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인데 왜 맘대로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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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인데 왜 맘대로 합니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3.0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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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3차 개발로 토지 수용 예고된 마을 현장 가보니…
주민들 “계획 수차례 변경, 이런 도시개발 어디 있나” 분개
주민들 사이에서도 토지 수용을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암동 구마을 가운데도 ‘중반’만 빠졌고, 1차 때 토지 수용으로 문암으로 이사와 새집을 지은 사람들의 토지는 이번에 또 수용됐다. 1차 부지 수용으로 쫓겨난 원주민 150여 가구 가운데 청주TP인근에 자리를 잡은 50여 가구는 3차 부지 사업에 포함됐다. 사진은 문암동 주변. /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TP 3차 확장 이후
발만 동동 구르는 주민들

“우리집은 이번에 3차 사업에 들어가는 거예요? 빠지는 거예요?” 문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기자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청주시가 청주TP 3차 지구 확정을 고시한 다음날이지만 부지가 들어갔다 빠졌다를 반복하다보니 이젠 토지 소유주조차 헷갈린 것이다. 이에 대해 (주)청주TP 자산관리 담당자는 “3차 확장 계획이 몇 번 바뀌면서 그런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바뀔 때마다 공람을 다 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암동의 경우 이른바 ‘중반’이라고 불리는 마을만 이번 청주TP 3차 산단개발 사업에서 쏙 빠졌다. 이 부지는 대부분 남의 땅에 살며 지상권만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주)청주TP 자산관리 담당자는 “지표조사에서 문화재 유존 지역으로 나왔기 때문에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빠진 문암동 구마을의 42가구는 청주TP 3차 조성 사업에 포함시켜 달라고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낡은 농가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은 신설되는 북청주역과 인접해 주변에 역세권 개발이 이뤄질 때 더욱 슬럼가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곳은 처음에는 3차 부지에 들어갔지만 나중에 빠졌다.

 

개발 정보 제대로 공개했나

 

반면 ‘수변경관지구’는 2017년 11월 3차 부지 공람을 했을 때는 빠졌지만 이듬해 4월 3차 부지 변경공람을 할 때는 포함됐다. 수변경관지구는 무심천 변 50m구간에 있는 땅이다.

수변경관지구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모 씨는 “우리집은 1차, 2차 때 들어갔다 빠지고를 반복했다. 3차 때는 빠졌다가 다시 들어갔다. 이런 무계획적인 도시개발사업이 어디 있나. 내 땅인데 자기들 맘대로 넣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수 십 년 째 재산권 행사를 못해도 이곳을 지키고 대대로 살았다. 이 사업이 진짜 시민을 위해서 하는 사업이 맞나. 시민은 내 땅을 뺏겨도 무조건 참아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토지 수용을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암동 주민 오모씨는 “3년 전 전답을 평당 300만원 준다고 했는데 안 팔았다. 인근에 북청주역이 온다고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런데 이번에 수용이 됐다. 옆집은 빠졌는데 우리집은 수용이 된다. 보상을 얼마나 받겠나. 정말 그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현실가 보상도 아니고 공시지가 보상이라는 데 밤에 잠이 안 온다.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렸으면 목소리를 내야지 왜이리 잠잠한지 그것도 답답하다. 나라도 시청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이라 30년 동안 재산권 행사도 못했던 곳이다. 1차 때 전답을 50만원에 수용해 750만원에 분양하고 나중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1300만원에 팔아먹었다고 하더라. 보상받고 과연 그 돈으로 청주에서 땅을 사서 농사짓고 살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주민들 “도장 다신 안 찍어준다”

 

문암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토지 수용을 앞두고 혼란한 심경을 밝혔다. /사진=육성준 기자

문암동 주민 황순녀 씨는 “1차 때 전답이 수용당했다. 테크노폴리스 직원의 보상 많이 준다는 말에 도장을 얼른 내어줬다. 크게 손해 안보고 어디 가서도 먹고 살게 해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보상가는 평당 78만원이었다. 농사지으면서 겨우 먹고 살았는데 어디 가서 이 돈으로 땅을 살 수 있겠나. 나중에 억울해서 행정사를 사서 알아보니까 내가 도장을 내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이번에 또 토지가 수용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안 당할 것이다. 끝까지 도장을 안 찍어줄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주민들 가운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에서 하는 사업이니 도와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가 보상을 해준다고 믿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 동네는 80~90대 노인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쫓겨나서 어디가서 살까 생각하면 참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문암동 구마을 가운데도 ‘중반’만 빠졌고, 1차 때 토지 수용으로 문암으로 이사와 새집을 지은 사람들의 토지는 이번에 다시 수용됐다. 1차 부지 수용으로 쫓겨난 원주민 150여 가구 가운데 청주TP인근에 자리를 잡은 50여 가구는 3차 부지 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이번 3차 부지 수용으로는 원주민 500여가구가 이삿짐을 싸야 한다. 당사자인 모 씨는 “1차 때 쫓겨났는데 3차로 또 쫓겨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미리 알려줬다면 다른 곳에 집을 지었지 왜 이곳에 지었겠는가. 사람이 살면서 집 짓는 게 쉬운 일인가. 참담한 심경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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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내쫓는 개발, 도대체 왜 하나”

사업시행자 “산업단지 유치 위해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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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3차 부지 확장 사업의 전체 개발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대다수 주민들은 “처음부터 개발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투명하게 진행했어야 했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주)청주TP자산관리 관계자는 “도시계획전문가들과 청주시 등 관계기관, 사업시행자가 함께 그림을 그렸다”라고 밝혔다. 실시설계는 (주)홍익기술단이 맡아서 했다. (주)홍익기술단에는 퇴직한 충북도, 청주시 공무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주TP 3차 부지 확장 계획을 보면 문암동 구마을 뿐만 아니라 송절동 일부가 빠져있다. 이에 대해 (주)청주TP자산관리측은 “송절동 일부 땅은 지적불부합지이기도 하고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또 백로서식지 등도 있다.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딱 잘라 이유를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 모 씨는 “처음부터 지구 전체를 묶어 놓고 시민들에게 과정을 공개하며 개발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잡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즉흥적인 개발 계획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개발 지도를 보면 쥐 파먹은 것처럼 군데군데 빠져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반발을 무시하고 3차 부지 확장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주)청주TP자산관리 관계자는 “청주지역에 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북청주역 역세권 개발도 사업을 하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3차 부지에 오기로 한 기업들은 어떤 곳일까. 이에 대해 (주)청주TP자산관리 관계자는 “기업들의 명단은 지금 공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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