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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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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선택
  • 충청리뷰
  • 승인 2019.05.02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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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초임 시절부터 토박이로 지역에서 활동해 온 유용 기자가 KBS청주방송 총국장에 임명됐다. 지역출신 기자로는 청주방송총국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같은 소식에 지역의 여러 언론들이 긍정적인 기사를 내보내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때문에 다른 언론사에 대한 평가에선 극도로 배타적인 지역 동종업계의 관행을 깼다고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도 지난번 강원 산불 당시 가졌던 국가재난 주관방송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한 순간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참신하게 다가왔다.

이번 인사가 호평을 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그동안의 관행을 탈피해 순수하게 지역출신을 발탁했다는 점이다. 다른 지상파들의 과거(?)를 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통상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관례였고 충북은 특히 이런 현상이 심했다. 충북을 처음 접하는 인사마저 있어 그들의 첫 번째 과업은 다름아닌 지역의 지리를 익히는 것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개중엔 방송의 총체적 시스템과 운영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인사들이 잠깐 책임자로 내려왔다가 자체 구성원 및 지역사회와 어설픈 분란만 일으키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심할 때는 정권이나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며 호가호위 하는 바람에 눈총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인사는 그 민폐가 얼마나 컸던지 충북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두고두고 언론인들에겐 사석의 단골 안주가 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오랫동안 지역언론계를 짓누르는 비정상의 경영구조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이 다소나마 희석시키는 모범을 보였다는 점이다. 오로지 자본만을 앞세워 언론사를 경영하는 인사들의 일탈을 수도없이 보아온 동료 언론인들에겐 이보다 더 힘이 되는 것도 없다. 비로소 지역언론의 정상을 보는 것같은 위안이 되는 것이다.

평생 한 길을 걸었던 언론인들이 알량한 자본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주에 의해 한 순간 토사구팽되는 현실을 목격한 처지에선 이번 인사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언론사를 제조업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기며 구성원들을 마치 자기사업의 하수인인냥 취급하는 못 된 사주들에겐 충분한 일침이 되고도 남았다.

말단기자로 출발해 30여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현장을 누빈 ‘유용 기자’를 마침내 CEO로 선택한 것은 향후 기대감 이전에 그 자체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열하게 살아온 한 언론인의 입장에선 자기삶의 가장 의미있는 화룡점정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긍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번 KBS 인사를 보면서, 그리고 이에 대한 타사 언론의 긍정적 평가를 접하면서 한 가지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지역 언론계의 극도로 이기적인 배타성이다. 사주들끼리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너무 강하다.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적대적 정서를 숨기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동업자로서 동질성을 공유하지 못하는 원초적인 괴리(乖離)감이다. 언론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사람이 끝내 언론계의 물을 흐리고 또 언론을 내세워 행세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서로 간에 오랫동안 쌓이면서 어느덧 치유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역언론문화를 냉소화시킴으로써 언론 스스로의 위상까지 실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인들 간 특정 모임의 경우 만들기도 힘들고 모이기도 힘들다는 푸념이 당연시 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서로 자기만이 주인이라는 소아병적 패권인식이 팽배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KBS의 이번 인사에서 공영방송의 새로운 정립을 보는 것같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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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래 2019-05-04 08:05:32
지역을 제대로 알고 지역언론창달을 주도해온 유용기자님이
창주KBS를 이끌게 되어 도민으로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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