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적인 작품들에 경의를 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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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적인 작품들에 경의를 표하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4.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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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미술관 상반기 주제기획전 ‘퇴적된 유령들’

긴 시간과 노동집약적인 행위로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국내 작가들을 조명한 현대미술전시가 대청호미술관에서 3월 22일부터 6월 9일까지 2019년 상반기 주제기획전 <퇴적된 유령들-The accumulated ghosts>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김원진, 김윤경숙, 김윤수, 이규식, 이수진, 조소희, 편대식 등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대청호미술관 1층 로비에는 이규식의 작품 <李규식>이 등장한다. 그는 약 5주 동안 미술관 로비에 직접 문자드로잉을 한다. 로비 현관문, 유리벽, 기둥, 가벽 등 로비 1층의 시설물과 그 사이 틈새까지 노란 형광색 분필로 빼곡하게 채워,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이규식 작가의 대청호미술관 로비에 글씨드로잉

편대식 작가는 15m 대형 롤지 위에 연필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칠한 <순간>작품을 대청호미술관 1전시실에 설치한다.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는 형태로 전시한다.

김원진 작가는 자신의 일상 기록물과 수집한 책을 태운 재에 석고와 밀랍을 섞어 층층이 쌓아올리거나 얇은 판형을 만든다. 1전시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깊이의 바다>는 전시기간 동안 가루와 파편으로 바스러지도록 설치한다.

조소희의 <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는 가늘고 연약한 실들이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으로 서로 맞물려 넓은 공간을 채우며,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과 노동의 과정으로 엮인 실선들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겹쳐 보이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김윤수 작가는 오랜 시간과 자기수행의 방식으로 현실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시공간의 경계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한다. 작품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는 바람 드로잉을 360장 인쇄해 쌓아 올리거나 아코디언 형태의 종이 위에 그리고, 그 옆에 드로잉으로 꽃이 핀 평원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김윤경숙 작가는 선긋기 혹은 바느질, 비닐테이프 붙이기와 같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은폐, 망각되어가는 개인-사회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이수진 작가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시간성과 서사성에 관심을 두고 폐유리, 나일론 실 등과 같은 물질들을 사용해 작품을 설치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Glass Landscape>는 청계천 유리, 수공상점 주변에서 자투리 유리들을 수집 한 뒤, 마치 잔디밭이나 이끼처럼 설치한다. 이는 청계천의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의 진통을 앓은 서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수진 작 Glass Landscape Super bab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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