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아직 부조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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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는 아직 부조리하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2.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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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영국의 작가 조지오웰이 1945년 출판한 우화소설이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소련을 배경으로 썼는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은 돼지, 개 등의 동물이다. 돼지의 리더인 ‘메이저’는 농장주들에게 착취당하는 동물들의 현실을 비판하고 동물들의 공공복지를 주창한다. 급기야 지배자인 인간 농장주를 내치며 권력자로 우뚝 선다.

공공복지를 주장하는 돼지에 동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돼지들은 권력이 정점에 도달하자 초심을 잃고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동료 동물들을 토사구팽하기 시작했다. 돼지들은 자신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생각과 이상을 다른 동물들에게 강요했다.

나아가 인간 농장주가 자신들을 차별했던 것처럼 다른 동물들을 차별하고 착취했다. 초심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종국에는 인간과 돼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됐다. 끝내 <동물농장> 속 세상은 타락한다.

출판 당시 소설이 가져온 반향은 대단했다. 이를 경계했는지 작가 조지오웰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과정은 서문에서 굳이 밝혀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 후 80년 가까이 흘렀다. 당시에는 파격 그 자체였던 소설 속 세상은 우리에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처럼 비쳐진다.

지금 사회에서도 정관계의 이해가 얽힌 곳에는 늘 <동물농장>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수해복구 공사 비리와 관련된 이슈도 있었다. 2017년 수해복구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납품 비용을 부풀려 계산한 사건, 이른바 동네한바퀴 의혹에 대해 지역사회는 무심했다.

결국 제보자가 고발한 시점에서 한참 벗어나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 언론이 비판 기사를 썼고 그제서야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다.

청주시 곳곳에서 소각장 인·허가문제, 공무원 솜방망이처분 문제, 청주TP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논란 등이 터져 나오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들로 사안은 묻히고 있다. 그 사이 바른말 하려는 개인, 시민단체, 언론은 뒷전으로 밀린다.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동물농장>에 언급되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말이 통용된다. 하지만 우리가 <동물농장>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교훈은 이런 말이 아니라 초심을 잃지 말고 모순에 빠진 우리의 어리석음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초심을 놓치고 있다. 시민들은 권력을 견제하는 초심을 잊어버렸고 권력자들은 국민이 심판자라는 초심을 망각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며 권력자들에 일침을 놓았던 촛불혁명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3.1절이다. 혹자는 촛불혁명의 뿌리를 3.1운동에서 찾는다. 그 배경에는 억눌린 민심의 반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3.1운동 100주년은 권력이 또 다시 민심을 억누른다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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