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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문백산단 ‘왕자의 난’ 관심집중장자-서자 간 후계 전쟁…20여개 민형사 소송 진행

충북 진천군 문백정밀기계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뇌물 수수 등으로 군의원과 공무원 등의 구속 사태를 촉발시키게 된 방아쇠가 드러났다. 문백산단은 국비 등 공적자금 400억원 이상이 투입됐기에 기업 운영의 안정성은 곧 공익성과도 연계된다.

진천 문백정밀기계산단 S기업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A씨. A씨는 S기업 회장의 큰 아들로 대표직에서 해임된 뒤 회장 측근들의 비위를 알리고 있다.


문백산단 사태가 불거진 계기는 다름 아닌 해당 산단의 주축 기업인 S기업 대표이사 겸 대주주인 K(80)회장의 권력을 승계하기 위한 암투가 불씨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백산단을 조성해 입주한 S기업 및 자회사인 J사는 자동차 브레이크부품 등을 주로 가공 조립하는 제조회사로 생산품 전량이 자동차부품 전문 생산업체인 만도로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아쇠가 당겨지게 된 건 지난 2017년 5월께 K회장 측이 장자인 A(47)씨의 측근 L(54)씨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신고하면서다. 이는 연로한 K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회사 고위 측근 인사의 주도라는 게 A씨와 L씨의 공통된 주장이다. 특히 측근들의 이런 행태는 서자 B(30)씨를 K회장의 후계자로 옹립하기 위한 계책이라는 게 A씨측의 설명이다. 이 측근은 시중 은행 PB(Private Banking) 출신으로 2017년 3월께 입사했으며, 입사 전부터 K회장 부부의 자산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뜻에 따른 조치였을까? 결국 A씨는 2017년 9월 27일 사장직에서 해임되면서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듬해에는 S기업 등기이사에서 A씨를 빼내고 B씨를 등재했다. 수사가 진행돼서인지 K회장의 부인 C(60)씨 대신 측근 인사를 사내이사로 바꿨다. 같은 시기 A씨가 15년간 대표이사 등을 맡아 운영하던 J사의 법인 등기부에서도 A씨와 그의 부인이 해임되고 B씨와 C씨가 등재됐다. 이로써 후계자 과정을 밟던 장자 A씨는 졸지에 자연인이 되고 말았다.


수사결과에 따라 L씨는 물론 진천군의회 의장을 지낸 당시 군의원 신모씨와 6급 공무원, 정당인 등이 뇌물 공여 및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 기소됐다. 현재 신모씨는 2심에서 징역3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며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L씨는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석방돼 14일이 2심 선고 기일이다.


특히 K회장 측이 당긴 방아쇠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한테도 향하고 있다. 검찰은 K회장과 회사법인, 회계 담당자를 지난해 5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했다. 계획적인 세금탈루와 불법적인 국가보조금 수급 등이 혐의인 것으로 전해진다.


K회장, 대형로펌 선임해 대응
이에 대응해 김 씨 측은 청주 출신으로 대구고검장을 지낸 윤갑근 변호사와 대형 로펌인 세종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재판에 나서고 있다. 이 재판은 지난해 8월과 10월, 11월에 이어 오는 4월 5일 속행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K회장 측은 A씨와 L씨 각 부부의 재산을 가압류 조치하고 부부 모두를 상대로 횡령과 손해배상 혐의 등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L씨는 S기업을 상대로 공사대금 지급 요구 및 무고 혐의로 맞고소 한 상태다. 현재 이들 간에 진행 중인 소송은 20여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월초 A씨는 아버지인 K회장을 문안 인사차 만나기 위해 이틀 연속 S기업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둘째 날에는 회사 측에서 경찰을 불러 쫓겨나와야 했다. A씨는 “분을 참지 못해 회사 앞에서 같은 달 16일부터 29일까지 아버지 측근들을 비난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 때 인근 주민들이 격려차 방문하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지난 설 이틀 전에는 A씨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운을 맞은 A씨는 “회사 문제로 많이 다툰 뒤 부부 사이가 악화됐다”며 말을 아꼈다.


사망 소식을 전했지만 K회장은 물론 측근 인사들은 조문을 하지 않았고 조화조차 보내오지 않았다는 게 A씨의 말이다. 물론 K회장의 부인인 C씨와 그의 아들인 B씨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A씨는 C씨가 K회장의 세번째 부인이며 B씨는 그의 아들이라고 밝혔다.


K회장은 첫째 부인에게서 딸을 낳고 둘째에서 아들 A씨를, 셋째한테서 아들 B씨를 낳는 등 각 부인에게서 1명씩의 자식을 가졌으며, 현재 그는 C씨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회장은 장자인 A씨를 후계자로 일찌감치 점찍고 승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A씨에게 2008년부터 J사 대표이사직을 맡겨 운영했고, 2012년부터 A씨가 등기상 해임되는 2017년 3월까지 K회장은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이는 중소기업을 위한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따른 것으로 증여세를 감면 받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S기업 10%의 주식을 A씨에게 증여하면서도 많은 금액의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K회장은 A씨를 2014년부터 주력 기업인 S기업의 사장직에 임명하고 자신은 회장직에 올랐다.


장남 부인 자살…회장 등 측근 조문 안해
부친과 장자 간에 금이 가게 된 계기는 산업단지 인허가 과정과 회사 운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씨 측근 L씨를 영입한 이후부터다. 또한 K회장 최측근으로 영입된 PB출신 인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L씨는 2015년 9월부터 S기업의 총괄관리이사직을 맡아 많은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지역에 알려져 있다.


그는 A씨 측과 산단 관리를 위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K회장에게 품의를 올려 정상적인 업무를 추진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K회장의 승인을 받아 S기업 및 산단의 경비 업무, 공사업체 관리, 용역, 대민·대관 업무 등을 정상적인 거래로 했다”며 회사운영이 정상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B씨가 1년간 자신의 회사인 D업체에 들어와 직원들을 회유해 S기업으로 데려갔다”면서 “이는 C씨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며 자신도 회유했다는 점도 밝혔다.


브로커, 기업 사냥꾼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L씨는 K회장의 지시 및 인지 속에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금전이 오가게 됐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L씨와 A씨 측은 사회적 공분을 사는 불법성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향후 반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K회장 및 그의 측근들은 극도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K회장과 서자인 B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측근은 전화통화에서 “군민의 알권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회사 내부의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기에 알권리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는 “직원을 많이 쓰고 있고, 전보다 문백면이 훨씬 발전했다”고 주장하며 인터뷰를 원치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또 전무이사 직함을 가진 인사는 “생산 업무만 맡고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진천군(당시 군수 유영훈)과 충북도(당시 도지사 정우택)에 의해 진행된 S기업 유치는 지난 2009년 7월초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제2회 지역투자박람회에서 첫 단추가 꿰어졌다. 당시 전국 16건의 투자유치 MOU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투자협약 체결이었다. 당시 S기업은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산25-7 일대 39만3174㎡ 군유지에 2019년까지 7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유지를 수의계약으로 S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놓고 당시 군청 내에서 이견이 컸고, 군 의회에서도 고성이 오가는 진통을 겪으며 특혜 의혹이 일었다.(충청리뷰 2010.5.14일자 신문 참조)


지금에 와서 투자규모가 1000억원으로 쪼그라 든 문백산단에는 진입도로 및 공업용수 폐수종말처리장 설치를 위해 국비 400억원이 투입됐다. S기업에는 국가보조금 30억7500만원이 지급됐고, 군은 19억2500만원의 보조금 집행을 유보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계속되는 수많은 재판 과정 속에 어떤 새로운 증언들이 나올지 관심사다.


한편, 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S기업과 J자회사 두 업체의 영업이익은 2014년 51억원, 2015년 25억7000만원, 2016년 28억6000만원, 2017년 -4억7646만원을 기록했다.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천수 기자  cskim366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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