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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프랑스 장 게노 극장괴산 문화예술연합팀 18명 프랑스 몽톨리유에서 공연

2018년 12월 29일 남프랑스 책과 예술의 마을 몽톨리유(montolieu). 장 게노 극장 (Foyer Jean Guehenno). 드디어, 4개월을 준비한 오늘! 공연 시작 4시간 전. 오전에 극장에 나와 영상 확인하고, 몸을 풀고 부분부분 연주를 맞추어보고 점심식사를 했다. 이제 조명과 음향을 설치하고 맞춰보는 시간이다. ‘한지, 소리를 담고 바람에 날다’ 괴산의 문화예술연합팀 18명은 그제 파리까지 12시간, 비행기 환승하여 몽펠리에까지 1시간 반, 어제 아침에 차로 2시간을 이동하여 몽톨리유에 도착했다.


어제 도착하자마자 공연팀은 무대부터 체크하기 위해, 극장으로 먼저 향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극장을 만난 극적인 순간. 이 극장에서 어떤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이 논의했던가. 두 달 전에 사전답사를 와서 극장을 보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간 나는, 공연기획자로서 음향과 조명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 하나를 제대로 배웠다. 작은 극장이니까, 그냥 있는 마이크 하나 소리에 쓰고 나머지는 음향 없이 하자고 이야기했다가, 공연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 앰프도 없고 조명도 없다시피 하여, 현지에서 음향 기기와 조명 기기를 빌리기로 하고, 음향 담당자를 섭외하여 함께 왔다.


  • 전기까지 나가 우왕좌왕
    하수 쪽 무대에 오르는 계단과 반대편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확인하였다. 상수에는 무대에 오르는 계단이 없어, 누군가 숨어있다가 스크린막을 올려주어야하는 상황이다. 음향 장비를 그 곳에 설치하기로 하고, 공연팀 9명 모두 무대와 동선과 바닥과 스크린막을 돌려올리는 시간까지 체크한 후, 그제서야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3부 공연 판굿 탈춤의 한 장면


    기기를 들고오는 그 분은 12시에 온다더니, 1시쯤 전화했을 때 와서 식사 중이라더니, 2시 반이 되어서야 태평한 얼굴로 나타났다. 마음이 급한 음향 담당자가 짐부터 나르기 시작. 나도 거들어 하나씩 나르기 시작했다. 모든 셋팅이 끝날 때쯤, 이번에는 2층 전기가 나갔다. 우왕좌왕 하다 1층에서 선을 끌어다 쓰기로 한다.


    리허설이 다 끝났어야할 시간인데, 조명 리허설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입술이 탄다. 게다가 음향 리허설 중에 연주소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들어왔다. 프랑스 현지인의 의견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당굿 연주 하이라이트 부분에 마침 극장에 들어왔던 누군가가,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한 것. 아직 다른 악기에는 마이크를 대기도 전, 소리와 피리, 태평소에만 마이크를 쓰고 있었는데, 모두들 난감한 표정이다. 차라리 치지 말라고 하지, 타악기를 작게 치라니. 그 때 음향 담당자가 데시벨을 측정하여 들고 온다. 현재 귀를 다치게 하는 데시벨에 미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 프랑스의 실내 기준 데시벨을 찾아본다 어쩐다 설왕설래 끝에, 꽹과리를 마이크에서 멀리 하고 노래가 끝나면 바로 마이크를 끄는 것으로 다시 한번 연주를 해보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모든 리허설을 마쳤다. 순서는 괴산 공연과 같다. 커튼이 닫혀있고 스크린막이 내려진 상태에서 1부가 시작되면 암전, 커튼을 열고, 피리 주자가 마이크를 들고 나가 서면 핀조명이 켜지고, 독주가 시작된다. 1분 후 배경음악이 켜지고, 괴산의 영상이 시작되면, 핀조명은 꺼진다. 영상이 끝날 때쯤 스크린막 뒤에 악사들이 자리잡고 앉아 2부 시작. 스크린막을 올리고 무대조명이 켜진다.

    공연 포스터.


    2부 연주 중 춤꾼이 나타나면 무대 아래 바닥 조명이 켜진다. 춤꾼이 퇴장하면 조명은 꺼지고, 이어진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 무대를 가로질러 지하로 내려간다. 모든 조명이 다 켜진다. 마이크 두 개를 건네주면 중간 공연 소개 시간이다. 여기까지 하고나면 내 역할은 끝. 다음은, 극장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객석 뒤로 들어온 연주자들의 판굿 차례이다.


    공연은 열광적…연주자들에게 반해
    리허설을 마치니 5시가 넘었다. 건너편 학교 건물에서 한지동백꽃 만들기 체험 워크숍을 진행한 사람들도 돌아와, 함께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했다. 아, 긴장되어 못 먹겠다.


    그 때, 중간 순서였던 시장님 인사가 맨 앞으로 간단다. 시장님이 우리를 소개해주는 것으로 무대를 시작한다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시끄러울 수 있으니 그 이야기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러면 조명이 켜져있는 상태에서 시장님 인사가 끝나고 조명을 다 껐다가 시작해야 한다. 마이크도 다시 맞추어야 한다. 조명에게 전달하고 음향에게 전달한 후, 체크 완료하니 공연 시간이 거의 되었다. 순간 2층에서 빔프로젝터를 가리고 있던 종이가 하늘하늘 떨어지고, 영상 담당자는 화면을 다시 맞춘다며 조명을 좀 꺼달라고 한다. 종이를 갖다주게 하고, 조명을 끄고 화면을 맞추고 다시 조명을 켜둔다.

     

    관객들은 5시 반부터 웅성웅성 모이기 시작하여, 서로 인사와 수다를 나누는 중이다. 공연 시간이 다가와도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다. 시장님께서 웃으며 프랑스에서는 보통 20분 늦게 시작하는 것이 관례라 하신다. 우리는 10분만 지나고 시작하기로 한다. 6시 40분. 조명을 끄지 않고 시장님께 이제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며 마이크를 하나 건넸다. 시작!
    몽톨리유 시장님과 책마을협회 회장님이 함께 나와 우리를 소개하는 인사말을 하고나서 박수와 함께 바로 조명 아웃. 이제 진짜 시작이다. 피리 연주자가 준비해둔 스탠드 마이크를 들고 나가고, 조명이 연주자를 비춘다. 내 가슴은 쿵쾅거린다. 다른 스텝 한 명과 둘이서 좁은 하수 계단 그늘에 몸을 숨긴다.


    공연은 열광적이었다. 공연을 할 때마다 나는 연주자들에게 반한다. 대학 탈반 시절부터 수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나는 이렇게 매력적인 연주자들을 보지 못했다. 관객들이 나와 함께 연주자들에게 매혹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괴산 사람들처럼 몽톨리유의 사람들이 ‘문화공간 그루’에 매혹된 날. 2018년 12월 29일 산속 책마을의 아름다운 밤.

    원 혜 진
    ‘문화공간 그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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