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생들을 줄세우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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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학생들을 줄세우겠다고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4.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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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초학력 진단조사 예고에 시‧도 교육청 반발
일제고사→표집 전환된 지 2년 됐는데 다시 돌아가나

이명박 정권 시절 시행된 이른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국의 학생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정책이었다. 일명 일제고사라고 불렸다. 2012~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충북도교육청은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이기용 교육감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진 비화가 있었다.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인 초등학생들이 밤 11시까지 문제풀이식 수업을 받은 것이다. 교육청에선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교장을 몰아세웠다.

최근 교육부가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시도 교육청 및 일선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충청리뷰 자료사진

현재 장학사가 된 한 교사는 페이스북에 “한 초등학교에서 밤 11시까지 강제자습이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청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장학사가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하더라. 실제 아이들 점수가 좋지 못하면 교사들이 학교장에게 달달 볶이니 강압적으로라도 나머지 공부를 시키던 수상한 시절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충북의 교사들은 이른바 일제고사로 인한 아픈 기억을 다 갖고 있다. 익명의 한 교사는 “학교장이 너무 압박을 해서 부끄럽게도 성적을 조작한 적이 있다. 어떤 학교는 학교장이 대놓고 성적을 맞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의원과 교육부에서 다시 일제고사 부활 얘기가 흘러나왔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로 바꾸고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전국의 교사조직들 반발

 

상황이 이렇자 전국의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에서는 전교조 충북지부가 반대성명을 냈다. 교육부는 현재 일선 교사들에게 전 의원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 교사들 대부분이 전체 평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교육청 차원에선 아직 입장 발표를 하긴 이르다. 법안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표집으로 전환한지 2년 만에 다시 일제고사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광주와 전북교육청에서는 교육청의 전수조사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북은 아직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성명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원인 분석과 정밀진단이 없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면 기존의 방법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교육부 발표는 기존의 방안을 재탕하고 있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단방법에 대한 철학적 고민 없이 진단대상만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식의 일제평가는 인적, 물적 낭비를 초래하고 단위학교의 교육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또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학력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이 가져야할 ‘기초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학교에 정착되기도 전에 현재와 같은 지적인 영역만을 강조하고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은 구시대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허건행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교육부에서 이미 문제가 있다고 검증된 정책을 다시 꺼내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반면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는 높아졌다. 이 문제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충북도교육청도 입장발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충북지부는 △학생들의 미래지향적 학습력과 관련한 학력 개념 정립 △기초학력부진에 대한 정밀하고 풍부한 원인 진단 △학교 현장을 파행으로 몰아넣는 일제식 전수평가 철회 △학교현장에 적용 가능한 교육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마련 △충북도교육청은 평가와 관련한 교육부의 역주행에 교육적 목적에 부합한 입장으로 답할 것 △학교자치와 자율성 보장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학교를 지원할 것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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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한 명도 포기 안해”

두드림학교 도내 초·중·고 전 학교로 확대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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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충북교육청은 2019학년도부터 초·중·고 전 학교에 ‘두드림학교’를 확대·시행 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에 초 61교, 중 39교, 고 12교에서 운영되던 ‘두드림학교’를 전 학교로 확대한 것은 모든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다.

‘두드림학교’는 학습장애, 정서적 어려움, 왕따, 돌봄 결여 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실현(Do-Dream)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기 위한 맞춤형 학습서비스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학생 수에 따라 400만~9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단위학교에 학습지원팀 구성, 학습동기강화 프로그램, 학습캠프 등 통합적인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교과학습 지도, 충북학습종합클리닉 학습코칭 연계, 병원 등 전문상담과 연계한 지원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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