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도, 일상도 시(詩)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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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도, 일상도 시(詩)가 됐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1.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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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 이성배 씨 첫 시집<희망 수리중>펴내
시 ‘부드러운 시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도

충북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이성배 씨(47)는 현직 경찰관이다. 청주에 살지만 그의 직장은 줄곧 음성이었다. 지금은 음성경찰서 맹동파출소에서 일한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시는 무언가 마음속에 고이면 나오는 것이다.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이 글이다. 말보다는 글이 더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말 처음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올 1월 농민신문에 시 ‘부드러운 시간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를 응모했다가 덜컥 당선됐다. 당시 시집을 내기로 마음먹고 그동안 지인들에게 편지처럼 전했던 시를 모으던 상황이었다. 이 씨는 지인들에게 편지 대신 시를 써서 안부를 알렸다.

이제 그의 편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됐다. 그는 최근 고두미 출판사에서 첫 시집 <희망 수리중>을 펴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줄곧 시를 써왔고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제본을 해서 나눠주곤 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은 어쩌면 믿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열심히 시를 쓰면서 지낼 것이다. 달라진 것은 없다.”

시골 경찰관인 그의 글에는 소외된 이웃이 등장한다. 시 ‘배달원 기식이’는 읍내 중식집 최고의 배달원이었던 열여덟 소년이 늦은 오후 배달을 하다 세상을 떠난 이야기를 다룬다. ‘생과 생이 충돌한 현장에서 짬뽕 국물이 쓸쓸하게 번졌고/황급히 모여든 사람들은 그제서야 삶이라는 게 맵고 짜다는 걸 목격했다.’(시 ‘배달원 기식이’ 일부)

“시골에서 순찰을 돌 때마다 사람도 집도 나이가 들어가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들인데 글을 통해서나마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지인들에게만 겨우 시집 출판 소식을 알렸다. 그는 “시집을 읽어보고 시가 좋으면 글을 써 달라”고 수줍게 웃었다. 일상의 언어가 시의 언어로 머릿속을 맴돈다는 그. 오늘 그가 만난 마음속에 고인 인물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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