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주택에서 ‘추운겨울’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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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주택에서 ‘추운겨울’ 보낸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1.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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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복지재단 5개월간 10개동 1051명 대상 주거‧에너지 빈곤연구
10명 중 3명 에너지 비용 부담 느껴…전기장판에 의존해 겨울나기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노후화된 주택에 살고 있으며 심지어 열효율이 떨어지는 비싼 난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빈곤이 곧 에너지 빈곤으로 이어지는 상황. 청주시복지재단은 지난해 5개월 동안 청주시내 10개동의 주택거주자 1051명을 대상으로 주거와 에너지 빈곤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부연구위원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월 소득이 높은 이들은 아파트나 중앙난방이 되는 열효율이 높은 집에 거주하지만 반면 월 가구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는 노후화된 주택에서 열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을 주로 사용한다. 고비용이 부담스러워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난다. 주거복지의 측면에서 봐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복지재단은 지난해 5개월 동안 청주시내 10개동의 주택거주자 1051명을 대상으로 주거와 에너지 빈곤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10명 중 3명이 에너지 빈곤상태에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소득 10%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

 

 

 

서재욱 청주복지재단 부연구위원은 “도시재생 사업에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청주시내 주택에서 살고 있는 인구를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대면방식으로 조사했다. 최근 3년간 에너지 비용 지출에 부담을 느꼈는지를 물어봤다. 에너지 빈곤이란 ‘월평균 가구 소득 대비 겨울철 난방비 광열비 비중이 10%’이상인 경우를 통칭한다. 전체 응답자의 31.5%가 에너지 비용 과부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나 가스요금 등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자주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547명(52.0%)였고, ‘가끔씩 그런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347명(33%)였다. ‘거의 항상 그렇다’라고 답한 이들은 128명(12.2%)였다.

따라서 연구팀은 응답을 토대로 에너지 빈곤 규모를 추정한 결과 응답자의 27.2%가 에너지 빈곤상태에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연령이 60~69세 이상, 1인 가구, 가구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 일수록 에너지 빈곤문제를 심하게 겪고 있었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주관적 소득수준이 하층일수록 에너지 빈곤의 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응답한 이들의 현재 거주 주택 건축경과연수는 20~29년이 48.1%, 30년 이상이 21.7%을 차치했다. 20년 이상의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응답자가 734명(69.8%)에 달한 것이다.

 

도시재생할 때 주거구조부터 바꿔라

 

연구팀은 청주시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 개별 기름보일러나 전기장판, 온수매트와 같은 효율성이 낮은 난방형태를 주요 난방방식으로 하는 가구는 에너지 빈곤 발생 비율이 도시가스나 프로판가스와 같은 고효율 에너지원을 주요 난방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구에 비해 높게 나타나 근본적인 주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주택 건축경과년수가 20년 이상이거나, 주택 구조체의 상태가 불량할수록 에너지 빈곤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거환경의 질적 수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에너지 빈곤가구는 실내 온습도 문제가 가구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청주시는 지금까지 연탄, 등유 등 현물이나 에너지포인트를 주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에너지 빈곤정책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연료비용을 지원하는 ‘공급형’,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바꿔주는 ‘전환형’, 주택의 열효율성을 제고해 삶의 질을 높이는 ‘효율형’이다. 청주시는 아직까지 ‘공급형’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는 ‘전환형’, ‘효율형’에너지 지원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청주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에너지 빈곤'의 문제 또한 고려해야한다. 근본적인 주택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구제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라고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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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에너지 빈곤층’규정하고 지원해야

서울시, 에너지복지사 채용해 실태조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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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금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에너지복지시민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 발굴및 주거환경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복지사를 채용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 선풍기와 방충망, 난방텐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도 에너지 빈곤층을 ‘소득 가구 중 연료비 부담으로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되는 가구’로 정의하고 이들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복지조례를 2017년에 제정했다.

청주시는 2015년 ‘청주시 에너지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제6조 1항을 보면 ‘시민은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형평성있게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조례에선 에너지 이용 주체별 역할이나, 부문별 시책, 신재생 에너지 보급촉진 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에너지 빈곤해소와 관련한 사항은 빠져있다. 조례 제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주시는 올해도 동절기 취약계층 특별보호와 시민건강관리를 목표로 제시하고 연탄 바우처 사업과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전개한다.

에너지 바우처의 경우 소득 기준 중위소득 이하인 생계급여‧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노인, 영유아, 장애인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3인 기준 14만 5000원, 2인 기준 12만원, 1인 가구 8만 6000원)을 동절기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대상이 협소하고, 에너지 비용지출에 있어 주거요인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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