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의 場, 민간개발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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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무원의 場, 민간개발업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3.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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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허가 전문가인 공무원 영입하는 민간업체들
이들 중 몇몇 업체가 지역의 대형 사업들을 독점한다

건물 한 채를 지어도 수십 가지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사이가 틀어진다면 지을 수 있는 건물도 불허가 되는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상당구에 위치한 한 건물주인 A씨는 10년 전 하마터면 건물 한가운데로 통행로를 낼 뻔 했다.

그는 “당시 건물을 증축하는데 한 건축사무소와 진행했다. 그러다가 다른 건축사무소로 바꾸게 됐는데 그때부터 잘 추진되던 일이 올 스톱했다. 통행로를 건물 한편에 냈었는데 이를 건물 중앙에 내야 허가해준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따지러 청주시청에 들어간 그는 결국 담당 과장에게 건물 한쪽으로 통행로를 내도 문제 없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팀장은 끝까지 허가를 미뤘다. 결국 담당팀장이 바뀌고서야 건축허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씨는 “허가를 받으러 갔던 당시에 처음에 건물 설계를 진행했던 건축사무소 직원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공무원은 이후 몇몇 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고 결국 민간 업체에 취업했다.

전직 공무원 B씨는 “이런 모습이 퇴직공직자들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인·허가 내기 힘든 것을 해주고 결국 징계 받고 그만두면 그 업체에서 마련한 자리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민간주도 개발사업

 

이런 일들은 각종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총집체는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다. 개발에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행정절차들이 필요하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이하 산입법)에서는 행정절차를 개발계획절차와 실시계획절차로 세분화했다. 복잡해지는 절차에 요즘에는 민간에서 제안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개발사업들이 늘고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업체입장에서는 도시개발·산단개발사업의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수익을 크게 얻는다. 개발과정에서 민간개발업체들이 하는 것은 주로 서류를 만드는 일이다. 법에 명시한 절차를 밟고 저촉되는 부분에 대한 계획을 짜고 수정 보완한다.

특히 도시개발법이 생긴 이후 민간에서 제안하는 사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허가만 수백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건축사무소,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기본적인 건축, 건설사업과 더불어 서로 연대해서 개발사업에 뛰어 든다.

충북에도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대표적인 몇몇 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개발사업은 찾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이들 업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송역세권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는 청주시가 오송역세권에 지분이 없어서 사업에 관심 없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래서 퇴직공무원이 많기로 소문난 몇몇 건축개발업체들에 타진해봤는데 이마저도 잘 추진이 안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송보다 사업성이 없는 부지도 이들이 끼면 무리 없이 추진된다. 불과 2~3년 만에 터를 닦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단지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공무원이 많다고 소문난 업체가 참여하는 사업들은 순항하고 있다. 전직공무원 B씨는 “홍익기술단, 건양기술공사건축사무소, 선엔지니어링, 영진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청주에어로폴리스, 청주TP, 오창TP, 충주메가폴리스, 청주TP사업, 옥산 등의 산업단지 예정지에서도 이들 업체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 돌려먹기?

 

예를들어 어떤 곳은 B업체가 종합적인 설계를 맡고 다른 업체들이 세부용역업체들로 참가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A업체가 종합적인 설계를 맡고 다른 업체들이 세부용역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그래서 각 업체들의 등기부등본 상의 사업목적에는 상당부분 유사성을 갖고 있다.

업체들이 참여해서 지자체 인·허가를 대행한다. 전직 토목업체 관계자 K씨는 “개발사업은 몇몇 업체들의 독점이다. 노다지 사업이나 마찬가지로 인·허가 과정만 잘 진행하면 된다. 설계도면을 그리고 지자체에서 개발계획, 실시계획을 받고 나면 사업이 거의 마무리된다. 어떤 사업은 시행자가 되어 감리 등의 업무도 맡는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인·허가절차, 개발정보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해당 업체 관계자 가운데는 현재 지자체의 산단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지자체와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한발 빠른 정보를 얻고 남들보다 빨리 개발사업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업체들은 점점 경륜이 쌓이고 사업을 따기 더 용이해 진다. 전직공무원 B씨는 “업체들이 성장하는 것까지 뭐라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공무원이 뒤를 봐주고 해당업체들로 가는 경우가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이는 개별공무원을 징계해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S업체는 2015년 말에 청주시에서 퇴임한 이모 실장을 영입해 옥산의 산업단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고자 몇몇 지자체에서는 퇴직공무원들이 특정 기업에 재취업하는 공무원연금을 중단하는 규정들도 만들었지만 현재로서는 큰 실효성이 없다.

무엇보다 연봉이 연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퇴직공무원들을 앞세워 업체들이 이권을 챙긴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자체를 비롯해 정부에서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그런 가운데 민간개발업체들은 퇴직공무원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갈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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