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항일독립운동역사관 ‘눈요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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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항일독립운동역사관 ‘눈요기’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2.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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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자료 전무한 역사관 내부 ‘실망’

지난해 10월 충주시 칠금동에 개관한 ‘항일독립운동역사관’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관람객 유치에 나설 채비다. 지난 20일부터 충주시 공무원들이 차례로 관람하는 가운데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관내 초중고 학생들이 연달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수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이곳을 찾았다.

충주시 칠금동에 위치한 ‘항일독립운동역사관’이 개관부터 한계점을 나타내고 있다

역사관에 전시된 자료는 광복회 충북지부 북부연합지회 윤경로 지회장의 항일독립운동 자료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소속은 충주.제천.음성.괴산.단양.증평 등 6곳 지역이다. 이곳 역사관 설립에는 충주시 5억, 충북도 5억, 정부 특별교부세 3억 등 13억원이 투입돼 건물 매입 및 리모델링비로 사용됐다. 시는 매년 운영비로 1700만원 정도를 지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건물매입 리모델링, 주차시설 태부족
역사관 활성화를 위해 충주시와 역사관 측은 충주교육지원청과 협의 하에 관람객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해 본 결과 관람객을 맞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임을 몸으로 느껴야 했다.

항일독립운동역사관은 대지 355.1㎡에 연면적 882.72㎡의 지상 4층 건물로 1층은 사무실 및 소규모 회의실, 2∼4층이 전시실이다. 2017년 건물을 매입, 지난해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개관한 가운데 토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휴일 휴관에 대한 비판이 일자 충주시는 자원봉사자를 충원해 휴관일을 조정할 예정이다.

이면 도로변에 위치한 역사관 건물에는 가까스로 2대의 승용차만 이용 가능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건물에 들어서자 1명의 사무직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2층 전시실로 안내했다.
관람객이 아무도 없던 터라 기자와 둘이 승강기를 이용해 전시실에 오르자 직원은 불평의 말을 사전 차단하는 듯 ‘추울 것’이라고 예고한 뒤 전등을 켜 주고 내려갔다. 안내 전단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예산 절감 차원에서 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아 수분만에 체온이 낮아지는 걸 금세 느끼며 옷깃을 세워야 했다.

각 층 전시실은 남녀 화장실을 제외하고 각 50평 정도 넓이였는데 복사된 것처럼 ‘우리고장 독립유공자’를 설명하는 같은 모양새다. 2층은 충주, 3∼4층은 5곳 지역의 독립유공자를 설명하는 판넬 또는 족자 형태가 벽에 걸려있거나 받침대에 전시돼 있다. 단채 신채호와 손병희, 이상설 선생 등 도내 대표적 인물도 마찬가지 형태로 설명돼 있었고 유리 전시대에 놓여진 특별한 역사적 사료는 몇 점 보이지 않았다.

주요 전시물로는 충북지방 3.1운동, 역사 속 태극기, 독립운동 인맥도, 독립운동 주요 연표, 충북지방 만세시위 통계표, 대한민국 초기내각 임정 인적 계승, 충북지방 의병 전쟁 상황 일람 등의 자료도 전시돼 있어 교육적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역사관이 출발부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관장을 맡고 있는 윤 지회장도 인정한다. 그는 “2015년부터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을 만나며 수차례 건의해 이나마 마련됐다”면서 “국가보훈처에서 이런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다. 공간과 자료도 부족하고 영상자료실도 없다”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예산이 부족해 내가 직접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국가예산이 투입된 곳은 충남 천안과 경북 안동 뿐이라는 점을 들어 위안을 삼았다.

보훈지청과 협조체계 없이 진행
이런 실정에서 중원지역 역사유물과 유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국가유적 충주 중앙탑 부근에 위치한 충주박물관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같은 장소에서 고대사부터 연결되어 근대사와 함께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시청각으로 느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충주박물관 전시 제2관의 ‘충주항쟁실’에 항일독립운동 역사 자료를 비중 있게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유봉희 충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공통점이 있는 자료를 한 곳에 전시하는 게 좋긴한데 공간이 협소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사를 보면 지역 이슈가 크게 없어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 전시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립운동 관련 개인들의 기증 또는 기탁 유물이 수장고에 잠자고 있다는 지적에는 “검증된 자료는 부정기적 전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 팀장은 유자명 선생의 유품 등 그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전시했던 점과 그외 독립운동 관련 자료가 일부 전시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항일독립운동역사관 실정과 관련해 우진수 국가보훈처 충북북부보훈지청장은 “개인의 의지로 추진됐고 기초자치단체에서 별도로 항일독립운동역사관을 지원한 선례는 없는 것 같다”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현충 시설로 지정돼 국가 예산이 지원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주박물관과 연계한 역사관 마련 등 국비 확보 입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기념사업회 구성 등을 통해 추진됐으면 국가예산 확보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개인적 차원에서 추진되다보니 몰랐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충주지역과 유사하지는 않지만 △조선시대의 서울 △개항, 대한제국기의 서울 △일제 강점기의 서울 △고도성장기 서울 등을 동시에 상설로 전시하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떠오르는데 배워올 점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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