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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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 충청리뷰
  • 승인 2019.03.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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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치료 전문가 故 임세원 교수의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사소한 듯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고민,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문장이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 독소를 날릴 수 있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한다.

<사연>27세 남. 대학졸업반. 중고시절에 왕따 경험이 있었고, 우울과 불안증상으로 6년째 약물로 조절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학년인데 시험불안이 생겼어요.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가 불안해지면서 시험 중간에 포기하고 나오기를 몇 번째 인지 몰라요. 이런 내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고 우울해요. 심하게 우울해지면 약물로 조절 하지만, 그때마다 중고시절 나를 힘들게 했던 그들이 떠오르고 화가 납니다. 자격증 하나 없이 졸업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왜 나는 매번 이렇게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건지 억울하기만 합니다.

2주 이상 우울감 지속되면 치료 필요
‘오늘 기분 어때요?’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기분은 각자 느끼는 바가 조금씩 상이한 감정과 객관적인 수준을 뒷받침하는 정서가 혼합된 것이다. 기분은 동시다발성인 특징이 있어 모호한 느낌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행복한 동시에 슬픔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유사성이 있는 감정들을 분류해 과학적인 방식으로 관찰될 수 있도록 정서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인지, 느낌, 행동 경향성등의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정서 연구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마음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찾고자 노력한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지음 알키 펴냄

심리학자 폴에크만은 일차원적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기본 정서로 행복, 놀람, 슬픔, 공포, 혐오, 분노 6가지를 찾아냈다. ‘기분이 우울해요.’라고 답하면 기본 정서 중 슬픔에 가까운 상태이며 거기에 개인적인 느낌이 더해진 것이라 여기면 될 것이다.

우울감은 인간이 느끼는 보편타당한 정서중 하나인 슬픔을 말하는 것으로 일상에서 이를 느꼈다 하더라도 어색해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울감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는 대처가 필요하다. 외부의 자극이 없음에도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찾아가 볼 것을 권유한다.

우울증과 관련한 연구결과로 약물 및 심리치료를 병행하였을 때 예후가 좋음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심리학적 치료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증가하였다. 우울감은 다른 감정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과거 일어났던 일에 대한 반추사고로 우울감이 생성되었다면, 그로 인해 일어나지도 않은 것들을 미리 걱정하게 되는 것은 ‘우울감이 야기한 불안’과 같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감정은 사회적 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울감의 경우 사회적 활동을 철회하고 잠시 쉬어가도록 하는가 하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사회적 탐색을 하게도 한다.

본 사례에는 고통과 불행이 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곳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한 발 나아가기를 응원하고자 했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 그러니까 방법에 집중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저자는 상황은 상황대로 두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한다. 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은 후 실천해 나가야 함을 말한다.

비록 당장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울감에 빠져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저자 스스로도 수십 번 마음을 먹고 또 먹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우울증 치료 전문가였던 그는 지난해 말 뜻밖의 사건으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저자의 우울증에 대한 솔직한 경험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마음의 고통을 덜어내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머리와 가슴으로 들려준다.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의 희망에 의해 내 삶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길 고인이 된 과거의 저자와 현재의 필자가 함께 응원하는 바이다.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앨리스의 별별책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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