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 순대골목에 갔다. 그런데
상태바
병천 순대골목에 갔다. 그런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2.27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6일 3·1절을 앞두고 독립기념관을 둘러볼 겸 천안시 병천면에 갔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 아닌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부모들이 제법 있었다. 보기 좋았다. 몇 개의 전시관을 돌고 나니 오후1시가 훌쩍 넘어 배가 고팠다. 병천 순대골목으로 갔다.

이름이 알려진 몇 군데의 순대집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식당에는 은행처럼 번호표 뽑는 기계가 등장했다. 원조라고 알려진 한 식당 앞에는 손님 30여명이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포기하고 다른 집으로 갔다. 10여명 정도가 서 있었다.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왔다. 순대국밥은 과연 맛있었다. 이 맛에 손님들이 몰려오나 보다.

국밥을 먹고 나오니 바로 앞에 호두과자점과 커피숍이 즐비했다. 쌀빵과 공갈빵을 파는 빵집도 있었다. 순대국밥을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순대를 포장해서 하나씩 사들고 나갔다. 호두과자도 사고 커피도 산다. 매 주말 이 곳의 매출은 꽤 오를 듯 했다. 순대집 주인은 “더운 여름을 뺀 주말은 장사가 잘 된다. 평일은 주말만 못하고 그럭저럭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사가 잘 된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상당한 양의 순대가 팔리지 않을까 싶다.

병천 순대집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다. 지난 1960년대에 병천면에 돼지고기로 햄을 만드는 공장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돼지 내장에 각종 채소와 선지를 넣어 순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순대는 병천 장날 단골메뉴가 된다. 병천 아우내장터는 천안 삼거리로 향하는 길목이라 늘 사람들이 북적였고, 순대국밥은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었던 것. 이 곳 순대는 소나 돼지 내장에 갖은 채소와 선지를 넣어 특히 맛있다.

그 끝에 청주시 생각이 났다. 다 아는 얘기지만 청주는 전국에 내로라할 대표음식이 없다. 함흥 냉면, 춘천 닭갈비, 봉평 메밀국수, 병천 순대, 천안 호두과자, 전주 비빔밥, 벌교 꼬막 등 다른 지역에는 많건만 청주하면 딱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못내 아쉽다.

이제 자연경관만 보러오는 시대는 지났다. 거기에 맛과 멋이 가미돼야 한다. 아니 요즘은 오히려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더 활성화 됐다. 맛은 그 도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내지 특산물이고, 멋은 그 도시가 가꿔온 문화라고나 할까. 남도의 맛과 멋기행, 제주도의 맛과 멋기행 같은 단어들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먹을거리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은 많은데 청주시는 이런 관광객들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삼겹살 거리도 손님들이 꾸준하게 찾는 장소는 아니다. 외지인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는 삼겹살이고 청주만의 맛이 없어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국 맛지도를 검색해보면 충북이 가장 초라하다. 그 중 청주시는 더 초라하다. 지자체마다 관광과가 있다. 청주시에는 관광정책과가 있다. 관광정책은 음식과 문화를 함께 곁들여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병천 순대골목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곳에 지자체 지원이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뭔가 억지로 만들어내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이 점에 관한 한 현재로서는 청주시에 대안이 없다. 반찬등속사업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 지켜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