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검사가 8번이나 바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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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검사가 8번이나 바뀐 사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4.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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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하나인데 1심 4번, 항고 4번 총 8번 담당검사 바뀌어
국민은 사법부 믿고 따르는데, 수사·재판 과정은 국민기만

충청리뷰는 2019.3.29일 자에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 기사를 다뤘다. B씨의 제보와 판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는 청주지역의 한 로펌 대표인 A변호사가 평소 거래관계가 있는 골동품 브로커에게 가격을 논할 수 없이 가치가 큰 중국골동품이 있다며 매수자를 찾아 줄 것을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브로커에게 내용을 소개 받은 B는 일종의 수고비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매수자를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 매수의향자들을 찾은 시점에서 매수자들은 물건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A변호사는 예치금을 요구했다. B는 “지인 J가 ‘A변호사는 믿을만한 사람이다’며 3억원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이 후 거래는 진행됐고 이들은 금전관계로 얽히게 됐다.

변호사 A, 소개한 B, 3억원을 쓴 J가 얽힌 해당 건은 2차 감정을 하지 못해 결국 매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B와 J는 A변호사를 사기 및 횡령으로 공동고소 했다. A변호사는 예치금이 아닌 계약금이라고 주장했고 B와 J는 고소장을 통해 골동품의 진위를 가려줄 것과 예치금을 돌려 줄 것을 주장했다.

이들의 사건을 다루기에는 지역법조계가 너무 좁았다. B는 지역에서 법률적 도움을 얻을 변호인을 찾을 수 없었다. “찾아가는 변호인, 법무법인마다 사건의 수임을 꺼렸다. 지역법조계가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어 어려움이 컸다. A변호사와 집안관계인 인물이 검찰 행정부처에 근무 하고 있다. 문제제기하면서 꺼림직 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법부를 믿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와 J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서 변호인을 선임했다. 그들의 변호인은 “골동품이 가짜라고 해도 사기죄로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사건에서 횡령에 대한 정황도 있으니 ‘사기와 횡령’을 묶어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남짓의 시간동안 이들이 제기한 형사 건(2017형제2***)에 대한 담당검사가 수차례 바뀌었다.

 

법조인들 “이해 안돼”

청주지검에서 B등에게 보낸 메시지를 살펴보면 1심에서만 담당검사가 4번 바뀌었다. 이후 검찰은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과정을 살펴보면, 2017년 7월 8일 검사가 지정·해제 사유로 재배당 됐다. 40여일 지난 8월 18일 정기인사로 담당검사가 바뀌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9월 14일 또 다시 정기인사로 담당검사가 바뀌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법조인들은 ‘한 사건을 두고 짧은 시간에 담당검사가 이렇게 많이 바뀌는 경우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나온 의견에서는 불기소이유로 ‘3억원을 송금할 때 성분분석 조건이 아닌 점, 도자기를 매매하기 위한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던 점을 종합하면 변호사A가 기망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이상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인은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금만 걸었다가 계약이 성사가 안 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수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가 있다. 부동산을 봤고 소유자까지 확실한 경우의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의 골동품은 추청가격이 176억원이다. 매매 의향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진품이면 사겠다는 의지이지 가짜를 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가격이면 매도자가 주는 감정평가서도 신뢰하기 힘들다. 이 부분을 다시 요구하는 것은 절차상 당연하다. 더구나 제시한 서류도 계약이라고 보기 힘들다. 혹 계약이 인정되더라도 진품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담당 검사나 이를 변호한 변호인, 당사자들이 이런 사안들을 문제 삼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한창 수사를 하던 고등검찰에서 지방검찰로 다시 내려온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해 B 등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이해하기 힘든 판단들

B와 J는 재정신청을 하고 사건번호(2018초제1**)를 받았음에도 4개월이 지난 뒤에야 법원으로부터 ‘신청기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사건번호가 나온 것은 절차에 맞게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들은 기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1월 대법원에 ‘재정신청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를 신청했다. 그렇지만 지난 19일 대법원으로부터 또 다시 기각 통지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B 등이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하게 된 것은 지난달 19일 있었던 민사항소심 변론에서였다. 충청리뷰는 2019.3.29일자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통해 A변호사에게 3억원을 송금한 J가 공동고소인인 B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을 다뤘다.

기사가 공개된 이후 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다. 돈을 줄 책임은 A변호사에게 있는데 판결은 B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돼 있다. 원래대로라면 당연 기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후 B와 J가 A변호사에게 민사를 제기하면 충분히 승산 있는 다툼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9일 있었던 재판에 참여한 박 모씨는 “판사가 재정신청기간은 아주 중요하다. 대법원에 상고해도 안 된다는 투로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B와 J는 대법원으로부터 재항고기각 통지문을 받았다.

대법원은 결정이유로 ‘원심의 판단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재정신청은 잘 인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날짜가 중요하다. 2심은 30일이 기간인데 이 경우는 날짜를 맞췄다. 그리고 접수번호가 나오면 기간에 맞게 신청된 것인데 기간을 이유로 기각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고소장을 보고 검사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고 판단되면 재정신청을 안받아준다. 그런데 검사가 진짜 수사를 안했구나 하는 것이 보이면 대개는 신청을 인용한다. 이 사건은 사기와 횡령으로 걸었는데 검사가 수사를 제대로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법원을 믿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 과정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 우리 법에서는 이들의 억울함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3심제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사법부가 깜깜이는 아닌지, 우리에게 3심제가 의미가 있는 일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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