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철수·김형식, 다시 꺼낸 두 작고 작가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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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철수·김형식, 다시 꺼낸 두 작고 작가의 이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3.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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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미술관 <그림 그리기 좋은 날> 개최
300여점의 대표작 및 드로잉, 사진, 영상 공개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작고 작가 2인의 전시회가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관장 홍명섭)은 2019년 첫 기획전시로 작고작가 왕철수(1934-2004), 김형식(1926-2016) 작가의 삶과 그림을 전시하는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화가의 대표작 300여점과 함께 드로잉, 사진, 영상 등 작가의 다양한 기록과 자료들이 함께 구성된다.

 

왕철수_벗꽃과 무심천_2000, 캔버스에 유채, 53×72.5cm
왕철수_벗꽃과 무심천_2000, 캔버스에 유채, 53×72.5cm

1970년대 지역에서 활동

<그림 그리기 좋은 날>전은 청주미술의 현장에서 1970년대 이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구상계열 작고작가를 중심으로 청주미술의 흐름을 다층적인 들여다본다. 청주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기획전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유작 및 다양한 생애사가 전시된다.

왕철수, 김형식 작가는 고립된 지역성과 미술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결핍, 사회적 소외, 서정적 구상회화의 반복적 그리기의 실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이들은 사생을 통한 현장 기록이라는 한국현대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청주를 대표하는 향토작가이자 미술교사, 충북의 기록화가로도 유명한 왕철수 화백은 충북의 산하와 소박한 일상을 주제로 평생 현장 사생을 통한 풍경화 작업에 천착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을 누군가는 꼭 기록해야 한다는 고집으로 충북의 명소와 자연을 꾸준히 그렸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류에도 오직 고향의 풍경에 대한 현장 사생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작가는 2004년 작고하기 전까지 “보는 눈, 느끼는 가슴, 그곳에 닿을 수 있는 다리, 떨리지 않는 손으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바람처럼 고향의 산과 들에서 충북의 정서를 풍경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70년대 초기작부터 2004년 마지막 작품까지 150여점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관련 자료가 2층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김형식 작품
김형식_고목 Ⅲ_1988, 캔버스에유채, 53×41cm

외로움이 덧칠해진 그림들

 

미술관 3층 전시실은 화가 김형식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형식은 미술에 대한 전문교육과정과 미술 단체, 그룹 활동과는 무관하다. 1972년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배재중학교 시절 그림을 배운 기억으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과거의 처절한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개인의 역경을 상징적 서사로 묘사한 초기작과 <고목>, <사랑채>, <채꾼> 등 다시 돌아온 고향에 대한 감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구분된다.

그 외 고향 괴산의 풍경, 가족에 대한 연작과 감옥에서의 절박한 시간을 묘사한 <수인> 연작으로 작품을 구분할 수 있으며 특히 빨치산 경험을 토대로 작업한 <노을> 연작은 격동의 한국현대사 속에 한 개인의 처절한 현실과 이념적 소용돌이의 기록으로 시대적 상황이 묘사된 대표작들이다.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대상들은 상처투성이 과거를 끄집어내어 어루만지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의 작품은 1999년 개인전 개최 이후 세상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2016년 작고하기까지 고독한 무명화가로 고향 괴산에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5월26일까지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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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철수 (1934-2004)
 

왕철수(1934-2004)구단양 남편시장에서_ 김운기 사진제공

1934년 충북 증평 장동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왕철수 화백은 1950년 청주사범학교에 입학, 한국전쟁 발발로 다시 대전사범학교로 편입 후 1953년 졸업했다. 19세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해 1999년 정년퇴임까지 46년 동안 청주와 충북지역에서 평교사로 재직했다. 1971년 청주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3년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고희 기념 초대전>까지 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85년 『충주댐 수몰지역 풍경화집』을 발간하며 신 단양과 청주예술관에서 각 각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후 1991년 <백두산 풍경전>, 1996년 <고향의 사계전>, 1998년 <대청호반 풍경전>을 통해 노장의 나이에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열정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왕철수 화백은 1979년 한국미술협회 청주지부장 역임, 1986년 충청북도 문화상, 단재학술상과 1994년 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상을 수상하며 충북을 대표하는 구상화가로써의 지역의 예술 활성화를 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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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1926-2016)

 

김형식(1926-2016)괴산소수 자택 고목과 함께-정인영 사진 제공

1926년 충북 괴산군 소수면 수리의 부자(父子)독립운동가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김형식은 청주 주성국민학교와 1945년 서울배재중학교(현 배재고)를 졸업했다. 배재중 재학시절 이순종 선생에게 사사 후, 1942년 ‘배재미술전람회’ 준특선, 1943년 ‘선만미술전(鮮滿中等美術展覽會)’에서 입상했다. 1945년 경성법학전문대학교 중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 후 1949년 중퇴하였다. 해방이후 이념과 한국전쟁에 휘말리게 되어 월북과 빨치산 활동으로 1972년까지 20년의 감옥생활 이후 47세의 나이에 고향 괴산으로 돌아와, 굴곡진 집안의 역사와 함께한 둥구나무 아래 쓰러져가는 독립운동가 생가의 사랑방에서 고독한 무명화가의 삶을 살았다. 화가의 고립된 삶 속에서 창작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지켜본 지인들의 도움으로 1999년과 2002년에 걸쳐 두 번의 개인전을 청주 월천갤러리와 청주 조흥문화갤러리에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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