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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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보장하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4.09 20: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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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반대 주민기자회견
주민들 “이젠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지난 3일 아침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익명을 요청한 이는 “현재 청주테크노폴리스 발굴조사를 하는 곳에서 10시에 문화재주민설명회가 열린다”고 알렸다. 곧장 인근 주민들에게 물었다. 주민대책위원회 사람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청주TP 발굴문화재 전문가설명회 /육성준 기자

이들은 그날 10시 30분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설명회는 그보다 더 급했다. 주민들은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 제보대로 현장에서는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주민설명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는 철기문화원의 요청으로 진행한 전문가설명회다. 주민설명회는 다음 주 쯤에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

급하게 현장으로 달려온 한 주민은 “지난번에도 주민들은 전혀 모른 채 설명회를 진행했다. 전문가설명회라고 하지만 해놓고 주민설명회라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모든 과정을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침부터 한바탕 홍역을 치른 주민들은 곧장 청주시청 브리핑룸으로 가 예정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간의 과정에 감정이 북받친 듯 끝내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흥세 주민대책위원장은 “인심 좋은 우리 고장은 조상대대로 물려온 삶의 터전을 지키며 오순도순 정답게 지내는 풍토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러한 정서를 깨려는 일방적인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처절했던 구호

주민들의 상당수는 농사꾼이다. 봄은 한해 농사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다. 돈 많고 당장 손해 봐도 버틸만 하면 뭐가 걱정이겠는가. 주민들은 그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농사를 뒤로한 채 마이크를 잡았다.

이 위원장은 “우리도 청주시민이다. 우리 삶을 보장하라. 청주시는 청주TP확장사업을 중단하라. 지구단위 확장계획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주민들이 문구를 만들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민들의 첫 번째 반대행동은 3차 확장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봄 청주TP자산관리 측에서 추진하는 주민설명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부터다. 강서2동주민대책위 한 관계자는 “1·2차 때 주민설명회를 열고 대다수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들었음에도 사업을 추진한 전례가 있어 아예 요식행위인 주민설명회 참여를 근절하자고 주민들이 뜻을 모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청주TP측은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고 끝내 3차 확장계획을 확정했다. 동네에는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담은 현수막들이 늘어섰다. 그러는 사이 주민들은 청주TP측에 의견을 전달했다.

이때까지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산단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과, 청주시에서 추진하는 공익사업이니만큼 ‘땅 한 평 팔아서 인근에 한 평 살 정도만 되면 양보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이런 이유로 주민대책위의 활동도 겉으로는 소극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요동치듯 주민들의 마음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사업계획이 나올 초창기만해도 시가로 보상한다는 의견들이 떠돌았다. 누구는 어떤 공무원에게 들은 정보라고 했고 또 누구는 시행사 간부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러기에 주민들 가운데는 억울하지만 체념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주민들의 외침이 수용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주민들은 청주TP확장사업에 과연 공익성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100만 도시를 지향하는 청주시가 도심 한가운데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의도는 완전히 잘못된 처사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 곳은 산단 입지 조건으로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한다. 이번 조성하는 곳에 발전소, 변전소 등 많은 혐오 시설이 함께 설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단을 확장하며 공해에 시달리는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강서2동주민대책위원회의 ‘청주TP 확장사업 반대’ 주민기자회견 /육성준 기자

최대 관심사 보상문제

1·2차 확장계획을 진행하며 주민들 가운데는 쫓겨나다 시피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시가보상을 해주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 동네에는 아직 인심과 정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관심 많은 몇 몇 주민들이 여기저기 묻고 다니면서 실마리가 하나씩 풀렸다.

주민 A씨는 2008년 청주TP 1차 개발계획이 세워지면서 소유한 땅이 계획구역에 묶였다. 사업을 하던 그는 산 좋고 물 좋은 송절동에 집을 짓고 이런 저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평당 50만원에 300여 평을 구입했다.

문화재지표조사와 토목설계를 끝냈다.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아 땅을 사고 1~2년을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던 중 개발계획이 세워졌고,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데 청주TP개발사업은 사업성의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끝내 A씨의 토지는 개발구역에서 빠졌지만 이미 사업체가 다른 곳에 터를 잡았다. 그는 훗날을 기약하며 땅을 묵혔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A씨는 다시 송절동을 터전으로 마당 있는 집을 짓겠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청주TP개발사업이 또 문제였다. 그의 토지는 이번 3차 구역에 포함됐다. “10년 전에 50만원에 샀다. 사람을 통해 청주시에 알아봤더니 지난번과 큰 차이 없이 보상할 것이라고 하더라. 공시지가대로라면 50만원도 받기 힘들다. 세금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인근의 토지거래가는 나대지가 300만원, 정지작업을 한 곳은 1000만원이 넘는다.

아직 공식적인 보상규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시지가의 1.5배 밖에 보상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청주TP측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인근 기업체에 자문을 하고 있는 한 법무사는 “1·2차에 보상한 내역들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토대로 20% 더 올려주면 정말 많이 보상해주는 것이다. 시가보상은 어디에도 없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이제 주민들 사이에 한 평 팔아 한 평 살 정도만 보장해주면 된다는 인식은 없어졌다. 주민들이 눈물을 보인 기자회견 끝에 이흥세 위원장은 “이제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보상받을 생각도 협의할 마음도 없다. 그럼에도 사업을 추진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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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2019-04-10 00:56:27
분신이라도 해야하나? 청주시는 tp중단하라

Juytr 2019-04-09 21:01:24
어지간히 받을가격인데 그만들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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