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전시는 없었다.
이것은 작품인가 사물인가’
상태바
‘지금까지 이런 전시는 없었다.
이것은 작품인가 사물인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2.13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 기획전 <레디컬 아트>…일부 작품 영구 설치
박기원, 박정기, 안시형 작가가 보여주는 ‘상식 깨는 놀라운 세계’
<레디컬 아트> 전시가 3월 3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에서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에서 준비한 기획전 <레디컬 아트>의 성과가 놀랍다. 박기원, 박정기, 안시형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2월 8일부터 3월 31일까지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은 청주시립미술관의 3개의 분관 중 하나이다. 오창관은 오창호수도서관 내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대관 위주로 운영돼 왔다. 이곳에 배치된 전문학예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학예사들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야외조각 작품 설치 외에도 전시장 내에서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창호수도서관 전체를 작품으로 뒤흔들어놓은 셈이다.

 

대형 설치 작품들의 등장

 

먼저 도서관에 들어서면 야외 중앙계단 화단에 놓인 거대한 레고-조각이 눈에 띈다.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들이 사람보다 큰 2미터의 크기로 등장한다. 이 작품을 설치한 안시형 작가는 “도서관과 인접한 과학단지를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다양한 색상의 블럭 형상과 피규어를 확대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 중앙계단을 따라 2층 옥외전시장으로 올라가면 20미터의 기다란 목재 25개를 공간 바닥 위에 미로형식으로 설치된 작품을 만난다. 작품을 설치한 박기원 작가는 “목재를 사용한 것은 따뜻한 느낌의 자연적인 재료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미로형식의 공간구성은 이 장소 전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을 떠올렸다”라고 말했다.

안시형 작 <바람이 불어온다>
박정기 작 <물고기집>
박기원 작 <미로정원>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1층 로비에 거대한 책들이 등장한다. 10미터 길이의 책은 20미터 높이로 쌓여져 있다. 더욱이 거대한 ‘책탑’에는 문이 있어 책 안으로 관객이 들어갈 수 있다. 박정기 작가는 “책속의 내용물이 사라지고 사라진 빈 공간에서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 쉬거나 자고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호흡할 수 있도록 쿠션이 있는 매트리스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야외 영구 전시물 외에도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 전시장에서 작가들의 마법같은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전시장은 온통 노랑과 검정색의 사선2도 안전테이프로 도배돼 있다. 그것은 전시장 벽면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테이프로 ‘X’ 형태를 수없이 반복한 설치작품 박기원의 <엑스(X)>이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어리둥절해진다. “노랑 테이프도 작품이야? 밟지마? 지뢰밭 같다. 선 안 밟고 가볼까.” 아이들은 안전테이프를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로 깡충깡충 뛴다.

‘엑스’로 도배된 전시장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받침대 3개가 등장한다. 그 받침대 위에 레디컬 아티스트 3인(박기원, 박정기, 안시형)의 100여점에 달하는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지금까지 이런 전시는 없었다. 이것은 작품인가 사물인가?"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이번 전시회의 참여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2월 1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또 청주시립미술관은 2월 17일 오후 2시 일반인에게 낯선 <레디컬 아트>의 이해를 돕는 <류병학의 ‘이것이 레디컬 아트다’> 특강도 마련한다.

 

-------------

“뒤샹의 변기만 보지마라…청주 전시가 더 멋지다”

인터뷰/류병학 미술평론가

----------

 류병학 미술평론가는 이번 <레디컬 아트>전시의 평론을 썼다. 무려 원고지 1만장이 넘는 평론을 써서 미술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시관련 일문일답을 나눴다.

 

- 전시제목 ‘레디컬 아트’는 무슨 뜻인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픈한 '뒤샹 사후 50주년' 회고전인 <에센셜 뒤샹>이 미술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흔히 ‘아방가르드’ 작품으로 불린다. 따라서 ‘레디컬 아트’는 한 마디로 시대를 앞서가는 급진적인 미술을 뜻한다.

 

- 100년 전 뒤샹의 작품 <샘>(1917)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1974년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는 백남준에게 “비디오 아트가 앞으로 커다란 발전을 맞게 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당시 백남준은 “마르셀 뒤샹은 비디오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이루어 놓았다. 그는 커다란 입구와 아주 작은 출구를 만들어 놓았다. 후자가 비디오일 것이다. 그곳으로 나가면 우리는 마르셀 뒤샹의 영향권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라고 답했다.

 

-이번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은 ‘레디컬 아티스트’로 박기원, 박정기, 안시형 작가를 선정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박기원 작가는 충북대 미술교육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의 ‘2010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이미 국내 미술계에 잘 알려진 청주출신의 급진적인 작가이다. 박정기는 대구출신으로 영남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미대에서 유학한 작가다. 박정기는 2017년 대구미술관의 ‘Y+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작년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 <걷다 쉬다>를 개최해 미술계의 ‘라이징 아티스트’로 부각되고 있다. 안시형은 부산출신으로 동의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로 뒤샹으로 인해 ‘잃어버린’ 레디-메이드를 독특한 시각으로 되찾은 ‘고수(高手)’라고 할 수 있다.

 

- 관객에게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의 <레디컬 아트>를 관람하기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에센셜 뒤샹>을 먼저 관람하라고 제안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왜냐하면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의 <레디컬 아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에센셜 뒤샹> 이후의 급진적인 미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기의 거대한 ‘책탑’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오창시민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쉼터’이다. 안시형의 거대한 ‘레고-조각’은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장난감을 뻥튀기한 것처럼 보인다. 박기원의 ‘미로정원’은 언뜻 보기에 도서관 2층 야외 바닥에 기다란 나무막대들을 놓아둔 것으로 보여 아마 그것을 작품으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더욱이 그들의 작품은 ‘손으로 만지지 마세요’가 아니라 ‘당신의 엉덩이로 깔고 앉으세요’라고 속삭이고 있지 않나.

류병학 미술평론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에센셜 뒤샹>이 일본에서 기획한 전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 반면, 청주시립미술관 오창관의 <레디컬 아트>는 자체적으로 야심차게 기획한 전시라면서 후한 점수를 주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