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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4세기 조상들의 거주지 또 다시 덮을까1차 부지…1만점 넘는 유물 출토, 760m²규모의 전시관 건립으로 끝나
2차, 3차 예정부지…개발에 앞서 유물 보존 관리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청주TP 발굴문화재
지역 내 공론화 과정 필요해

 

문화재 보존이냐 개발이냐는 이데올로기가 어김없이 청주 테크노폴리스 지구단위 개발사업(이하 청주TP)현장에서 충돌한다. 자칫하면 ‘문화재’만 욕을 먹게 됐다. 개발을 하는 입장에선 ‘문화재’가 발목을 잡고, 시민입장에서도 ‘문화재’발굴로 개발이 늦어진다고 화살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청주TP사업에서 나온 유적의 가치에 대해 잘 모른다. 언론도 지역학계도 청주시도 개발논리에 밀려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테크노폴리스 지구 1차부지 내 발굴조사(2015년~2016년 7월)를 6개의 조사기관에게 맡겼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31억 5000만원을 투입해 760m²규모의 단층건물 유물전시관 2개동을 지었다. 전시관안에는 집터 2기와 제철소 1기만을 옮겨온다. 사진=독자 제공

삶‧죽음‧일터가 맞물린 흔적

 

그 결과 청주TP 내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외북동, 화계동을 아우르는 송절동 유적에선 초기백제 시대의 3~4세기 유물이 다수 나왔다.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많은 유적과 유물이 확인됐다. 특히 4세기 500여기 이상의 수혈주거지와 30여기에 가까운 제련유구가 확인됐다. 이 지역은 주변의 송절동 고분군, 신봉동 고분군, 봉명동 고분군과 함께 청주 일대의 고대문화 양상을 밝혀줄 수 있는 핵심지역인 것이 드러났다. 삶의 공간인 주거지와 죽음의 공간인 무덤, 생활의 공간인 공방이 동시에 있는 전국에서 유일한 초기백제 시대의 대규모 유적지가 출토된 것이다.

1차 발굴에 참여한 양시은 충북대 교수는 “유적이 가지는 학술적인 중요도에 비해 발굴조사 기간 동안 언론에서는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고, 학계나 일반 대중 역시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특히 원삼국~삼국시대에 해당하는 대규모 취락유적지가 발견돼 마한-초기백제 시기 국가형성기 청주의 고대 문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관계자들은 청주의 역사를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사실상 방관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춘천의 레고랜드와 같은 상황이다. 시가 막대한 TF대출을 받기 위해 공기업(자산관리)을 만들고 각종 인허가 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어떠한 문화재가 나와도 보존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지구단위 개발에서 문화재가 나올 때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다. 현장보존을 하거나, 이전 복원, 그리고 마지막 방법이 유물을 일부 수습해 전시관을 짓는 것이다.

현재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1차 발굴조사가 끝난 후 전시관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차 부지 시‧발굴조사는 충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 올해 3월까지 진행한다.

 

유적에 비해 전시관 규모 열악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31억 5000만원을 투입해 760m²규모의 단층건물인 유물전시관 2개동을 지었다. 전시관 외관 건립 공사에 12억, 안에 집터 2기와 제철소 1기를 옮겨오는데 3억 5000만원을 배정했다. 또 11억을 들여 야외공간에 2400m²규모로 79기의 집터 모양을 실물 크기로 뜬 모형 동판을 설치한다. 나머지 3억 5000만원은 전기‧소방 시설을 정비하는 데 썼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서울의 A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전시관 공사 일체를 맡겼다.

현재 전시관 외관만 완공됐을 뿐 내부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내셔널트러스트 소속)은 “전시관이 무슨 깡통주택도 아니고, 외관부터 유물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유물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해 책정된 비용 또한 턱없이 적다. 면피용으로 전시관을 세우려는 것밖에 안 된다. 전면 수정돼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황 소장은 “청주시가 4세기 산업단지를 부수고 21세기 산업단지를 짓겠다는 셈인데 역사적인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건지, 개발이익 때문에 눈 감은 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유물은 유물이 있었던 현장 자체에 보존해야 한다. 현재 2차 부지가 발굴조사중이다. 3차 부지도 개발계획이 나와 있지 않나. 앞으로 어떠한 유물이 나올지 모른다. 지금은 시가 개발이 아니라 유물 보존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청주 지역의 학자나 시민들도 공감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보존하자, 전시관 다시 짓자”

 

또 다른 학계 연구자는 “오송 지역 또한 충북개발공사가 지구단위 개발을 하면서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이곳에서도 3~4세기의 백제 주거지 유물만 8000여점이 나왔다. 이번에 송절동 유적에서도 1만점 넘게 나왔다. 5세기 신봉동 유적에선 2000점, 봉명동 유적에선 3000점이 수습됐다. 초기백제 시대 유물을 모으면 2만점 정도가 된다. 유물을 모두 모아 청주 TP부지 내에 지역문화재박물관 형태로 대규모 전시관을 짓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물이 수습되면 국가귀속의 원칙에 따라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이관된다. 하지만 국립청주박물관 수장고에 여분이 없어 청주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은 떠돌이신세를 면치 못한다. 국립경주박물관에 갔다가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관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 나온 유물을 관리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전시관을 설립하는 안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 교수는 “송절동 유적을 두고 내서널트러스트, 청주시, 학계 각각의 생각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시가 나서서 공청회도 열고 구체적으로 유적지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지 논의해야 한다. 여러 가지 플랜을 짜고 상황에 맞게끔 대응하고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관계자는 “전시관을 짓기 위해 당시 문화재청 이현혜 매장분과위원장에게 3명 정도를 추천받아 4차례 약식으로 자문위원회를 가졌다. 전시관은 올해 안에 청주시로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시가 나서서 공청회를 연다면 의견을 수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청주시장의 결정뿐이다. 한 학계 연구자는 “청주시에서 송절동 유적의 중요성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릴 사람은 현재 한범덕 시장밖에 없어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유물이 나올 텐데 지금처럼 조악한 전시관을 짓는 것으로 끝낼 것인지 되묻고 싶다. 한 시장은 스스로를 문화시장이라고 한다 ”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argg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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