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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숨죽이며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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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숨죽이며 사는 세상
  • 충청리뷰
  • 승인 2019.04.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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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미세먼지가 기승이지만, 개나리, 해당화, 벚꽃 등 봄꽃으로 온천지가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4월은 장애인의달 이기도 하다.

장애인복지법(제31조)에 근거한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2017,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결과를 보면 등록 장애 인구수는 총 251만 1,051명이며 추정장애인은 266만 8411명으로 장애출현율은 5.39%이다. 충북의 장애인구는 9만 4688명이며 여성장애인은 42.7%인 4만 405명이다. 발달장애인은 1만 261명(7.7%)으로 그중 지적장애는9653명(5.0%), 자폐성장애는 608명(2.7%)이다.

2014년 5월20일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및 복지욕구에 적합한 지원과 권리옹호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능력 및 기타의 능력장애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일생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보호부담은 매우 크며 그 부담은 엄마 또는 다른 여성보호자에게 그 책임과 역할이 전가되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괴롭힘과 따돌림, 각종 사기 및 범죄피해, 성폭력피해는 발달장애여성 당사자에게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호자든 발달장애 당사자든 결국 여성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되고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젠더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젠더관점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정책들을 수립해야하는 이유이다. 충북도의회는 3월30일 ‘충북도 여성 장애인 친화병원 지정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환영할 일이다.

‘충청북도 발달장애인생활실태 및 욕구조사 연구보고서’(2017,충북여성정책포럼)에 따르면 ‘당사자의 성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46.6%가 ‘각종 성범죄에 대한 노출’을 걱정하였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경우 60.3%가 성범죄 노출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장애인 36.5%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성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성폭력은 성별권력관계의 문제이자 뿌리뽑아야할 폭력이며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이다. 성폭력은 우리사회에 다양한 권력관계, 사회구조적인 성차별과 밀접하게 관련되며 젠더, 인종, 민족, 나이, 장애여부 등에 관한 통념이 서로 얽혀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은 장애여성의 몸과 마음에 깊은 골을 남겼다. 장애여성이 차별받을 이유는 전혀 없음에도 장애여성 특히 발달장애여성의 경우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성폭력범죄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근거해 다루어야 한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은 전국에 총 31개소이다. 일반인피해자보호시설 16곳, 장애인피해자보호시설 8곳, 특별지원인 친족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은 4곳, 자립지원공동생활가정은 3곳이다. 자립지원공동생활가정 3곳 중 장애인자립지원공동생활가정은 충북이 유일하며 올해 3월 개소하였다.

이 날 성폭력피해자인 발달장애여성들은 “자립!! 당당한 우리의 미래”를 간절히 염원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스물 스물 올라왔다. 아직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쓰리고 아프다. 그들만 외친다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일인가. 보호 시설에서 그들끼리만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성 평등에 기반한 일상을 공동체가 상호응답하며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할 때 자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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