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청주, 이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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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도시 청주, 이름이 아깝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1.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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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면 이장단협의회 성추행사건 후 사퇴 이장 다시 이장으로
후속 조치 안 한 청주시 실효성 없는 조례개정 한 게 전부
충북여성연대는 지난 2016년 9월 B면 이장단협의회 성추행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16년 9월 청주시 B면 이장단협의회는 해외연수를 갔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여행 안내차 동행한 여행사 여직원 2명을 성희롱·성추행해 난리가 났다. 그러나 가해 이장으로 알려진 3명 중 2명은 다시 이장이 됐고, 청주시는 사후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여성친화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을 간략히 정리하면 B면 마을 이장단과 주민자치위원장, 지역구 자유한국당 의원, 농협조합장 등 42명은 청주시내 한 여행사를 통해 같은 해 9월 18일~22일 4박5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왔다. 일행들은 대부분 60~70대의 남성들이었고, 여성은 여행사 직원 단 두 명이었다.

피해자 A씨는 “모 씨는 버스안에서 여직원에게 야동을 보여주고 노래방에서 여직원의 엉덩이에 얼굴을 비볐는가 하면 끌어안기도 했다. 또 모 씨는 성매매 알선을 요구했다. 우리는 여행 인솔자가 아니라 도우미나 접대부 취급을 당했다”며 “성추행을 한 가해자는 3명이다. 그럼에도 일행들은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고 방관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 “사건 끝난 것 아냐”
 

그러자 피해자 A씨는 2016년 9월 13일 가해자 3명 중 한 모씨를 청원경찰서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고소하지 않고, A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있었던 사실을 증언했다. 청주지법 형사단독 이지형 판사는 지난해 1월 가해자 한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하지만 벌을 받은 한 씨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슬그머니 다시 이장이 됐다. 한 명은 지난해 8월, 다른 한 명은 올해 1월 임명됐다. 이 중 한 명은 이장단협의회장 추천을 받았으나 충북미투시민행동과 일부 이장단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포기했다.

사건발생후 이장을 중도 사퇴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장이 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장들은 월 24만원, 상여금 연 2회 각 20만원씩 받는다. 큰 돈이 아니라 봉사가 본분이라고 하더라도 마을주민 대표라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이들은 임기조차 없이 무제한 이장직을 할 수 있다.

청주시 B면 관계자는 “이장은 마을총회에서 선출되어 리개발위원회의 추천을 받거나 공개모집으로 읍장ㆍ면장이 위촉한다. 다만, 신설된 행정리는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한다. 마을총회에서 선출돼 이장이 된 사람들은 특별한 임기가 없다. 공모에 응해 된 사람들만 임기가 2년이고 연임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장이 된 두 사람은 성희롱·성추행으로 인한 경찰조사나 법적 심판을 받지 않았다. 주변 증언도 잘못이 없다는 쪽이 많았다. 그래서 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해자 B씨가 고소를 하지 않았을 뿐이고 현장에서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한 사실은 이미 피해자들에 의해 드러났다.

피해자 A씨는 “두 명의 가해자가 벌을 받지 않았다고 무혐의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해사실은 다 드러났다. 이 중 한 명에 대해 민사소송을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분개했다.

충북미투시민행동은 지난 1월 24일 청주시 관계 국·과장들을 만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하숙자 대표는 “가해 이장들이 다시 이장으로 임명된 것을 따지자 청주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이상 주민들이 선출한 이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 이전에 시민의 안전과 복지를 침해하면 규제하는 조항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이후 청주시 행정이 달라진 게 없다”고 성토했다.

 

품위 위반 해촉사유 충분
 

2016년 성추행 사건이 터진 뒤 여성계는 청주시에 재발방지 차원에서 통·리·반장과 주민자치위원, 직능단체 등의 관계자들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통·리·반장들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으나 신규로 뽑힌 사람들만 대상으로 했다. 올해부터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해 청주시가 이런 문제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청주시의회는 이장단 성추행사건 이후 지난 2017년 9월 더민주당 임기중 의원 발의로 ‘청주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를 개정했다. 제30조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범죄의 예방 및 성희롱 방지’에 “시장은 시장으로부터 위촉이나 업무위탁 또는 수행자 지정을 받은 법인, 단체, 기관, 개인 중에서 소관부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범죄 예방을 위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소관부서가 청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법인, 단체, 기관, 개인 등의 교육을 요청하면 여성청소년과에서 강사를 파견해 교육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조례에 의거 청주시 여성청소년과는 지난 2017년 41개 읍·면·동의 통·리장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해에 교육받은 사람은 4개 읍·면·동에 불과했다.

충북미투시민행동은 “청주시는 이장단 성비위사건 이후 예방조치는 물론 성비위 혐의자 및 범죄자가 주민의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 아무런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 시는 주민을 대변하는 이·통·반장 관련 조례 및 규정을 개정하고 성비위 관련자의 대표성 진입 제한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읍·면·동에 통·리·반장의 품위에 문제가 있으면 위촉을 제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런 내용을 조례에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촉사유는 신체ㆍ정신상의 이상 등으로 3개월 이상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직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임무수행 상태가 지극히 불량한 경우, 개인의 영리행위 등에 권한을 이용ㆍ남용하였을 경우 등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성문제 같은 데 연루돼 품위를 위반했을 때는 해촉한다는 구절이 없다. 하루빨리 이 조항을 신설하라는 게 여성계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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