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를 어떻게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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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를 어떻게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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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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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J. 파머의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염 정 애괴산 문광초 교사

며칠 전 큰아이의 유치원 친구 엄마들과 모임을 가졌다. 우리의 이야기는 교육문제와 관계에 대해 한참을 머물다 최종 화제 거리는 결국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어떻게 죽느냐는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까? 파커 J. 파머의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파커 J. 파머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운동가이자 고등교육 전문가이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읽어 문프셀러, 베스트셀러가 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쓰기도 하였다.

잠깐 이 책도 함께 소개해보자면 이 책은 민주주의에서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색적인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개인적 생애에서 결정적인 상실과 패배를 통해 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깨지고 부서진 마음들은 다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실패, 좌절, 배신, 우울의 경험을 제대로 끌어들인다면 자비롭고 너그러워지며 타인에 대해 깊숙이 바라보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본다. 그는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인프라는 ‘부서져 열린 마음’이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다섯 가지 ‘마음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작에서 이러한 삶의 방식을 말했다면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라는 책 또한 노후 생활을 편하게 즐기라고 말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파커는 젊은 시절에 영적 스승 토마스 머튼을 책으로 만난 뒤 매료되어 개신교의 한 교파인 퀘이커교가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여 성인과 구도자들을 위한 영성 피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며 살아왔다. 남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대학 교수 자리직도 마다하고, 지역공동체 활동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모습부터 남다른 삶을 살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파커 J. 파머가 여든이 되기까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 번 찾아온 우울증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내비친다. 글을 읽다가 주의할 점도 있다.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형태의 글을 쓰다 보니 나의 마음까지 침잠되어 자기성찰을 넘어 지금까지 뭐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더할 수 없는 후회감과 우울감도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은 의미가 있는가’ 물어보자
하지만 2장 「젊은이와 노인: 세대의 춤」 -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삶이라는 글에서 그는 말한다. 지식이 무지를, 성공이 실패를, 빛이 어둠을, 이타주의가 이기주의를, 너그러움이 탐욕을, 기쁨이 슬픔을 만날 수 있도록 그림자를 인정하라고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온전해진다고 말한다. 온전함은 완전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2장에 실린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삶」은 미국 나로파대학에서 졸업생들을 위해 연설했던 축사이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도 찾아 보게 된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번역 글항아리 펴냄

스물 네 편의 에세이와 시로 7개의 프리즘을 통해 은은한 빛깔로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시를 즐겨 읽고 짓는다. 그는 시를 이렇게 말한다. “시는 은유를 지렛대 삼아 무거운 것들을 들어 올림으로써 짐을 가볍게 해 주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은 첫 장이다. 1장 「가장자리의 시선: 여기서 내가 볼 수 있는 것」에서 ‘내 삶은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한다. 찾은 답은 자기도취적인 모순적인 답일 뿐이다. “내가 종국에 누구에게 도움을 주거나 무엇에 기여하는지 종종 모르며 알 수도 없다는 것은 진실이며,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 의도, 그리고 과시하지 않고 온전히 기여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그들에게 기꺼이 내어주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이 책은 단번에 읽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책장 곳곳에 있는 시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나이 들어도 삶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사는 것이다. 이왕 사는 인생!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인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어찌 보면 죽기 전까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답해야 하는 과제일 수도 있다.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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