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40개 중 준공된 곳 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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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40개 중 준공된 곳 한 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4.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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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재개발·재건축 정비 예정구역 지정 이후 주민반대 높아
“아파트 짓지 말고 옛 주택가 살리는 재개발정책 만들어라” 여론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철거가 진행된 청주시 탑동2구역. 사진/육성준 기자

문제투성이 재개발·재건축사업
2019 현재 청주시 추진현황

청주시는 지난 2006년 시내 전역에 38개 재개발·재건축 정비 예정구역을 지정했다. 나중에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은 운천주공과 사창2공구 B블럭 등 두 군데가 더 들어가 40군데가 됐다. 웬만한 청주시내 구도심 지역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모충·우암·사직·봉명·탑동 등 오래된 동네가 재개발·재건축 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뒤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비사업이 끝나고 아파트가 준공된 곳은 탑동1구역, 단 한 군데 밖에 없다. 구역명은 동네명이 아니고 정비구역에 붙인 이름이다. 탑동1구역에는 지난 2014년 3월 LH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았던 내덕1~4, 북문1구역 등 12개는 지난 201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한시법이 있을 때 제외됐고 우암2, 사직2, 석교, 내덕5 등 11개 구역은 2014~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주민들의 반대가 찬성여론을 이긴 것. 사직2구역은 조합설립 승인이 취소됐고, 나머지 구역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이 취소됐다.

 

현재 16군데 정비사업 추진 중
 

현재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16군데다. 이 중에서 우암1, 운천주공, 사직1, 사직3, 사모2구역 등은 재개발 반대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암1구역은 전체 주민의 44.9%, 운천주공은 25.8%가 정비구역 해제신청 동의서를 청주시에 제출했다. 동의서를 제출하면 청주시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제출한 것인지를 검증한다. 우암1구역은 이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운천주공은 검증을 마친 상태다. 또 사직3구역은 한참 반대 동의서를 받고 있다.

10여년 동안 이렇게 많은 동네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은 이 사업이 그 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거의 주민간 찬반논쟁이 불붙었고 반목도 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비사업은 추진위구성-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착공 등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한 단계씩 앞으로 갈 때마다 갈등이 표출된다. 정비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형님 동생 하고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사촌도 재개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지면 그 때부터 원수가 된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는 이유로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된 지역을 정비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실제 시내 구도심지역은 주택 노후와 공동화가 가장 큰 문제다. 건축한지 40~50년된 주택들은 금이 가거나 무너져 내려 수해나 기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곳에는 대개 노인층들이 거주해 노후주택을 보수하거나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드물다. 젊은층들은 갈수록 아파트촌으로 빠져나가 빈집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구도심지역에 아파트만 잔뜩 짓는 정책은 많은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충1구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반대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돈 때문이다. 대략 1억4000~1억5000만원 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이 재개발해서 지은 30평 아파트로 가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800~900만원 이므로 최소로 잡아도 2억4000만원이다. 그럼 최소 1억원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이 돈이 어디있느냐”고 하소연 했다.

이 돈을 부담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해서 원주민들은 쫓겨나는 정책이 정비사업이라는 게 반대파들의 주장이다. 이런 측면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 2006년 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할 때는 청주시내에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걱정할 정도로 물량이 남아돌고 있다.

 

까다로운 정비구역 해제요건
 

 

청주시는 정비사업에 대해 주민간 찬·반 대립이 심각해 정상추진 구역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해제를 신청하는 구역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비구역 해제요건이 까다롭다. 청주시 관계자는 “토지 등 소유자 25%가 해제 동의서를 제출하면 정비구역실무위에 상정해 주민의견조사를 거친다. 토지 등 소유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상권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40%가 해제 동의서를 제출하면 실무위를 거치지 않고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고 거기서 해제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주민의견조사는 우편조사로 하는데 회수율이 50%가 넘어야 한다.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청주시는 무산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비구역 해제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지자체마다 다른 점이 있다. 청주시도 수년전에 서울시처럼 바꾸려고 했으나 조합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 점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반대 주민들은 청주시의 해제조건이 까다롭다며 개정하라고 입을 모은다. 일몰제가 있으나 법적으로 2012년 이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구역 중 사업추진이 안되는 곳만 해당돼 청주시내 정비구역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비구역의 일부 주민들은 10여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있다보니 점점 더 낙후되고 초라해져 불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가 파손돼도 정비구역이라고 청주시에서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직1구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청주시내에 아파트가 넘쳐 걱정인데 구도심지역마저 아파트를 빽빽하게 짓는다면 청주는 심각한 아파트공화국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택을 보수해 가면서 이 동네에서 살기를 원한다. 구도심에 공원이나 주민 편의시설을 설치해 옛 주택가를 살리는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구도심에 아파트만 짓지 말고 주택가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획기적인 재개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북청주경실련도 지난 2일 ‘주민이 반대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 해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006년부터 추진된 청주시 도시재정비사업은 실패했다. 주민도 반대하고, 아파트 공급 과잉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무리한 재개발·재건축을 계속해야 하는가.지금은 주택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라,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제는 청주시가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아울러 청주시 아파트 공급 계획에 대한 보다 명확한 비전과 장기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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