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실장이 근무중 골동품상 일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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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실장이 근무중 골동품상 일 도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2.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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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 A씨 폭로, 당사자는 부인
수탁기관 청주문화원과 관리감독기관 청주시도 책임있어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백제유물전시관 전시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하 전시관) 일부 구성원의 비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중 전시관 책임자인 학예연구실장 B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는 역사관련 자문회의, 토론회, 행사 등에 자주 나가고 언론에도 종종 등장해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B씨는 청주문화원에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처리되지는 않았다.

학예연구사 A씨는 지난 2월 11일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에서 “B학예실장이 골동품상인 P 모씨의 유물구입 여부를 결정해주고 그의 유물매도목록을 작성해줬다. 그의 유물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서류작업을 하는 것도 수차례 봤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어 “곧 박물관이 생길거라면서 충북에 관한 유물을 집중 구입하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B학예실장은 충북교육박물관과 산림과학박물관 유물구입 감정위원을 지냈다고 한다. 현재는 충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이다.

P씨는 유물을 사 준 전 청주대박물관장에게 사례비 명목의 돈을 건네 지난 2016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당시 B씨의 사무실에 종종 들렀다는 모 씨도 “B씨가 P씨의 골동품을 감정해주고 자료를 만드는 등 일을 도와주는 것을 봤다”고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B씨는 “P씨가 전시관에 유물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면 봤을 뿐이지 감정한 것은 아니다. 유물을 사진촬영해 줄 사람을 소개해줬다”며 “유물매도목록을 작성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A씨는 청주시 감사관실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국민신문고 내용을 청주시로 보냈고, 청주시는 감사에 착수했다. 충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이며 공공박물관의 학예실장이 근무시간에 골동품업자의 일을 도와준 것은 큰 문제라는 게 관련자들의 말이다.

또 B씨는 1997년부터 충북대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전시관에 겸직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구두로 문화원장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복무규칙상 서류로 제출해야 인정을 받는다.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은 이에 대해 “전시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에 대학 강의를 한다”고 했으나 월요일에 출강을 해도 겸직신고서는 내야 한다. 관내 여비 이중수령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관의 해묵은 문제들이 이렇게 터져나온 배경은 구성원들간의 문제도 있지만 수탁기관인 청주문화원과 관리감독기관인 청주시가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다. 양측이 손놓고 있었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생긴 것이다. 박상일 문화원장은 지난 2월 22일 정기총회에서 “백제유물전시관 위탁운영은 문화원에 아무런 득이 안 된다. 책임만 떠맡는 느낌”이라며 “금년 말까지 운영을 맡기로 되어 있지만 그 안에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청주시에 안 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도록 문화원은 한 일이 없다고 한다.

A씨는 “설비기사가 국민신문고에 저의 비리사실을 올렸으나 청주시 조사 결과 출퇴근시간 미준수 등에 대해서만 견책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저에게 침뱉기, 욕설, 위협적인 행동 등 젠더폭력을 일삼아왔다. 이에 대해 박상일 원장, 학예실장, 청주시 문화예술과에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직원면담을 하고 화합차원에서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했다. 모든 일은 학예실장의 지시에 따르고 책임 또한 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은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됐다.

문제를 제기한 A씨는 현재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약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화원과 청주시는 A씨와 B씨를 격리 조치하지 않아 충북여성연대가 나서 격리조치가 이뤄졌다. 충북여성연대는 A씨가 젠더폭력을 당한 것이라고 보고 청주시의 감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전시관 유물은 약 20년 동안 한 번 교체
비디오는 오래 전 고장났어도 안 고쳐

 

사적 제319호로 지정된 청주 신봉동 고분군은 4∼5세기 백제시대 움무덤 터이다. 움무덤이란 땅을 파서 관을 묻는 방식을 말한다.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이곳에서 굴식돌방무덤 3기 등 300여기의 움무덤이 나왔다. 그래서 백제권역 최대의 고분군으로 불린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청주의 초기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러나 관리가 안되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001년 개관할 때는 구입한 백제유물로 했고, 2003년에 청주 신봉동 등지에서 발굴한 유물로 바꿔준 뒤 현재까지 한 번도 전시물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봉동 등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다수 전시·보관하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그 지역 국립박물관에서 전시·관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현재 이 곳에서 전시하고 있는 백제유물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대여해온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시관내 기기가 고장나도 손을 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전시관에 갔으나 본관 입구에 설치된 4개의 비디오는 고장이 났고, 후면에 설치된 또 하나의 비디오에는 ‘수리중’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또 영상실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으나 켜지지 않았다.

한 문화해설사는 “비디오는 고장난지 오래됐다. 영상실은 기사한테 가서 얘기하면 켜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편한 체계도 문제지만, 영상실의 영상물 또한 개관 초기에 만든 것으로 20년이 다 되도록 바꾸지 않고 있다고 모 씨는 지적했다. 지난 2012년 5월 신봉동고분군 발굴30주년 특별전을 개최한 측도 국립청주박물관이다.

몇 몇 역사학자들은 “중요한 공립박물관을 민간위탁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이 곳에는 학예연구실장 한 명과 학예연구사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시에 관한 것은 학예연구실장 책임이다. 전시관 측은 1년에 평균 3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고 하지만 티켓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서 정확한 통계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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