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선비의 고향사랑, 끝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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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선비의 고향사랑, 끝이 없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4.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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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감곡향토문화연구회장, 감곡면지 발행 위해 드론까지 구입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몸과 마음을 하나처럼 움직여 실천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병구(病軀)에도 이를 즐겨가며 실천하는 어른이 있다.

충북 음성의 김근태(71) 감곡향토문화연구회장은 고향사랑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선비와 같은 인물이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선후배 동료 사이에서 늘 배려심이 많고, 사회를 기록하고 역사를 찾는다.

지난해 초부터는 고향 주민들의 희망인 감곡면지(甘谷面誌) 발행을 위한 자료 수집에 여념이 없다. 감곡면 마을 곳곳을 찾아 구비(口碑) 설화, 노래, 민속놀이 등을 채록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의 모습을 담는 것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 고가의 카메라 장비도 갖추고 있다.

특히나 일출, 일몰, 사시사철 가장 멋진 고향 풍치를 담기 위해 사비를 들여 드론까지 구입했다고 한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고향 기록에 대한 열의는 꼭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만학의 대학원생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는 감곡면지편찬위원회 편집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료 수집을 하던 중 음성군 관내에는 전해지지 않는 ‘장치기’라는 민속놀이를 발굴했다면서 소년처럼 즐거워한다. 지난 1월에는 문촌4리 마을에서 재현까지 마쳤다고 한다. 장치기는 겨울철 공치기 놀이. 막대기로 나무 공을 쳐서 상대편 골문에 밀어 넣는 민속놀이다.

향토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언제부터였을까. 농협 직원이던 그는 1990년께 어떤 외지인의 “감곡이 어떤 곳이에요?”라는 물음에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지인들과 감곡향토문화연구회를 조직했다. 13명의 회원들은 인근 철박물관 학예사의 도움을 받고 답사 활동을 벌여가며 감곡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기억했다.

그 결과 13년만인 2003년 434쪽 분량의 ‘감곡향토지’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그는 조사단장 및 책임조사원 역할을 맡았다. 2005년부터는 감곡향토문화연구회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gamgok1)를 운영하며 보물창고처럼 자료를 모아왔다.

3년전 그의 몸에는 췌장암이란 친구(?)가 찾아들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그 친구란 놈을 거의 떼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힘에 부친다. 그는 카페 대문에 “카페지기가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가 몹시 힘들고 어렵습니다. 카페를 함께 운영하거나 인수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그러면서도 더 긴 글로 감곡면지에 게재할 자료를 찾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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