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추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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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추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1.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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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편집국장

해외연수를 탈선해도 좋은 여행 쯤으로 생각하는 지방의원들이 여전히 많은가보다. 해외연수 잘못 갔다 정치생명 끝나는 정치인들이 해마다 나오건만 유사한 사건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의 공분을 산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는 지방의원들의 연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체 의정활동 중 해외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되니 별 것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어엿한 공금으로 연수를 가서 나라망신 시키는 의원들을 보면 ‘해외연수를 아예 없애거나, 정 가려면 자비로 가도록 하자’는 말이 나올만 하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캐나다로 연수를 갔던 이들의 추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술을 과도하게 마셨고, 가이드를 폭행했고, 여성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요구한 것이다. 가이드를 폭행한 것은 특별한 경우라고 치고 나머지 두 가지는 한국남자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흔히 하는 행동이다. 지방의원, 기관·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직업을 가리지 않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으로 이미 많이 알려졌다.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의 여행가방에는 으레 소주 팩이 들어있다. 그 술로 저녁마다 술 파티를 한다. 여행은 어느 정도의 일탈을 허용하므로 분위기상 술을 마실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남자들의 술탐은 유명하다. ‘먹고 죽자’는 식으로 퍼마시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다. 가이드에게 주먹을 날린 박종철 부의장도 술에 취해 버스안에 누워있다 갑자기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와 시·군의회 의원들도 해외연수만 가면 술판을 벌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건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여성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찾는 것도 흔한 일이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섹스관광에 나서는 한국남자들도 많다. 남자들끼리, 특히 동남아로 여행가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극기 꽂고 왔다’ ‘국위선양 하러 간다’ ‘백마타고 왔다’ 는 등의 은어가 왜 생겼겠는가.

지난 2016년 9월 청주시 B면 이장단협의회 42명은 블라디보스톡으로 해외연수를 가서 관광 안내차 동행했던 여행사 여직원들을 성희롱·성추행 했다. 이들은 여행사 측에 성매매 알선을 해달라고 하는 등 온갖 추태를 다 부렸다고 한다. 이 연수에는 해당 지역구 시의원, 주민자치위원장, 농협조합장 등도 참석했다.

연수가 끝난 뒤 여행사 대표는 가해자들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그들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그 과정에서 여행사 대표는 쓰러져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지난해 8월 경, 또 한 명은 지난 9일 다시 이장으로 임명됐기 때문.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이상 주민이 선출한 이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주시 말이다.

일부 지방의원이나 이장들은 알찬 해외연수를 다녀온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미꾸라지’들이 물을 흐리고 있다. 해외연수 사전심사와 사후평가를 ‘빡세게’ 한다고, 제도를 확 바꾼다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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