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 거리에 트램을 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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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없는 거리에 트램을 놓겠다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1.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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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역 광장~용두사지 철당간 1.1㎞ 단선트램 설치안
트램 관련 전국 공모에 5개 도시 신청…1월 말 결정

트램, 청주시내를 지나갈 수 있을까
찬반 갈리는 여론

 

전국이 친환경교통수단으로 알려진 트램(노면전차)의 설치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주시는 청사 주변 옛 청주역 광장~용두사지 철당간 사이 1.1㎞에 단선트램을 설치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벌인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에 부산시와 경기 수원·성남, 전북 전주, 충북 청주 등 5곳이 최종 참여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현장 조사를 거쳐 1월 말까지는 대상 도시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해 시험 운행 중인 무가선 저상트램의 모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청주시는 중앙동, 성안동 차없는 거리에 트램(노면 전차)을 놓겠다는 내용의 공모사업을 신청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내에 트램이 놓일 경우 예상되는 비용은 200억원. 110억원은 국비 지원을 받는다. 무가선 저상트램으로 지상에 따로 레일이 깔리지는 않는다. 트램은 3대 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순회횟수와 정거장 등도 공모서류에 표기했지만 시는 자세한 결과가 나온 이후 공론화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의 경우 현재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에 조성된다. 이 구간을 택한 것은 기존의 교통수단과 마찰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시한 단선트램 외에도 중장기 계획으로 복합노선 계획도 제시했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관광 및 도시재생 측면에서 접근했다”라고 밝혔다.

 

200억원 예산 소요

 

차 없는 거리에 트램을 놓는 안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보행권 충돌, 안전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중교통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단순히 관광상품으로 트램을 놓겠다는 것인지 지금의 정보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일단 공모과정을 지켜본 뒤 입장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아쉬운 건 공모를 내기 전에 공론화 과정들이 선행돼야 했는데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관광용으로 놓는다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충돌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성안길 상인회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안길 상인회 관계자는 “임원들 몇몇이 이 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기는 했지만 아직은 공모중이고, 전체 의견을 들어보지 못해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주말이면 성안길이 사람들로 꽉 차는데 여기에 트램을 놓으면 오히려 보행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안전 문제도 걱정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몇몇 의원들 또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김용규 도시건설위원장은 “기존 원도심 내 보행자 거리에 트램을 놓겠다는 것인데 보행자 중심 도로의 가치가 훼손된다. 그동안 중앙동과 성안동 도심재생을 한다면서 1억원짜리 소나무 식재부터 물길 조성 까지 수십억원을 들였는데 이곳에 트램을 놓는다면 채 10년도 안 된 조형물과 나무를 철거해야 한다. 결국 예산만 쏟아버린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대중교통활성화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시의원, 시민단체, 교통전문가, 시내버스 회사 관계자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트램 공모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절차가 없었다. 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회의가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활성화추진위원회는 사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트램 설치안이 나온 만큼 위원회가 하루빨리 열려 대중교통 전반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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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곳 경합, 청주시 승산 얼마나 있나

국내에선 최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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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램 설치 공모사업에는 5개 도시가 뛰어들었다. 국내 첫 트램 도시에 도전한 지방정부들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시는 50년 만에 트램을 재설치하는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는 ‘오륙도선(경성·부경대~남구 용호동 이기대 입구 1.9㎞)’으로 참여했다. 이곳은 1만 가구 규모의 주거지와 3개 종합대가 있다.

수원시는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수원의 교통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사업으로 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 전통시장, 스포츠 경기장 등 좋은 주변 요소, 거버넌스를 통한 시민 공감대 형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남시는 첨단기술과 트램이 만날 수 있으며, 교통 문제 해결에도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첨단산업단지인 판교테크노밸리에 트램을 추진 중인데 유동인구가 20만명 규모인지라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최적안이라는 입장이다.

충북 청주시는 색깔이 좀 다르다. 도심재생과 관광의 일환으로 트램을 도입한다. 중앙동과 성안동 구간에 트램을 놓는 안이다. 전북 전주시도 청주와 비슷한 면이 많다. 한옥마을에 복선 1㎞ 이상의 트램을 설치해 교통보다는 관광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2년 공중선이 없는 무가선 트램을 개발한 뒤 2014년 터키에 수출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이 내놓은 안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의 트램인지라 어느 도시가 선정될 지는 미지수다. 청주시 관계자는 “전주와 청주는 다른 도시와 성격이 좀 다르다. 트램을 청주실정에 맞게끔, 청주만의 스타일로 공모에 내본 것이다. 떨어지더라도 모든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청주시는 대중교통 이용자 수가 점차 떨어지고 있고, 자가용 수는 줄지 않아 새로운 형태의 교통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공모가 대중교통 정책에 있어 새로운 안을 만들어낼 시작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트램은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이다. 전세계 400개 도시에서 2300여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트램은 없다. 과거엔 있었다. 대한제국 때부터 일제 시대까지 한반도엔 서울, 평양, 부산 등 3곳에서 트램이 운행됐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968년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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