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는 누가 만들었는가
상태바
썩은 사과는 누가 만들었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19.04.05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보경 교사의 학교폭력 보고서 『트라이앵글의 심리』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폭풍 같은 3월이 지나가고 이제 4월이 되었다. 학교현장의 3월은 교사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평화로운 학급을 세우기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 분석, 교육과정 설계 및 수행, 교사들간 협의, 학생 상담과 학부모 상담 등 교실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도 3월은 힘들기 마찬가지이다. 낯선 학급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다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긴장감이 공존한다.

학교는 서로 다른 개인이 만나는 공동체이므로 늘 갈등이 함께한다. 요즘 어느 학교든 가장 기피하는 일이 학교폭력 관련 업무이다. 사안이 발생하여 매뉴얼대로 해결하려면 사건을 잘 알아야 하기에 교사는 탐정 수사물의 프로파일러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매뉴얼대로 잘 해결된 사건이라도 계속 찜찜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이 업무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학교폭력을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마음으로 나누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보경의 『트라이앵글의 심리』라는 책이다.

작가 이보경은 초등학교 교사로 20여년 간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며,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전공했다. 보호관찰소에서 4년 동안 아이들을 상담했고, 교육청과 학교, 대학교에서 상담교육, 교사회복 관련 강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분이다.

이 책은 매뉴얼을 제시하는 백과사전 같은 글이 아니라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과 해결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의 상담 사례에서 마음이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도 펼쳐져 마음에 그늘이 하나 더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트라이앵글의 심리 이보경 지음 양철북 펴냄

아프니까 청춘이다. 진짜 그럴까? 유병재는 아프면 환자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학창 시절이나마 아프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아픔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은 왜 아플까? 물론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픔의 원인은 한 개인의 문제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기에 아픈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프다는 증거일 수 있다.

피해 학생에 대한 대처 아쉬워
저자는 썩은 사과 이론을 들어 사과 중에 썩은 사과가 1개가 있으면 다른 사과도 썩기 때문에 다른 사과를 지키려면 썩은 사과를 얼른 골라내 격리시켜야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인성과 도덕성만 비난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는 썩은 사과가 왜 발생하였는가? 썩은 사과를 누가 만들었는가를 깊이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안 되기 위해 강한 쉴드(방어막)가 필요하고, 피해자는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참으면서 학습된 무기력을 심화시키며, 방관자는 친구니까 안할 수 없으니 집단압력에 동조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방관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방관하게 된 이유는 교사와 학교를 믿지 못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상황이 뒤바뀌는 복잡한 현상도 일어난다.

저자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늘 아쉬웠던 점이 피해학생에 대한 대처라고 본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어쨌거나 가장 관심 받는 대상은 가해자이며 가장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지지받아야 하는 피해 학생은 소외되어 있다. 저자는 문제해결식 생활지도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가해자의 의미 없는 반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가지기 위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피해자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즉 학교가 공감과 신뢰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학교라는 공간이 안전함을 인식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저명했던 실험들을 이야기하며 학교폭력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인간 심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책을 읽으며 『갈색아침』이라는 그림책이 떠오르고, 수 클리포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도 생각나면서 우리가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여러 각도로 읽으려는 태도와 습관이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썩은 사과는 누구의 탓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었기에 그늘진 마음이 생기더라도 다 같이 직면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