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을 닮은 장선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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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을 닮은 장선영씨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5.0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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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쑨 도토리묵 일품… 월정리 복사꽃휴게소

충북 음성군 감곡면은 요즘 아름다운 복사꽃이 지천이다. 복숭아 주산지로 유명한 감곡면 중에서도 산지 복숭아밭 복사꽃 풍치가 더 멋지고 사진에 담기에도 좋다. 꽤 높은 곳에 위치한 감곡면 월정리가 요즘 진분홍 복사꽃 세상을 이루고 있다.

문학에 빠지는 마음가짐이라면 이즈음 시심(詩心)이 동(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이 동네 길가에서 조촐한 규모의 ‘복사꽃휴게소 식당’을 운영하는 장선영(54)씨의 마음이 그렇다. 시샘하는 봄비에 그 꽃이 다 지고 향기가 사라질까 안달하는 마음씨가 복사꽃 같다.

봄비 오는 날이라 꽃 배경으로 사진을 담지 못하는 그는 대신 독서에 열심이다.
집에서야 도토리묵 쑤느라 바쁘고 식당에선 그 묵을 파느라 분주하니 간간이 동하는 마음을 달래주느라 꽃에 마음을 주거나 책을 만진다. 직접 쑨 묵이라 그런지 탱탱하고 맛 또한 깊으니 비싸게 받아도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다.

그는 “이 시골길을 지나다가 들러주는 것만도 고맙죠”라며 “가능하다면 자연의 맛을 담는 것이 소중하다”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말하며 웃는다.
감곡면과 충주시 노은면을 잇는 520번 지방도 감노로

가에 위치한 복사꽃휴게소 식당은 10여 평의 소박한 곳이지만 묵밥과 손칼국수가 일품이다. 간혹 인근 골퍼들이 주문하는 다른 메뉴도 내놓곤 한다.

그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손님들이 기분 좋게 먹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마을에서 농사지은 것만 쓴다고 한다. 10여 대의 주차 공간을 갖춘 작은 휴게소지만 감노로 유일의 휴게소다.

휴게소 식당 벽면에는 그가 쓴 수필 단문 혹은 시구(詩句)가 붙어 있다.

「봄비 오자 끝 겨울
꽃샘이 편들고 아지랭이 춤추다.
봄 비에 놀라 쫓겨 가네 문 밖의 복사꽃
그 곁 은은한 향 코끝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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