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단양은 아로니아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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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양은 아로니아 전쟁 중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9.02.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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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군 강권으로 재배했는데…”, 영농조합 “가공센터 보조금까지 없애냐”

단양군이 지역의 대표적 특산품인 ‘아로니아’ 지원 사업 문제로 극심한 갈등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20일 단양군의회가 올해 본예산 세입세출예산안 심의에서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에 대한 보조금 3억 7000만 원을 전액 삭감하자, 조합과 생산농가들이 일제히 궐기대회와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군과 군의회, 영농조합 3자는 29일 협의를 갖고 삭감된 보조금 3억 7000만 원을 1차 추경에서 전액 되살리되, 조합은 센터 운영에 대한 외부 특별감사를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합의를 이뤄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지역 농업인단체가 예산 전액삭감 유지를 촉구하고 군의원 상당수도 아로니아 지원예산 부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지역은 찬-반 양측의 첨예한 갈등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갈등의 이면에는 군의 정책적 판단과 사업수행 능력 부족이 크게 작용했다. 군은 김동성 전 군수 재임 시기인 지난 2010년대 초반 아로니아를 군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발굴하고 대대적인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2013년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를 건립해 본격적인 아로니아 브랜드 사업화에 착수했다. 그동안 군이 센터 건립과 운영에 투입한 예산만도 100억 원을 훌쩍 넘길 정도다.

당시 단양군은 “향후 소비시장이 확대되면 1㎏ 당 5만 원씩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면서 지역 농가들에게 아로니아 재배를 강권하다시피 했다. 군의 말을 믿은 농가들은 마늘, 고추 등 기존 작목 대신에 아로니아를 심기 시작했고, 지역에 식재된 아로니아 묘목만 25만 그루를 넘어섰다. 재배농가만도 귀농인 포함 400명에 달한다.

이처럼 군의 집중 지원 속에 단양군 아로니아 재배 농가들은 한때 일반 작물 이상의 소득을 거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아로니아 재배 농가가 우후죽순 늘어나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군의회가 아로니아가공센터에 최소한의 운영비조차 존치하지 않은 채 보조금 전액을 삭감하자 경영난에 허덕이던 조합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홍용식 대표는 “지난 2016년 내가 취임한 이후로 군에서 지원받은 보조금은 군 소유인 각종 기계들의 유지보수비(1억 2000만 원)와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 포장재 비용 등 2억여 원을 포함해 3억 7000만 원”이라며 “이 돈이 없으면 가공센터는 가동 자체가 중단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군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센터 운영이나 아로니아 사업에 대한 판단보다는 집행부 길들이기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센터는 내달부터 서울 양재동 농협 ‘6차 산업체험관’을 시작으로 서울·경기 대형 6개 매장에 단양 아로니아 가공제품을 단계별로 납품하고 2차로 전국 2000여개 매장에도 전시·판매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보조금 전액 삭감으로 포장재를 입고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기계 작동을 아예 못할 처지”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산 100%를 삭감하면서 당사자인 조합과 농가에게 사전 협의조차 전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군의회의 일방적 예산 삭감 조치를 거세게 비판했다.

영농조합법인은 철야농성과 단식 투쟁을 벌이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배 농가는 농가대로 ‘아로니아 피해농민 구제대책위원회(상임대표 아로니아생산자협의회 장경수·이하 대책위)’를 꾸리고 단양군과 의회가 아로니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단양군청을 상대로 아로니아가공센터에 대한 특별감사와 사업지속가능성 경영진단을 즉각 실시할 것과, 아로니아를 적정한 가격에 전량 수매하고 의회가 전액 삭감한 가공센터 예산을 피해농가에 직접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또 폐농 또는 폐농 예정 농가에게는 실질적인 폐농 지원에 나설 것과 대체작물 지원책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의회에는 아로니아가공센터를 상대로 의회조사권을 즉각 발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용식 대표이사는“재배농가들은 ‘아로니아 농사를 모두 포기할 테니 군은 차라리 현재 냉동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물량은 전량 수매하고 아로니아 지원예산을 대체작물 전환 등 실제 농가를 살리는 데 쓰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산자 단체 간에도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는 가운데 군 의회는 지난달 1일부터 실시해 4월 말 종결되는 아로니아 육성사업 운영 실태파악 특별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섣부른 판단을 자제키로 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군과 의회, 재배농가와 조합 등 관련 당사자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극심한 갈등을 겪는 사이 단양군 농정은 아로니아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대안 제시조차 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단양군에 아로니아 재배 농가가 급증하고 과잉생산이 발생한 데에는 군의 정책적 잘못이 한몫했음에도 책임의 절반을 지고 있는 의회가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 관련 예산만 전액 삭감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공무원은 “의회가 관련 예산안 삭감을 의결할 때 집행부는 최소한의 운영예산인 8000만 원은 남겨 달라고 호소했었다”며 “의회가 재배농가, 영농조합, 집행부의 입장을 함께 경청하며 갈등 조정자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면 극단적인 농-농갈등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역에서는 이번 아로니아 사태를 단양군 농업의 50년 미래를 새로 설계하는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군과 의회, 농가와 영농조합의 성숙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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