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강호축’에서도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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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강호축’에서도 빠지나?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9.03.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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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지사의 “제천역 패스” 발언에 지역 여론 발끈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야심작’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일명 ‘강호축’)을 놓고 제천 패싱 우려가 제기되는 등 북부권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 1월 충북도의 숙원사업이던 충북선 철도 고속화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사업을 확정했다. 도는 충북선이 고속화하면 오랜 기간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강원도와 호남이 충북선을 통해 연결돼 교통뿐 아니라 산업, 문화적으로도 경부축에 비견할 새로운 발전 축으로 ‘강호축’이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로 탈바꿈하는 충북선에 제천은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역에 팽배해지면서 도의 제천 소외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공개 발언을 통해 ‘제천역 패싱’을 기정사실화하자 제천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에 예타 면제된 ‘강호축’ 철도 계획 노선은 호남고속철도~오송을 거쳐 충북선고속철도를 타고 중앙선 복선철도와 원강선(원주~강릉)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그 중에서도 충북선은 강호축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노선이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를 통해 세종 조치원에서 제천 봉양읍을 잇는 충북선 철도(129.2㎞) 중 충북 구간(오송~제천) 88㎞를 시속 230㎞로 고속화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비 1조 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충북선 고속화의 종점인 제천은 제천역이 아닌 봉양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 기술적 문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자칫 봉양역조차 패싱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지역에서는 강호축에서 제천이 사실상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한 제천시 의원은 “사업 검토 당시 충북선 고속화 사업 종착지는 제천역이 아닌 봉양읍이었고, 그나마 정부의 예타 면제 조치 때는 봉양읍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이후 제천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도는 마지못해 봉양을 경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는 열차의 고속 주행을 유지하기 위해 직선화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기술적 문제를 들어 충북선과 중앙선을 봉양역 이전 지점에서 연결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의 구상대로라면 충북 철도교통의 중심인 제천은 강호축은 물론 충북선 기존 노선에서도 패싱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제천시와 의회 등은 청주~충주를 거친 고속철도가 봉양역을 지나 제천역에 정차한 뒤 다시 봉양역으로 후진(스위치백)했다가 원주로 올라가는 방안을 제3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열차 운행시간이 길어지고 사업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인근 충주 등지에서는 벌써부터 “중부내륙선 철도 앙성역과 원주를 잇는 방안이 보다 효과적”이라며 앙성~원주 노선에 군불을 지피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전혀 걱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지역 다독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제천 패싱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염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최근 열린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제천 패싱’ 이야기가 들리는데 ‘제천역 패싱’일지 몰라도 ‘제천 패싱’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백운쯤에서 남쪽으로 우회해 봉양역을 통과해 중앙선으로 연결하는 방법”이라며 “봉양역은 제천에 있는 것으로 ‘제천 패싱’이 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기존 충북선을 제천역까지 고속화해 제천역까지 고속철이 갔다가 다시 돌아와 중앙선을 타고 원주 방향으로 가는 방법은 강호선을 최단 시간으로 연결시킨다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다. 충주역에서 제천역까지 우회하는 노선을 신설, 중앙선과 연결하는 방법은 60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 지사의 이어진 언급을 놓고 볼 때 제천의 역할은 기존 충북선 노선 때보다 크게 위축될 것은 자명하다.

그나마 이 지사가 밝힌 봉양역 정차 안도 확정된 것이 아닌데다가 추가 예산까지 소요돼 자칫 봉양마저도 패싱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이 지사는 “현실적인 봉양역 정차 안도 27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충북도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지역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하는 ‘강호축’ 사업에서조차 제천이 패싱될 우려가 제기되자 지역 정가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제천시의회 이재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SNS를 통해 당 소속 이 지사를 신랄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나온 최고의 코미디 발언이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분하고, 약이 오른다”며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을 봉양역에 떨어뜨려 놓고, 그 다음은 제천시를 봉양으로 옮기라고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도 반발에 가세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홍창 중부내륙미래포럼 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충북선고속화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은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충북도와 이시종 지사의 잇단 제천 홀대 가능성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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