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책빵’은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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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책빵’은 문화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4.25 09: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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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먹는 문화가 확산되지만 청주는 전국적인 빵지순례길에 빠져
문체부 지역특화사업 ‘숲속책빵’, 전국적 관심 속 매달 1회 진행

인문학의도시

2019숲속책빵

 

농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정의 39.5%가 주 1회 이상 빵을 구입한다. 농촌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편의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대되면서 아침식사로 밥보다 빵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린 숲속책빵 /육성준 기자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빵을 배달하는 업체들도 늘었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3년차 스타트업 ‘새벽다섯시’는 말 그대로 새벽 다섯시에 빵과 음료를 배달한다. 

빵을 끼니로 여기는 식문화가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 고객은 “일반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과 음료가 아니라 업체마다 제빵사가 저마다 갖고 있는 철학을 담은 빵과 음료를 직접 배달해 주기 때문에 ‘새벽다섯시’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내세운 강점은 동네마다 조금씩 생산하는 빵들을 모아 배달하는 것이다.

동네빵집 제품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프랑스에서 배운 솜씨로 만든 빵, 이스트를 쓰지 않고 만든 빵, 우리밀로만 만드는 속이 편한 빵은 모두 청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동네빵집들의 대표 상품들이다.

빵집 주인들은 입을 모아 “오늘보다는 내일 손님이 더 늘어난다”고 말한다. SNS을 중심으로 꼭 가봐야 할 청주의 빵지순례길(註:성지순례를 응용한 말)에 이 업체들은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국단위로 보면 청주의 빵집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청주빵집 아직 부족

전국 곳곳에 빵집과 빵 골목들이 있지만 젊은이들은 부산 빵천동을 이른바 빵지순례길의 대표주자로 꼽는다. 골목에는 예전부터 몇몇 빵집들이 있었지만 2016년부터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관광상품화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빵집만 집중 양성하는 ‘빵창업육성책’을 폈고 ‘빵집지도’도 만들며 활성화에 나섰다. 그러자 오랜 빵집을 중심으로 불과 3년여 사이 빵집이 약 20개가 더 생겨났다. 이제는 빵집, 커피집 등 30여개의 업체를 중심으로 골목에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중앙동 학천당은 최근 카페 '목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육성준 기자

청주에도 20개가 넘는 동네 빵집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문제과’, ‘맥아당’, ‘오성당’, ‘팔봉제과’등은 오랜 빵집들이고 골목마다 청년들이 창업하는 특색 있는 빵집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구심점은 없다.

그나마 청주 중앙동을 중심으로 최근 2년 사이 젊은이들의 빵집, 커피숍 창업이 늘었다. 저마다 특색을 앞세워 동네와 지역의 문화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다보니 공방 등 머물 수 있는 공간들도 생겨났다.

주변의 한 상인은 “인근을 카페특화거리로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 옛 학천탕에서 청주 국민연금 사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20개가 넘는 커피숍들이 생겨났다. 저마다 특징이 있고 SNS에 다양한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1호 ‘숲속책빵’

이런 가운데 등장한 ‘숲속책빵’은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숲속책빵’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사업으로 선정돼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에 장을 편다.

모일 공간이 없는 골목빵집들에게 장소와 기회를 제공했고 지역 젊은이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고 참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맛있는 동네빵집뿐 아니라 참여하는 동네서점들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해 9월 숲속책빵 행사에 참여한 동네서점 ‘꿈꾸는책방’ /육성준 기자

기획자는 “예로부터 청주는 직지로 대표되는 기록 문화의 도시다. 기록문화가 발달했다는 의미는 먹고 살만했다는 것이고 문화가 꽃피었다는 방증이다. 이를 대중에게 끌고 나올 고민을 하다가 청주시의 슬로건을 되짚어 봤다. 교육의 도시, 녹색수도, 책읽는 도시에서 착안해 ‘숲속에서 책 읽고 빵 먹고’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행사가 시작되고 불과 1년 사이 동네서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숲속책빵’을 처음 펼 때만 해도 ‘마이페이버릿띵’, ‘뒷북’, ‘앨리스의 별별책방’같은 동네책방과 ‘꿈꾸는 책방’, ‘우리문고’ 등의 지역 중형서점이 있었다.

여기에 추가해서 올 초 ‘파란가게’, ‘달꽃’등의 동네서점이 문을 열었고, ‘남편취미’가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서점지기들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지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청주는 동네서점 출현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의 구심점인 ‘숲속책빵’은 전국 1호 빵, 책 그리고 원도심의 숲을 아우르는 기획으로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2년차를 맞았다. 올해도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작했다. 어쩌면 청주에 산재한 도심숲, 동네서점, 동네빵집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지금은 부산이 빵지순례길로 유명하지만 앞으로는 청주가 부산보다도 더 역사, 인쇄, 책, 빵, 인문학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을 갖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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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9-04-25 10:34:34
꼭 대표빵집이 있어야하나요? 동네사람들한테 인기 있으면 되는 거죠. 뭐든 이름나야하고 대표가 돼야한다는 생각을 돌아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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