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 리뷰의눈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 신경세포로 다져진 사람은 그 어떤 디지털 중력에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스마트한 시대이지만 오감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누런 종이에 연필로 책을 쓴다는 학생, 24년간 한곳을 지켜온 LP카페, 새벽 채소 경매에서 만져보고 맛을 보는 시장상인, 인쇄발 하나는 최고라는 42년 인쇄장인까지 우리 삶 곳 곳에 남아있는 아날로그는 여전히 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의 존재들을 찾아보았다.

솔직함을 담는 연필과 종이를 쓴다는 김보경 양

종이 위에 연필로 깨알같이 써넣은 글과 그림. “종이에 쓰면 더 차분해지고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상당고 김보경(18)양이 책 쓰기 캠프에 참가해 에세이를 담고 있다.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림과 글을 써 넣을 것”이라며 “그 솔직한 위로는 연필과 종이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칼라인쇄의 장인 ‘국민인쇄’

흰 백지에 인쇄물이 나오려면 C(cyan.청록색), M(megenta.자홍), Y(yellow.노랑), K(black.검정) 잉크가 종이에 알맞게 묻어나야 한다. 인쇄장인 정근채(60)씨의 까다로운 손길이 없다면 색의 균형은 쉽게 무너진다. “인쇄에서 마젠타와 레드가 제일 중요해. 이 두 색이 인쇄의 질을 좌우하지. 만약 적절한 때 잉크를 넣어주지 못하면 마음에 안 들어서 다 폐지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

 

LP판 2만 여장의 ‘오래된 음악’

신윤슬 씨가 턴테이블 바늘 위에 레코드판을 올려 놓았다. 바늘에 닿은 진동은 진공관 앰프를 따라 증폭돼 풍부한 음질로 울려 퍼진다. 1996년 4월, 무심천에 벚꽃이 필 때 문을 연 ‘오래된 음악’ 은 이제 24살이 되었다. 2만 여장의 LP판은 단골손님들과 함께 익어간다. 그는 말한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

 

촉감있는 채소를 추구하는 ‘춘자네 야채가게

“양배추는 꼭지가 갈라지지 않고 겉잎이 야무져야 좋은 상품이다. 그 촉감을 빠른 시간 내에 느끼고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경매가 넘어간다.” 매일 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질 좋은 채소를 가져오는 송경수(43)씨의 육거리시장 내 ‘춘자네 야채가게’는 현대식 마트와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둘 다 살린 매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육성준 기자  eyeman@ccreview.co.kr

<저작권자 © 충청리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육성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