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테크노폴리스 “이젠 까발리자”
상태바
청주테크노폴리스 “이젠 까발리자”
  • 충청리뷰
  • 승인 2019.02.12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발행인

충청리뷰가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의 문화재 발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렇다. 단지의 2차 부지확장 계획이 발표된 후 자기 땅이 수용되는 현지 주민들의 발발이 이어지면서 이를 취재하던 중 전혀 생각지 않던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주민들로부터 개발 예정지의 문화재 시굴 및 발굴조사가 너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취재진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발굴 당사자들을 면담했더니 이번엔 더 기상천외한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들은 한계가 있으니 언론에서 제발 이 문제를 까발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발굴작업은 자기들이 했지만 직접 말하기 곤란하니 언론이 나서달라는 것이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1차 발굴조사는 모두 6개 기관이 분담해 2014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정도라면 이들 기관의 합동 평가회라도 한번 쯤은 있었어야 정상이다. 초기 백제시대를 중심으로 구석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런 공론화의 당위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때늦은 자성처럼 언론도, 지역학계도, 청주시도 개발논리에 밀려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한 학계관계자는 본보 취재에서 “유적이 가지는 학술적인 중요도에 비해 발굴기간 동안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고 학계나 일반 대중 역시 이에 대해 깜깜이었다”고 자책했다. 그러는 사이 발굴된 유물, 유적에 대한 물밑 논란이 계속되자 특수목적법인의 사업시행자인 (주)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측은 단지 내에 760㎡ 규모의 단층 유물전시관 2개동을 짓고 문화재가 대량 발굴되는 부지를 녹지, 즉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추가계획을 수립해 현재 관련 일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측은 녹지규모가 전국의 유사 사례와 비교해 비율이 가장 높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전시관에 대해 현장을 확인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깡통주택’이라고 평가절하 하면서 면피용이 아닌 제대로 된 건물을 지으라고 일갈했다. 더군다나 이 전시관 공사는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일괄 발주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은 청주 흥덕사지의 직지특구(흥덕구 운천동)와 백제유물전시관(흥덕구 신봉동)을 떠올리며 문화유적에 대한 근시안적 처방의 재판을 우려하고 있다. 흥덕사지가 ’86년 국가 사적지로 지정될 당시 규모를 너무 조악하게 설정하는 바람에 기껏 직지특구를 운영하면서도 최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의 부지가 없어 한참이나 헤맨 것이나, ’82년 발굴된 신봉동 백제고분군을 후세에 알기기 위해 지은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 너무 옹색하게 들어앉음으로써 그 역사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발사업에 있어 문화재 시굴과 발굴은 말 그대로 ‘쥐약’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매장문화재의 가치여부에 따라선 개발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굴조사가 완료된 1차 사업지역은 삶의 공간인 주거지와 죽음의 공간인 무덤 그리고 생활의 공간인 공방이 동시에 존재했던 전국 유일의 초기백제시대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오는 4월까지 예정으로 2차로 확장된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더 이상의 침묵은 곤란하다. 적어도 문화재 문제만큼이라도 앞으로는 완벽한 공론화를 거치라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록 확인되지는 않지만 금장식의 귀고리로 추정되는 부장품이 나왔다는 숙덕공론마저 나돌고 있다. 이 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의 과정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흥덕사지가 위치한 운천동 지역도 택지개발이 한창이던 80년대 중반, 땅만 걷어냈다 하면 아기부처 등 수많은 유물들이 쏟아졌고 이를 몰래 가져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지금까지도 나이든 주민들 사이에선 야사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의 흥덕사지도 문화재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서원부흥덕사(西原府興德寺)라고 새겨진 금구(禁口)를 당시 충청일보가 주목해 보도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졌을 지도 모른다.

청주 테크노폴리스의 경우처럼 개발사업지의 문화재발굴과정과, 그 성과 및 결과물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발사업의 주체와 이들로부터 용역을 받아 발굴을 수행하는 기관이 소위 갑을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문화재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이 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에게 밉보였다가는 밥줄이 끊긴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당연히 개발 사업주의 입장에선 문화재 시굴이나 발굴조사가 적당히 끝나기를 바라고 이를 맡은 용역기관은 그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다.

물론 무슨 학자나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걸 다 믿을 수는 없다. 지금은 덜 하지만 과거에는 지역에서도 문화재발굴조사를 가지고 각종 특혜를 누리며 행세한 이들이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 그들은 깨진 기왓 조각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역사를 창조한다는 말까지 몰고 다녔을까. 이런 부작용 때문에 특정 개발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사업지구 전체에 빙둘러 높은 담을 치는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청주테크노폴리스는 꼭 문화재발굴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거론되는 여러 억측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더 철저한 공론화가 요구된다. 조만간 3차 부지확장이 결행되기 때문에도 그렇다. (주)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공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거쳐간 대표이사 중에 무려 60%가 청주시 퇴직공무원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얼마전엔 국무총리실 감사에서 모 인사가 뇌물수수 및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이 돌통났는가 하면, 단지내에 지역의 명망인들이 대규모로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이에 충청리뷰가 청주시 측에 사업부지 내 토지분양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으나 현재까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어쨌든 기업도 아닌 개인이 사업지구내에 대규모 땅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구입 시점을 분명히 가려 따져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당국과 언론의 무관심속에 소위 벌집이나 땅콩집으로 통칭되는 투기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그동안 여러 절차적 과정에서도 숱한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이젠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물론이고 시민단체, 더 나아가 수사당국도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충청리뷰가 관련기사를 기획한 이후 예상치 않은 각종 제보가 잇따르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