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연임 조합장 대부분 3선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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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연임 조합장 대부분 3선 이상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9.04.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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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임 조합장 무제한 연임 규정은 장기집권 면죄부…9선 조합장도 탄생

지난 3월 13일 치러진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제천은 7명의 조합장 중 3명이 물갈이되고 4명이 재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조합장에 도전한 신인 중 상당수는 높은 현역의 벽을 실감하며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이같은 현역 우세는 임기 4년 동안 인사권과 재정권을 막후에서 행사하며 조합 운영 전반을 철저히 통제해 온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농협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의 무제한 연임은 조합의 투명성을 가로막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역동적 조합 발전을 이루는 데 장애가 된다는 여론이 높다.

이와 관련, 국회는 지난 2009년 현직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조합장의 연임을 2회로 제한(총12년 간)하는 내용을 골자로 농협법(제48조)을 개정했다. 다만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예외규정’을 두어 법 적용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비상임 조합장에게 연임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한 조합법이 현직 조합장의 장기집권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법에는 자산규모 1500억 원 이상이면 상임이사를 선임할 수 있고, 비상임 조합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자산규모 3000억 원 이상 조합은 의무적으로 비상임 조합장을 두어야 한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비상임 조합장이 조합을 경영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조합장이 아닌 상임이사가 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조합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겠다는 비상임 조합장 체제의 취지와는 달리 되레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위한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천농협 소속 한 임원은 “제천농협의 경우 조합장이 비상임임에도 조합장 독단으로 50억 원 대 제천시 신월동 제천농협 하나로마트와 조합 편의시설 신축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에 약 4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되는 등 임기 내내 조합에 갈등과 무리를 유발했다”며 “심지어 비상임임에도 조합장 급여를 이전 상임 조합장 시절과 똑같이 받아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합장이 이같은 전횡을 일삼고 중앙회 징계와 기소까지 당했음에도 버젓이 3선까지 한 데에는 허울뿐인 비상임 제도와 비상임에 대한 무차별적 연임 허용도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상임 연임 제한 예외 규정은 사실상 현직 조합장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호남 등 일부 지역 농협에서는 조합장의 비상임 체제 전환을 두고 조합원들이 조합장 사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천 지역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4명의 조합장 중 금성농협 장운봉 조합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3선 이상 ‘장기집권’에 성공한 경우인데, 이 역시 재선 이상 장기집권에 성공한 조합장들의 조직 장악력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봉양농협 홍성주 조합장의 경우 지난 1988년 처음 당선된 이후 연거푸 9선에 성공해 이번 임기가 끝나는 2023년이면 무려 35년을 장기집권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봉양농협 조합원 A씨는 “홍 조합장의 경우 조합선거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선거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릴 만큼 조합원과 주민들의 신임이 두텁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조합원들이 홍 조합장의 아성에 눌려 도전 자체를 꺼리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비상임에게도 연임 제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비상임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은 손질하지 않은 채 연임 제한에 예외를 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천농협 전직 임원 B씨는 “조합장이 추천위원장으로 사실상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임이사의 경우 조합원으로서 기본 지위조차 가질 수 없는 자리임에도 4년이던 임기가 2년으로 줄었다”며 “형식상으로는 상임이사가 경영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조합장이 허수아비 상임이사를 내세워 조합 경영과 의사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규모가 큰 농협들이 전문 지식이나 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상임 이사’에게 경영을 맡겨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취지와는 사뭇 결이 다른 반응이다. 이 때문에 농협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권한 분산과 경영 효율성을 고려한 ‘비상임 조합장’ 체제가 특정인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조합장이 비상임으로 포장한 채 상임이사 뒤에 숨어 실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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