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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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3.13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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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시민사회단체 간부들 속속 현장 떠나자 비판 목소리
“시민운동 영역확장”에 “현장에 남아 쓴소리 해야” 주장
과거 청주는 전국적으로 시민운동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꼽혔다. 얼마전부터 시민운동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시민위원회 발족 500인 원탁회의에 참석한 시민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

최근 충북의 시민사회단체 간부들이 속속 현장을 떠나자 시민운동은 누가 하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청주는 시민운동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꼽혀왔다. 지방자치·경제·여성·환경·문화·노동·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직돼 많은 일을 해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전국 곳곳에는 강력한 사회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충북도 분야별 대중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여러 단체가 등장했다. 1989년 5월 충북여성민우회, 같은 해 6월 충북참여연대의 전신인 충북시민회, 1994년 3월 충북민예총, 같은 해 4월 충북·청주경실련, 1995년 11월 청주여성의전화, 1996년 청주환경운동연합, 2005년 6월 행동하는복지연합 등이 깃발을 올렸다. 이후에도 많은 단체들이 출범했다. 청주YWCA는 이보다 훨씬 전인 1965년 창립됐다.

현재 이 중 충북여성민우회와 행동하는복지연합은 해산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충북의 여성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던 충북여성민우회는 1990년대 후반 재정마련을 위해 ‘계’를 시작했으나 이로 인해 침몰됐다. 곗돈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소송-통장압류-지자체 보조금사업 반환 등을 겪은 뒤 충북여성민우회는 2011년 12월 해산했다.

그리고 충북 유일의 사회복지전문 시민단체인 행동하는복지연합은 사회복지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많은 일을 해왔다. 동시에 청주시 대성로 청주대 근처에서 행복카페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2일 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정했다. 양준석 사무국장이 단체를 떠나자 뒤를 이어 운영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매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민사회단체 간부들 중 그동안 현장을 떠난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은 청와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관, 교육기관 등지로 이직했다. 충북 시민운동 1세대라 불리는 트로이카 3인은 이미 단체를 떠났지만 여전히 이름이 오르내린다.

송재봉 전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충북시민재단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옮겼고, 염우 전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이두영 전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이 됐다. 염 이사는 다른 곳으로 간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전 사무국장은 충북도교육청 홍보담당 사무관, 신성철 전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은 충북인권센터 인권보호관, 박종관 충북민예총 전 이사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장으로 벌써 자리를 옮겼다. 또 최근에는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이 충북도교육청 6급 별정직 정책보좌비서관, 오경석 전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미세먼지대응센터장으로 갔다. 이 자리는 이번에 만들어졌다.

건전한 시민사회단체는 항상 필요

 

그러자 이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한 간부는 “활동가들이 단체를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 정치권으로 가거나 지자체 위탁사업 운영, 연구소 운영 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도 “다른 지역 활동가들도 많이 떠나는 추세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호봉을 인정받으며 승진하는 게 아니라서 이 자리에서 정년하는 것은 힘들다. 새로운 길이 있으면 찾아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정치참여나 기관으로 가는 것을 영역 확장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더 많다. 시민사회단체는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지방자치·경제·여성·환경·문화·노동·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활동을 오래 해온 간부들이 빠져나가지만 신입회원들이 그 만큼 들어오지 않아 단체의 힘이 빠지는 것 또한 걱정이라는 것.

지역인사 모 씨는 “활동가들이 그간의 인맥과 경험을 살려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야지 왜 사무처장급이 되면 기관이나 지자체 위탁사업을 하는 곳으로 옮기는가. 한 기관의 직원, 수탁업체의 장으로 가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사회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지자체나 지방의회, 기타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압박할 수 있는 곳은 건전한 시민사회단체다. 과거보다 이런 운동이 축소됐다. 이유는 활동가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은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미 관변단체가 됐다고 혹평한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여러 분야 중 특히 복지, 문화, 교육은 비판의식을 가지고 쓴소리를 할 만한 단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복지분야는 행동하는복지연합이 활동을 중단해 이래라 저래라 할 단체가 없다. 그리고 문화분야는 충북민예총이 있으나 언제부터인가 문화예술인들의 단체 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

충북민예총은 시민사회단체는 아니지만 과거에는 문화예술분야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해 왔으나 몇 년 전부터는 별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한 뒤 다시 조용해졌다. 충북교육발전소도 김병우 교육감 시대가 열린 후 거의 충북교육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게 여러 사람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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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9-03-15 13:28:34
충북교육발전소도김병우교육감시대가열린후거의충북교육을비판하지않는다는게여러사람들의지적이다.//꼭 비판을 해야하나요? 잘 하고 있는데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시민단체는 아닙니다. 비판을 위한 단체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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