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상업시설이 또 들어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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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상업시설이 또 들어온다니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3.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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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계획상 약 9만평 상가부지 조성 호재인가 악재인가
‘갈증해소’ 위해 공급한다는데 상황은 ‘물고문’ 수준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팔고 싶다”며 청주 산남동의 한 건물주는 토로했다. 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퇴직금에 대출금을 얹어 건물을 지었다. “월급쟁이 시절부터 펜트하우스 집주인을 꿈꾸며 1층은 상가, 나머지 층은 전세를 놓는 것을 목표로 악착같이 모았다. 그간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잘 버텨왔다. 그런데 요즘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물까지 넘어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1층 상가가 비었는데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지을 때 받은 대출금도 남아 있어 빚에 허덕인다. 그와 같은 ‘빌딩푸어’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말뿐인 허울이다.

임대료도 많이 내렸지만 대출 때문에 더 이상 내리기도 쉽지 않다. 고정비용이 있는데 이를 내리면 손해보고 장사하는 꼴이 된다. 산남동 상인회 K씨는 “이런 사정들로 인해 청주 전체에 상가 공실률이 약 25% 될 것으로 본다. 1층들을 제외하면 2층부터는 간판만 있는 업체들도 즐비하다”고 말했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지 청주에는 대규모 상권들이 속 속 늘어간다. 증가 속도도 무척이나 빠르다. 율량2지구 상권이 형성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청주TP에 또 적지 않은 유통부지계획이 들어섰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7만6205평(25만1479㎡)이 상업부지이고 논란이 되는 복합용지 1만3545평(8만9399㎡의 ½)까지 합하면 약 9만평에 상권이 생긴다.

 

율량2지구에 걸린 임대문의 현수막 /육성준 기자

산단보다 화두인 상가조성

논란의 중심에 스타필드 입점여부를 다투는 부지가 있다. 혹자는 스타필드 같은 업체가 들어서면 지방세를 많이 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효과도 미지수다.

한 세무사는 “소득세가 영업에 관한 세목인데 지방소득세는 법인세의 10%이다. 만약 10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405억원으로 가정해서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법인세는 세율 22%를 적용하면 89억원, 여기에 10%인 약 9억원이 지방세다”고 주장했다.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은 언론에 공개된 스타필드 매출현황이다. 이런 업체가 들어서면 지역에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흔히 말하는 고용창출 등의 기대효과도 얼마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스타필드 논쟁과 더불어 북청주역 역세권 개발도 지역 상인들의 큰 관심사다. 선도기업유치, 경쟁력을 갖춘 21세기형 친환경 산단조성, 인구유입유도, 소득 및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조성한다는 청주TP에 난데없이 북청주역 역세권을 개발하는 사업이 화두에 올랐다.

역세권 조성의 목적은 청주TP에서 기업 활동하는 사람들, 거주민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교통권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를 목적으로 인근에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3383세대에 약 3만 5000평 규모다. 인근에 상업지구 1만평과 환승센터, 톨게이트설치 계획도 있다.

계획만 놓고 보면 다시없을 호재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북청주역 역세권 인근에 지어진 상가들의 공실이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문의하던 사람들도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커피브랜드 중간관리자 J씨는 “우리 같은 브랜드들은 상권이 잘 형성된 곳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에는 기존에 상권을 가꾸고 만들었던 건물주, 중소 식당, 영업점들은 썰물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그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성안길 같은 중심상권들 마저도 공실이 발생한다. 주변상권은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상인들은 대응책을 마련한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성안길 상인C씨는 “성안길이 타격을 받으면 다른 상권은 폭탄을 맞는다. 지금도 청주시 전역에 상점이 과포화 상황으로 휘청인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이기주의’로 몰린 전력이 많아서 나서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서 상가가 더 들어선다면 청주시 상권은 어떻게 될까? 상권에는 건물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대하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임대인들은 대부분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를 대출로 극복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혹자는 자영업의 조정단계라고 하지만 일생의 자본을 투여해 놓은 건물주들에게는 조정이 아니라 파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아우성이다.

산남동 상인회 K씨는 “산남동이 처음 조성됐을 때도 여타 도시개발사업과 다르지 않았다. 20~30만원에 주민들에게 땅을 수용하고 600~700만원에 분양했다. 비싸게 땅을 산 사람들은 건물을 높이 짓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공람한 확장계획상의 북청주역 인근지역

현실을 직시해야

투여한 자본이 있다 보니 임대료를 내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일정이하의 임대료는 되레 손해다. 마치 돈 많다고 땅값 비싼 명동 한복판에서 수익성이 적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를 두고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말한다. 만약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는데 일정수준 이상 물을 마시면 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물고문이 된다. 현재 청주시의 상가가 물고문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상인 C씨는 “이런 논의가 나올 때마다 ‘재산권 지키기 아니냐?’, ‘부자들이 더 한다’는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대형 상가의 수익률은 -0.16%, 소규모 상가의 수익률은 -0.18% 하락했다. 상당수 대형 업체들이 어마어마한 매출 상승을 자랑한 가운데 하락폭을 주도한 상가들은 결국 지역자본의 업체들이었다.

그런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전만 유일하게 수익률이 상승했다. 그 원동력에는 공급규제가 있었다. 대전은 몇 년간 아파트공급을 조절했다. 그리고 상가가 늘어나는 것도 조율했다. 그 결과 청주의 아파트 값이 3000만원, 5000만원씩 떨어질 때도 꿋꿋이 버텼다. 우리에게도 이런 대책이 필요하다.

청주는 현재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전국 최장기간을 갱신하고 있다. 곳곳에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들리는 소식은 또 짓는다는 얘기들뿐이다. 그것은 누구의 이익인가? 집 없는 주민도,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인도 아닌 건설업자들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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