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공사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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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공사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 충청리뷰
  • 승인 2019.05.01 1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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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공장 건설을 둘러싼 뒤늦은 ‘빅뱅’
(주)아산, 협력업체 무더기 고소로 업계 초미의 관심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은 지역의 산업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관심속에 설립됐다. 하지만 그 공사과정에선 건설업계의 못된 관행들이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공사 당시의 현장 모습.

SK하이닉스 청주 M15 반도체공장이 준공된 건 지난 2018년 10월 4일이다. 이날 기념식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참석해 이 공장의 의미를 가늠케 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전용생산라인인 청주 M15 반도체공장은 숱한 기록을 세우면서 현재 지역산업의 최고시설로 가동되고 있다. 당초 축구장 8개 면적의 크기에다 건설인력 240만명(연인원) 투입이라는 초유의 규모는 물론이고 20조원 단계적 투자와 고용창출 22만여명, 향후 70조원 생산과 25조원 부가가치 유발 등의 지표들은 지역사회에선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청주 M15공장이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2017년 4월 착공에 2018년 10월 준공이라면 결국 이 엄청난 시설을 1년 반만에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 것도 처음 계획보다 4개월을 단축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 때 심야 시간대까지 화려한 조명을 밝히며 공사를 진행했던 현장을 지금도 많은 시민들은 기억한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장부지와 각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제공했다 하더라도 공기를 이처럼 초스피드로 마친 건 당연히 업계의 ‘기록’으로 치부된다.

이 공사를 놓고 6개월만에 참여업체간 고소고발과 소송이 이어질 판이다. 당시 공사는 SK그룹의 SK건설이 맡았고 하도급 등을 통해 참여한 협력업체는 총 16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번에 고발사건으로 번진 것은 M15 2공구 지역공사중 시스템배관과 유기처리시스템배관 공사로, 통상 폐수처리장 공정으로 불린다. 이 부분을 SK건설로부터 2차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수행한 (주)아산이 관련 업체와 당사자들을 상대로 무려 8건이나 각종 비위혐의로 무더기 고발함으로써 파장이 크다.

폐수처리장 공사는 대략 세 단계로 도급 과정을 거쳤는데(도표 참조) (주)아산이 공사과정에서 이루어진 원청과 하청 업체들의 각종 부당행위를 주장하며 청주지검에 고발한 것이다. 이 사건은 특수부에 배정돼 고발인 조사를 거쳐 현재 피고발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진행중이다.

아산의 고발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원청업체와 갑을관계로 인한 공사과정의 부당행위로서 공사비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의 특정인 뇌물수수 혐의다. 아산은 관련회사와 해당자들에게 특가법상의 사기, 배임, 횡령과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주)아산이 하이닉스 공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 회사 이기연 대표와 국내 굴지의 건설사 부장직함을 가진 김OO의 인연 때문이다. 과거 둘은 같은 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고 지난 2017년 10월 께 김이 전화로 하이닉스 공사참여를 제의해 왔다. 이에 아산은 바로 윗단계 원청업체인 W사가 보내준 공사내역서를 근거로 75억원의 견적서를 김에게 보냈지만 김은 57억원으로 낮추고 도급계약서도 없이 공사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 이 대표가 그 금액으로는 어렵다고 하자 김이 다시 “추가공사를 발주하여 대금을 맞추겠다”고 약속해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는 게 아산측의 주장이다.

문제는 공사를 소개한 김씨의 정체로 하이닉스의 실제 공사와는 전혀 무관한 소속인데도 아산이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는 모든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입김을 작용한다. 취재 과정에서도 그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이 업계의 ‘브로커’라고 칭했다. 결국 아산은 김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금품을 제공했고 그 액수가 총 3억8200만원에 달한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자료에 따르면 현금과 수표, 해외여행 항공료 등으로 3억5000여만원 정도가 뇌물로 건네졌고 나머지는 법인카드와 그랜저 차량제공(리스)으로 이루어졌다. 차량은 아산의 반발이 있자 얼마전 되돌려줬고 2017년 12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사용된 법인카드 금액은 총 2천2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수차례의 전화 및 문자 끝에 취재기자와 어렵게 통화가 된 김OO씨는 “공사 견적비를 낮출 것을 요구하거나 초기에 도급계약없이 일단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면서도 3억8000만원 금품 건에 대해서는 “말 할수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주)아산의 당초 본공사 계약 규모는 57억원 이었으나 원청인 SK건설과 W사의 요청으로 시행한 추가공사를 포함하면 수주금액은 총 12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추가공사는 강압적인데다 대부분 T사에 하도급됐다는 게 아산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 대해 아산 이기연 대표는 “우리와 T사 간 관계에선 소위 우리가 갑인데 정반대였다. 원청들이 무조건 본공사는 물론 추가공사까지 T사에 하도급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면서 T사에 대한 대금결제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수시로 압박했다. 공사판에서 이런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산은 원청으로부터 총 45억원 정도의 공사대금을 못 받았고 이의 보전을 위해 그동안 수차례 원청측과 접촉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한다.

T사는 하이닉스 공사에 맞춰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을 본사로 하여 법인설립된 회사로 비계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아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공정으로부터 비계부분을 하도급 받음으로써 이 업체의 성격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자금 창구라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T사의 이OO 대표는 “무슨 특혜니 비자금이니 하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헛소문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가 여러 비계공사를 딴 것은 그동안 실적에 따른 업계의 신뢰와 공신력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를 우선한 측면도 있다. 하이닉스 공사가 워낙 빨리 진행되고 현장 책임자들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모든 공사과정이 하나같이 어려웠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얘기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항변했다. 

‘똥비’를 아십니까

건설판의 더러움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현장”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건설업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건설판의 복마전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SK 하이닉스 청주공장 건설에 참여한 그는 현재 아산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은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고 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안 뜯어먹은 놈이 없다”며 “공사가 너무 속도감만을 강조하다 보니 현장마다 제대로된 절차와 시스템이 무시된 측면도 있다”고 개탄했다.

특정업체의 현장에선 회사 책임자까지 자재를 몰래 반출하고 공사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사익을 챙기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이 번에 아산의 현장소장도 자기 회사로부터 납품자재 무단반출등 각종 비리혐의로 고발돼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똥비’라는 비위도 만연했다고 한다. 똥비는 현장의 반장이 주로 일용직 인부들을 상대로 하루 1만원 정도 갈취하는 돈이라는 것. 윗 사람에게 상납함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대부분 현장 인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1만원은 쪽돈이지만 하이닉스 청주공장처럼 규모가 큰 경우는 이 또한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피해자들은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밉보일 경우 일거리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로 따른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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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 김 2019-05-07 21:20:25
하청업자들은
대기업의 노예자너유~
아이고 요즘도 저런 비리가 ~
주)아산대표는 큰 결심을 하셨겠습니다.
이 참에 대기업 비리도 확 뿌리를 뽑앗버리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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