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솜방망이 징계는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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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솜방망이 징계는 제식구 감싸기”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9.05.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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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 징계 발표에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들 불만 봇물

지난 2017년 12월 제천에서 벌어진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가 소방관 6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충북도는 지난 22일 소방징계위원회를 열고 전 제천소방서 지휘팀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전 제천소방서장은 감봉 3개월 처분을 의결했고, 화재 당시 제천소방서와 단양소방서 소속 소방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시 소방본부에서 일했던 전 소방종합상황실장은 견책의 징계를 받았으며, 제천소방서 소방관 1명은 불문 처리됐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성실 의무 위반, 복종 의무 위반 등이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 전경. 4월 8일 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소방청 합동조사단도 현장 지휘가 미흡했고 2층 비상계단으로 진입했다면 생존자를 더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부 소방관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는데도 결국 제 식구 감싸기 식 처분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중징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며 “이번 징계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화재 참사 현장이 철거에 들어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가운데,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도 징계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나게 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도의 처분에 분노를 표시했다.

유가족 A씨는 “제천시가 지난 8일 (화재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등 참사의 상흔 지우기에 나섰지만 국회는 관련 평가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모순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천 화재 참사가 벌어진 지 1년 반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고,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와 흔적 지우기 속에 유가족의 아픔은 도리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을 비롯한 화재 피해자들은 이번 충북도의 징계 처분이 소방을 경시하고 화재 초기 진압 시스템을 약화한 이시종 지사의 원죄에서 비롯된 일종의 면죄부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010년 민선5기 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전임 도지사가 이미 수립한 소방본부의 현 충북연구원 자리 이전 계획을 백지화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생명으로 하는 소방 관리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즉 소방본부는 청주시 상당로 도 청사 안에, 소방상황실은 공단로 별개 건물에 따로 두어 지난 화재 참사 때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초동 진압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유가족 B씨는 “(이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에 취임하기 전에 이미 소방본부 이전 계획까지 수립이 됐음에도 1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관련 예산이 아까워 이를 백지화하고, 첨단 소방장비 보강과 소방 정원 확보 등도 소홀히 했다”며 “세계무예마스터십과 화장품바이오엑스포 등 소모성, 전시성 사업에는 혈세 수백억 원을 탕진해 놓고 소방 등 안전은 뒷전으로 한 이 지사의 무사안일한 전시행정이 제천화재참사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원인의 주요 당사자인 이 지사가 소방관들에게 실제 잘못대로 파면, 해임 등 엄중한 징계를 내릴 경우 징계 당한 소방관이나 관련 공무원들이 과연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번 솜방망이 징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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