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백제유물전시관, 대대적인 혁신 필요
상태바
청주백제유물전시관, 대대적인 혁신 필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2.19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예연구사 A씨,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내부 비리 글 올려
직원 관리 안돼 구성원간 불신 팽배, 경찰조사도 진행 중
청주시 신봉동에 위치한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전경.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하 전시관)의 내홍이 심각하다. 직원은 학예직 2명, 시설관리직 4명 등 6명 밖에 되지 않으나 불만과 불신의 골이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성원들은 서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고, 청주지검에 고소도 했다. 특히 학예연구사 A씨는 "조직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한테서 비롯됐다고 한다. 억울하다"며 해고를 불사하고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 조직내 여러 문제를 지적해 반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전시관 설비기사 B씨는 A학예연구사에게 문제가 많다며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 구성원간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국민신문고 자료를 넘겨받은 청주시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출·퇴근 시간 및 중식시간 미준수, 미화원 주말근무시 퇴근시간 후 1시간 근무 지시, 주말근무시 사무실 등을 사적인 모임 공간으로 사용, 관리물품 및 커피 등 과다하게 구입, 설비기사 퇴사 추진 및 급여 미인상, 경비원에게 강압적 주차 지시 및 90도 인사 강요, 향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겸직 등 근무시간내 사적 업무 처리 등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리부서인 청주시 문화예술과는 “출퇴근시간과 중식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점이 있다. 중식시간 후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판단되나 출장 결재를 맡지 않았다. 향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의 지시로 하게 된 것이나 서면허가를 받지 않았고 2015년부터 2018년 2월까지 매월 3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회의 참석시에는 연가를 득해야 하나 아무 조치없이 참석했다”고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주말근무시 사무실을 사적인 모임 공간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비원에게 강압적 주차지시 및 90도 인사강요는 관련자들의 답변이 상이해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조사자는 이에 대해 수탁기관인 청주문화원에 징계를 요구했고, 청주문화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 처분을 내렸다. 전시관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나 청주시 복무규정에 따른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청주지역 모 신문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 ‘갑질’ 주장’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설비기사 모씨가 모 학예연구사에게 갑질 피해를 당했다며 징계를 요구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A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갑질이라니요? 저는 억울합니다”라는 내용의 장문을 올렸다. 갑질했다고 한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국민신문고 올린 글에 예민한 내용 다수
 

여기에는 설비기사 B씨 외에 학예실장 C씨에 관한 제보내용도 들어있다. 청와대는 이를 청주시로 내려보냈고 곧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 A씨는 지난해 12월 청주지검에 B씨와 또 다른 직원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에서 “B씨가 욕설을 일삼아왔고 몸을 갑자기 내 쪽으로 훅 들이미는 행동을 했는가하면 내가 사무실에 있는데도 로비 불을 끄고 퇴근하기도 했다. 또 침을 뱉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월 22일~2월 18일 병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B씨가 이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몇 번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B씨는 “나는 갑질을 당했다. A씨가 본인의 잘못된 부분은 고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게 당혹스럽다. 청주시에서 조사한 게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조사가 안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C실장의 비리내용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글에 여비 이중수령, 겸직허가 받지 않고 대학 출강, 근무중 상습 조기퇴근, 성희롱 및 폭언, 업무방해 등이 있었다고 적었다. 2011~2018년 11월 외부기관에서 회의참석, 자문, 강사 등을 하고 그에 걸맞는 수당을 받았으면서 전시관으로부터 여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것이 총 113회나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충북대에서 3년 6학기 동안 시간강사로 출강하면서 겸직허가를 받지 않았고 이 때도 여비를 수령했으며 근무중에 수시로 강의와 회의참석, 답사 등을 다니면서도 무단으로 외출과 조퇴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도 제시했다.

또 그는 C씨로부터 '여자가 사람이야? 호칭이 어딨어?' '다리도 짧은 게 왜 치마를 입고 다녀?' 등 여성비하 발언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예연구사로 전시관 운영위원회나 청주문화원 행사에 참석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C씨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가지 못했다고도 한다. 자신을 일부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한편 C실장은 “10년이 넘은 얘기를 꺼내 충격적이다. 여비를 이중수령했다고 하는데 사안마다 다르다. 내부에서는 관내여비를 받은 것이고 외부에서는 수당을 받았다. 종류가 다르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충북대 출강은 지난 1997년부터 했다. 공무원이 아니라 겸직신고 의무가 없었고 2017년 들어 충북대가 겸직신고서를 요구해 제출했다. 이 때 박상일 문화원장께 구두로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거론한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그만두겠다”는 표현도 했다. 또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은 이에 대해 “아직 보고를 받은 게 없다. 알아보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충북여성연대에서 상담하고 청주시의 조사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승희 충북여성연대 대표는 “너만 참으면 된다고 한 남성중심 문화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직장내 복무규정을 무시한 행동과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했어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청주시 관리부서와 청주문화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재감 없는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청주문화원에서 위탁 관리, 예산은 청주시에서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지난 2001년 11월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신봉동백제고분군에 설립됐다. 이 곳에서는 신봉동 백제고분군을 중심으로 인근의 송절동·봉명동·명암동·가경동 유적지와 청원구의 송대리·주성리 유적지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유물들은 청주의 초기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청주시가 지어 민간단체에 위탁 운영하는 백제유물전시관은 별 존재감이 없다. 백제유물전시관은 청주문화원에서 위탁 운영하되 예산은 청주시에서 받는다. 이 곳에서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은 국립청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국고귀속이라는 방침에 따라 국립박물관이 소장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백제유물전시관은 백제시대 유물 일부만 소장하고 예산도 적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 관리도 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인쇄박물관이 흡수하고 청주시가 직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