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딸기산지에 폐기물공장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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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딸기산지에 폐기물공장 웬 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3.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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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주범 레미콘 막았더니 악취 솔솔 지정폐기물업체 검토논란
청주대표 친환경농산지 ‘가덕’이지만 결정권은 금강유역환경청에...

가덕면 삼항리 일대는 지난해 레미콘공장 설립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가덕이 친환경 딸기 생산지임에도 공장설립 허가요청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허가절차가 진행됐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허가는 취소됐지만 농사에 전념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투쟁했던 농민들은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마을 곳곳에 붙은 가덕폐기물처리장 반대 현수막

그런데 이번에는 가덕에 폐기물공장이 들어온다고 난리다. 이선민 가덕면주민자치위원장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청주시로 계산리 인근 부지에 폐기물공장이 들어서는 게 가능한지 검토의견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허가를 신청한 A업체는 지정폐기물 중간처리업,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폐기물 재활용업, 고화제 판매업, 시멘트원료 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다. A업체는 연간 약 7500톤의 폐황산, 폐산을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를 처리과정은 반입한 폐황산에 중화제인 가성소다를 넣고 중화시켜 중화된 물질을 폐수처리장 등으로 출고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주민들의 민원에 A업체 대표는 난감한 기색을 피력했다. “이 지역이 개발허가구역이라서 금강유역환경청에 공장입지가 가능한지 검토문의를 했다. 우리도 주민 민원이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의 해명에도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주민 O씨는 “업체가 해명했지만 주민들도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 레미콘공장 때도 주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허가까지 떨어졌다. 주민들은 할 수 있는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유출되면 치명적

주민들 사이에서는 폐기물처리 과정 중에 황산이 유출되면 치명적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황산은 국가 화학산업의 척도로 주로 산업기계를 세정제로 쓴다.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관리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둔다. 보통 중화해서 배출하는데 세정제로 쓰기 때문에 산성성분을 없애도 그 속의 오염물질은 남는다. 중화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종종 유출사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북 칠곡군에 있는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황산이 누출돼 칠곡군에서 주민대피문자를 돌려 일대에 큰 혼란이 일었다. 2012년에는 구미공단의 한 업체에서 황산가스가 누출돼 5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2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L씨는 “작년 레미콘 공장허가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왜 이런 시설들이 청원딸기 주생산지인 가덕인근에 들어오려는지 모르겠다. 산업단지하고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 지자체에서도 왜 검토를 하거나 허가를 내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검토 중인 예정지 바로 옆은 친환경 채소를 생산하는 농장 Y업체가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논란의 부지가 Y업체처럼 친환경농지인 가덕과 어울리는 공장이 들어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계속되는 논란에 청주시도 억울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공장건축과정에서는 청주시가 인·허가 주무관청으로 공장설립 가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이미 조성된 공장부지에 업체가 들어오는 것은 업종과 관련된 관청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 업종의 인허가결정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갖고 있다.

 

지난 18일 주민들과 업체대표가 만나 공장입주와 관련된 논의를 벌였다

합법이면 불가항력?

금강유역환경청 한 관계자는 “지난달 10일경 법적검토 요청이 들어온 상황으로 현재 청주시와 사업계획서가 적합한지 협의 중이다. 청주시와 논의해서 보완과 재검토 절차 등을 거친다. 만약 법적인 하자가 없으면 적합판단이 난다. 그러면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인·허가 절차를 밟게 된다”고 답했다.

인근은 무심천의 상류지역으로 주민들이 모여 사는 가덕면사무소 일대와 1.8km 떨어져있다. 더구나 청주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려시대 석탑인 계산리 오층석탑(보물 제 511호)가 있는 말미장터도 1km에 떨어져 있다.

특히 말미장터는 각종 유적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관광지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의 열의도 대단해서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대표 시민프로그램인 초록마을사업을 매년 추진했고 지난해에는 잘 가꾼 마을로 평가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이선민 주민자치위원장은 “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마을이 뒤숭숭하다. 22일에는 금강유역환경청에 주민들의 탄원서를 제출한다. 해당 업체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따질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거주지 옆에 폐기물처리업체를 내준다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굳이 멀리 떨어진 청주 대표 친환경농업지에서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자연환경을 보존해야할 이곳에 각종 오염물질이 가득한 업체들로 얼룩지는 일은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현재 업체 측은 금강유역환경청에 영업이 가능한지 검토 문의를 한 상황이다. 한 달 넘게 타진 중으로 청주시에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그런 가운데 현재 가덕면 곳곳에는 업체의 입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주민들과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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