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 ‘터널불가’, 교통평가 ‘터널 없으면 불가’
도시공원 일몰제 파장
매봉터널계획
도시계획상 매봉산 인근에 터널이 그려져 있다. 인근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터널 필요성이 제기됐고 20년 전인 2000년에 계획이 나왔다. 당시에는 아직 산남동이 개발되지 않았을 무렵으로 향후 개발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발상이었다.
그렇지만 사정이 변했다. 인구는 고령화됐고 아파트 수요는 크게 줄었다. 청주의 인구도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집을 사서 돈 벌었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주민들의 거주권, 환경권이 더 각광받는 시기다. 아파트는 이미 과잉공급으로 주민, 건설사 모두 힘든 상황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2016년 매봉공원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주민들은 반대했고 “매봉공원에 2000세대가 들어설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 것은 현재도 붐비는 곳을 교통지옥으로 만들고, 환경 측면에서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각종 영향평가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교통영향평가는 넘을 길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터널문제가 이슈로 부각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터널신설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교통영향평가상으로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산림훼손이 많다는 의견으로 보류된 상태다. 터널을 만들지 않고 교통평가를 통과할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터널이 생긴다는 등의 사실과 다른 얘기가 돌고 있다. 앞으로 주민 혼란을 일으키는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강력하게 하겠다”는 청주시의 입장이 나왔다. 분명히 터널계획이 있는데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다.
주민반대대책위 활동을 하고 있는 S씨는 “거버넌스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 이 자리에서 청주시 관계자가 터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데 참여한 사람, 그리고 녹취록을 열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다”고 주장했다.
매봉터널 계획
매봉터널은 산남주공2단지 아파트에서 모충동 포스트빌아파트 사이를 이을 예정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2016년 사업시행자인 (주)씨에스에프가 개발계획을 추진하고부터 잡음이 일었다.
그런 가운데 현행 계획으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터널이 없어야 하고,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터널이 필요했다. 터널을 뚫지 않는다면 시행사가 공원부지 외에 다른 땅들을 매입해 도로를 확충해야 한다.
인근에 숲세권 아파트들도 분양에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줄을 서서 분양될 상황은 아니었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결국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주변 토지를 더 매입해 도로를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매봉로를 확장하는 데 통행량을 분산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계획상 매봉로 확장은 잠두봉 개발에 따른 수요만 반영했다. 인근 주민은 “잠두봉의 1000여 세대와 관련된 통행량을 조사했다. 현재도 출퇴근 시간이면 막힌다. 만약 추가로 2000세대가 더 들어선다면 도로를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이달 중에 교통영향평가 최종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한다. 최근 오창 후기리소각시설의 환경영향평가,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들이 졸속처리 논란을 빚으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무마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청주 매봉공원은 산 중앙을 관통하고 자연훼손이 과도해 절토 사면의 시야확보가 어렵다. 금강청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재검토가 나온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무리 막무가내로 추진해도 환경영향평가를 해야하고 주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이기에 짬짬이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사업을 강행하게 된다면 “관련자 징계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도 우려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묶어달라
주민들은 매봉공원을 비롯해 일몰제 위기에 처한 공원들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어 달라고 주장한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이면 개발이 제한된다. 도시공원과 다르게 일몰제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반대급부로 주민재산권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그래서 지자체장의 큰 결단을 내리고 추진해야 한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시·도지사 또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시장이 지자체의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93%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기본계획과 공원녹지기본계획이 있고 이에 근거해서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아직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지만 6월쯤 전환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들은 “왜 청주시는 이런 방식에 따라 도시공원을 살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지자체 차원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 불가능하고 아파트 건설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다는 청주시와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비판했다.
청주시도 지난 2015년에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일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지정했다. 그런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고 통합청주시 이후 재원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일몰대상 공원 면적도 넓어 다른 시도에 비해 두 배 이상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