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순자붕어축제에 200만명
상태바
대청호 순자붕어축제에 200만명
  • 충청리뷰
  • 승인 2019.01.30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발행인

강원 화천산천어축제가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남기고 폐막했다. 184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자체 프로그램 수익이 70억원에 달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직접경제효과는 1000억원이라고 하니 대규모 행사가 끝날 때마다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간접경제효과라는 숫자놀이만 하는 우리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13년 연속 100만명이 넘는 인파를 기록했고 특히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도 15만여명이나 찾았다고 한다.

겨울철만 되면 충북의 북부지역에서도 회와 매운탕으로 흔하게 즐기는 산천어가 이렇듯 인구 2만 7천명의 화천군을 세계적 축제명소로 키웠다는 게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TV만 틀었다 하면 국민생활에 백해무익한 정치의 아귀다툼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그래도 요 며칠 기분좋은 볼거리를 안긴 건 다름아닌 화천산천어축제의 현장 모습이었다. 장면들이 하나같이 장관이었고 나도 한번 가고싶다는 욕구가 저절로 일게 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축제장에 들어가려고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다.

화천산천어축제의 성공가도를 되짚어보면 어? 하다가 봉 잡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2003년, 당시 정갑철 화천군수가 우리나라 최고 전방이자 가장 춥고 가난한 산골인 병영촌(兵營村)을 먹여살리는 길을 고민하다가 산천어축제를 떠올렸다. 인근 인제군의 빙어축제를 모방해서 산천어축제를 만들었지만 사실 화천에는 산천어가 서식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지역에서 들여 와 첫 행사를 치렀는데 당장 축제명칭과 콘셉트부터가 이색적인지라 22만명이나 몰려든 것이다.

이후 2004년 58만명, 2005년 87만명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06년엔 105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대박을 터뜨린다. 그러다가 미국 CNN이 2011년 12월 ‘겨울의 7대 불가사의’(wonder of winter)라 하여 화천산천어축제(korea's ice festival)를 여섯 번 째로 소개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화천산천어축제를 탄생시킨 정갑철은 공고 중퇴 학력에다 지방직 말단공무원 출신의 군수 3선을 기록한 인물로 평소 그의 공직관은 ‘주민을 기망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어쨌든 화천군은 그의 바람대로 올해도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내며 지역주민의 GNP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제를 예산낭비가 아닌 돈을 버는, 가난한 자치단체의 사업밑천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무슨 직지축제니 무술축제니 하는 것들을 우선 생각해 본다. 물론 이들 축제에 대해 본질적인 취지나 의미를 깎아 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 많은 돈을 들이는 만큼의 실제적 성과를 내는지를 묻는 것이다. 꼭 숫자적, 물리적인 이익만을 강조하자는 것도 아니다. 많은 혈세가 들어가는 이상 충북의 위상과 이미지를 대내외에 제대로 알렸거나 혹은 문화와 예술, 학문의 측면에서 이들 축제가 주민들의 공감대 속에 지역의 진정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는 곰곰이 가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도민과 주민의 공감대라는 측면에서부터 할말이 없다. 문제의 축제때마다 학생과 공무원 동원이 성패를 가름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그러다 보니 행사에 관련된 이들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지역의 절대적인 참여와 호응 속에 거국적인 지역축제로 치러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화천 주민들은 이 축제에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모두가 긍지를 가지고 임한다. 행사요원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에 거의 모든 군민들이 참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축제는 곧 군민의 일’이 됐다. 산천어축제와 관련된 각종 뉴스와 특집방송에서도 군민들의 이같은 행동이 특히 돋보였다. 어떤 이는 요즘같은 농한기에 최고의 일자리라고 자랑했다.

그들의 축제는 이를 만든 자치단체장이 물러난 뒤에 더 빛을 발하지만 우리는 지역을 대표한다는 축제에조차 “축제를 도입한 해당 자치단체장 임기가 끝나면 저절로 없어질 운명”이라고 비아냥댄다. 축제의 성패여부를 떠나 원초적으로 도민과 주민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축제는 자발적 참여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래야 한바탕 노는 축제가 가능하다. 억지로 판을 벌이고 억지로 즐기라고 하면 이건 축제가 아니라 고문이다.

올해 산천어축제의 성공을 계기로 화천군은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예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체류형 축제로 격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겨울철에만 반짝하는 일회성이 아닌 말 그대로 1년 내내 지속가능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 수십 내지 백억여원이 들어가는 도내 대표적인 축제가 행사가 끝나는 동시에 참여업체들의 돈잔치로 마무리되며 곧바로 잊혀지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산천어축제가 13년 연속 관광객 100만명이 넘는 흥행신화를 이루기까지는 이 행사의 창시자 장갑철이 남긴 공직자의 신념, ‘주민들을 기망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서려 있다. 한데 우리는 큰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마다 실체보다는 여론을 포장해 이를 성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너무 짙다. 어느 땐 이상한 수사(修辭)를 만들어가며 지나치게 말장난을 한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남들은 하찮은 산천어로 저렇듯 대박을 터뜨리고 있으니 우리로선 이런 엉뚱한 망상이라도 해야 배가 덜 아플 것같다.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처음 생태계 문제를 일으킬 때 유난히도 대청호에 이들 물고기가 기승을 부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이참에 우리는 화천군과 반대로 여름철에 블루길 축제를 벌이면 어떨까. 아니 이 고기의 별명을 따 (이)순자붕어 축제로 하면 더 좋겠다. 그 고명하신 분(?)이 치어방류를 잘못하는 바람에 순자붕어가 되었다고 하니 스토리텔링도 로열급이 될 것이다. 대통령별장 청남대도 있잖은가.

못할 것도 없다. 블루길이란 놈은 얼마나 게걸스러운지 낚시에 지렁이만 꿰어 던졌다 하면 족족 다 잡혀들기 일쑤다. 민감한 성질로 꽝을 치기 일쑤인 산천어에 비해 관광객들이 낚는 손맛은 훨씬 더할 것이다. 또 블루길로 조림을 하면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이렇게 축제를 벌여 돈도 벌고 외래어종 퇴치 예산도 줄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블루길의 식탐만큼이나 충북의 대표적 축제들이 돈만 게걸스럽게 먹은 ‘괴물’이 되는 것같아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