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한국정치, 정치 접고 선거만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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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한국정치, 정치 접고 선거만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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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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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하 승 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모독을 이유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원수모독죄’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법률상의 ‘국가모독죄’는 2012년 10월에 위헌결정을 받고 폐지되었다).

전체 300석 중 241석(80%)을 차지하는 두 정당이 서로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정치적인 갈등이 생산적인 논쟁을 낳는다면 그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쟁점조차 애매한 감정싸움이라는 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인용했던 블룸버그의 기사는 2018년 9월에 송고된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이어지면 지난 65년의 정전상황을 끝나고 남한과 북한, 미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에 이를 것이라는 취지의 연설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설이었다.

지난 9월, 자유한국당은 윤영석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빌어 북한이 핵무장 의사를 완전히 접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분이 무척 좋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줬으니”라고 남겼지만 큰 논쟁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6개월이나 지나서 이런 싸움이 벌어졌을까? 일차적으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큰 성과 없이 끝난 탓이 크다. 종전선언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렀다면 자유한국당은 정치적인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고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실패야말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좋은 기회이고 실제로 탄핵 이후 처음으로 30%대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의 소모전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한반도 긴장 완화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큰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거의 전쟁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자유한국당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생산적인 논쟁을 하고 싶다면 지금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대안 없이 주장한다면 무력통일하자는 태극기부대의 외침과 다를 바가 없다(물론 이미 당 내에 태극기부대가 많지만).

이런 소모전이 낳는 또 다른 문제는 정치개혁을 후퇴시킨다는 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연설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겠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집결시키면 국회 숫자를 더 줄이는 것이 자유한국당에게 비율적으로 더 유리하다(300석 중 113석은 37.6%이지만 270석 중 113석은 41.8%이다).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런 메시지를 계속 보내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야당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바른미래당은 주요한 수신자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성문을 닫고 봉화만 계속 피우며 총선을 기다리면 된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속셈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를까?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성문을 열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성문을 닫을 명분을 주는 윤리위원회 제소를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 판단한 듯하다. 이런 ‘협박의 정치’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고 그 결과 두 정당이 대부분의 국회 의석을 차지했고, 진보정당들은 소수의 의석을 차지하거나 원외정당에 머물렀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한국당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런 고착된 권력나누기의 결과가 무엇일까? 바로 심각한 부패이다. 정형화된 양당제가 지금의 부패를, 정치인의 가족이나 측근들의 비리, 성폭력과 성범죄, 정경유착과 권력농단을 불렀다. 이제 적폐가 아니라 ‘부패’를 청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양당제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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