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했던 청주TP주민대책회의
상태바
비장했던 청주TP주민대책회의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4.02 19:4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대책위가 선임한 법무법인 설명회에서 ‘지장물 조사 불응’ 외쳐
“예외조항으로 조사 불응은 오히려 독, 소통해서 얻을 것 얻어야”

지난달 30일 오후 내곡초등학교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이하 청주TP) 일반산업단지 강서2동 주민대책위원회 설명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이흥세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청주시관계자, 청주TP관계자가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면 회의장에서 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3월 30일 주민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청주TP 주민설명회

이어 “그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청주TP에 전달했다. 하지만 답변은 너무 무성의 했다. 주민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주민대책위는 주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듣는 주민들은 비장했다. 그동안 두 번의 주민설명회 파행, 수많은 의견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와 청주TP는 사업을 강행했다. 공고공람도 2017년 11월, 2018년 4월, 2019년 1월 세 번에 걸쳐 진행됐으나 바뀌는 사항들에 대해 주민들은 알지 못했다.

결국 2월 28일 산업단지 확장에 대한 공고가 났다. 현재 주민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날 설명회는 고구려법무법인에서 주민들이 앞으로 할 수 있는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마이크를 잡은 구해동 변호사는 “총 네 단계에 걸쳐 주민들이 협상을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협의해서 토지·물건의 가격을 책정하는 일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여기서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이후 단계의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토지·물건의 가격을 매기는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3차 사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토지소유자 50%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강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보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해 토지조서와 물건조서를 작성하여 서명·날인 받아야 한다. 선결과제가 지장물 조사다.

 

네 번의 기회 있다?

지장물 조사가 끝나면 협의 보상금이 책정된다. 이에 불응하면 2차로 수용재결보상금, 3차로 이의재결보상금, 4차로 법원산정보상금이 나온다. 토지소유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차 협의보상금이다. 마지막 재판까지 가더라도 통상 1차 보상금의 10%도 증액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협의취득과정에서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자 50%이상의 토지수용 협의를 얻지 못하면 강제 수용할 수도 없다. 현행법은 개발구역 토지면적의 50%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확보해야 수용재결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강서2동 주민대책위원회의 자문을 맡고 있는 고구려법무법인은 이 점을 강조했다. 거부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구해동 변호사는 “지난 1차 때는 20% 남짓이 청주시 땅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힘써볼 틈도 없이 토지가 수용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10%정도만 청주시 땅이다.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계획부지에는 구거, 도로 등의 청주시 소유 토지들이 있다.

그간 청주TP 사업에 지분이 있는 청주시는 기부채납 형태로 청주TP에 토지소유권을 이전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산단 심의를 하며 국유재산 등에 대한 무상귀속 절차를 밟았다.

주민들은 몰랐지만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3차 확장 계획에서는 토지수용비용으로 1조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이는 이미 토지수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주TP의 한 관계자는 “보상규정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며 “현재 마을별로 다니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감정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가를 책정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보상비를 더 받으려면 지장물 조사에 불응해야 한다고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최근 경기도의 한 사업의 경우에는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자 조사거부 등의 이유로 건축물관리대장 등에 기재한 내용으로 보상계획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불응은 열쇠를 맡기는 꼴?

또 다른 지역의 한 사업에서는 지장물 조사 등에 응하지 않자 드론을 날려 사진을 찍고 증빙자료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사 L씨는 “법에도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시행사 측이 토지·물건조서를 만들고 한 번에 이의신청을 받으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항이 오히려 한 번에 열쇠를 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청주TP는 확장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1,2차와 비교해서 더 나은 액수를 보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은 서명하기 전에 최대한 시행자 등과 소통하며 얻을 것을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과 권력 앞에 주민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무기는 시간이다”고도 주장했다.

보통 개발사업은 다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민조직만 믿고 있다가 후회하기 일쑤다. 한번이라도 개발사업을 겪은 사람들은 주민이 직접 나서서 자기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최근 부산의 한 임대주택 추진계획은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여느 사업처럼 주민들은 턱없는 보상가에 항의했다. 그러다 승인 1년 반 만인 2017년 11월부터 협의보상을 개시했다.

이후 주민들은 조사를 벌이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미뤘다. 결국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협의보상이 13%에 그쳤고 협의보상에 응하지 않는 토지 및 지장물에 대해 시행사측은 2018년 2월 중도위에 재결을 신청했다. 이어 강제수용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이에 반발해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벌이고 집회를 열었다. 수차례 기장군청 앞에서 항의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기장군수는 기장읍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국토부등 사업시행측에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부산시장은 관련 사업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이 여럿이면 쇠도 녹인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의견을 모아 어려운 과정을 겪어 냈다. 청주TP도 마찬가지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구제받지 못 한다. 이웃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손에만 맡길 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권리를 찾을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기자 2019-04-05 13:20:14
힘을 실어드립니다~~홧팅

내곡동 주민 2019-04-04 08:28:33
관건은 뭉치면 산다

내곡동 화계 송절 문암 주민들이

뭉쳐서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하면 이길수

있다

아직 승산이 있다

모두 거부하자

노병의 외침 2019-04-02 20:44:20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 강서2동 주민대책위원회와 주민들이여!! 가열차게
싸우자.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헐값에 뺏기지 말자. 3번은 속지말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