, ‘청주시청사 보존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했다.

 

운을 떼기 힘든 ‘보존 주장’

1·2차 발굴을 진행하며 관계자들은 문화재와 유적의 보존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서 이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발굴조사단체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조사를 맡는 우리로서는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의뢰가 주요 수입원이다. 때문에 거기에 목맬 수밖에 없다”며 “충북에는 손꼽을 만큼의 기관 밖에 없는데 이들이 목소리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5~6년 사이 문화재 발굴기관들이 난립했다. 이제는 수주를 받기 위해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전에는 문화재발굴기관들이 소신있게 보존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은 운조차 못 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학자들이 점차 발굴업자가 되어 간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남지역에서는 한 단체가 바른 소리했다가 손해 본 경우도 있었다. 유적발굴이 유물가치보다는 경제가치에 휩쓸리고 학문적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늘 지적받는 문제이지만 해결책은 묘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소장은 “많은 곳의 개발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 발굴업자들을 앞세워 유물이나 유적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러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보존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부는 1년 농사를 짓고 쌀 한 톨이 가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물·유적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적이나 유물도 가치 없는 것들이 없다. 특히 청주는 고대부터 계속 거론되는 도시다. 현재 개발중인 외북동은 지금까지 보기 힘든 대규모 유적지다. 당장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과거 문화재청 위원으로 활동했다. 4대강, 제주해군기지건설 등 국책사업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주체가 문화재를 등한시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문제제기를 해왔다. 현재 지역단체들이 누구하나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황 소장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현장답사 등을 거쳐 앞으로 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마을 곳곳에는 청주TP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육성준 기자
외북동 노인들은 청주TP 공사로 철거된 노인회관을 대신해 지자체 지원하나 없는 컨테이너회관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육성준 기자

 

청주TP 부지확장계획 어디까지 왔나?

이달말 3차 부지확정고시 예정

청주TP 3차 부지확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충북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제 청주시가 확장안에 대해 고시하고 청주테크노폴리스 측이 수용부지주민들에 대한 보상대책을 세우는 등의 절차만 남기고 있다.

이형세 청주TP반대대책위원장은 “모든 과정에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산단 지정을 앞두고도 우후죽순으로 생긴 불법 가건물 등에 대한 민원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산단개발로 주민들은 소외되고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만 돈 벌고 나간다. 주민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으로 세금내고 나면 살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허가는 법적 절차에 맞춰 진행해 문제가 없었다. 산단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에 부지확장에 대해 고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외북동에 살고 있는 정회욱 씨는 3차 부지가 확정되면 집을 잃게 된다. 그는 “주민들을 위해 토지를 마련한다지만 1차 2차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보상금액으로 비슷한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한다. 현재 마을의 70여 가구는 보상으로 새롭게 집을 꾸리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1차와 2차 때 외북동에서 땅을 팔고 마을을 떠난 이들 가운데는 그 돈만으로는 집을 사지 못해 월세·전세를 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생활 터전을 잃은 그들은 어디 갈 곳이 없어 늘 마을 회관 주위를 맴돈다.

정 씨는 “1·2차 공사를 하며 원래 있던 마을회관이 철거됐다. 보상조치가 있었지만 그 돈으로 땅을 살수 없었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자 회비를 모아 주민 땅을 빌려 컨테이너회관을 놨다. 그런데도 청주시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건물이라며 경로당지원을 일절 하지 않는다”며 “산단을 조성하는 청주시가 막상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보상이나 이주 대책에 대해 현실적인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서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외북동은 과거에 경로당이 없어졌고 현재는 조건을 맞추지 못해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북동 경로당에는 30여명의 노인이 가입해 있다. 이달말 3차부지가 확정되면 이들은 또 갈 곳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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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서 2019-01-22 23:12:18
청주시 관계자는 “허가는 법적 절차에 맞춰 진행해 문제가 없었다. 산단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에 부지확장에 대해 고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어떤법률 어떤조항을 적용했기에 법적문제가 없다는건지 청주시는 조목조목 밝혀보시오, 이건뭐 나이롱빤스고무줄도 아니고 청주시 공무원들 뭔소리를 하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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