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TP 2차 부지, 일부 현장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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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2차 부지, 일부 현장 보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5.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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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석묘 4기 등 유구의 가치 인정…15일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
사업시행자 “도로부지인데…”, 문화재청에 현장보존안 제출해야

지금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청주테크노폴리스(이하 청주TP) 산단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초기 백제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호서 지역 마한 문화의 실체를 볼 수 있는 첫 전시회는 청주TP 1차 발굴과 오송 2단지 개발사업 발굴 조사로 인해 열리게 됐다. 출토된 유물 570점을 공개했다.

청주TP 1차 부지 발굴은 2014년에 시작해 2016년에 끝났다. 발굴 과정에서 초기 백제 시대인 2~4세기 514기의 집터, 369기의 무덤, 18기의 제철로가 확인됐지만 일부 유구(집터 2기, 제철로1기)만을 전시관에 ‘이전 복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단일 면적에서는 최대 유물이 나왔고 학계에서도 “청주지역 고대사를 밝힐 수 있는 현장이 고스란히 나왔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그 위에 아파트가 세워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들이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2016년에 시작된 청주TP 2차 부지 발굴은 지난달에 끝났다. 시굴면적은 163,837m²였고, 발굴면적은 56,134m²였다. 2차 발굴에서도 4~5세기로 추정되는 적성묘 4기와 토광묘(산지 50기, 평지 200기), 유물 1000여점이 나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일대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문화유적에 대한 원형 보존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기자회견

 

이에 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TP개발사업에서 2~4세기 마한 역사는 물론 청주지역 백제사의 공백을 메워줄 귀중한 유적이 나왔지만 청주시는 이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성토했다. 1차 부지는 형식적인 소규모 전시관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것. 따라서 현재 발굴이 끝난 2차 부지의 경우 ‘현장보존’을 통해 문화유적의 원형을 보존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재청에서는 5월 15일 2차 부지의 보존방안에 대한 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충북참여연대는 8일 문화재청장 및 문화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청주TP 2차 부지 문화유적을 최대한 보존하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이제까지 문화유적 훼손에 대한 문화재청의 책임을 묻고, 2차 부지의 현장보존,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3차 부지에서는 현장보존의 원칙을 세워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주TP 2차 부지의 경우 1차 부지와 달리 일부 면적에 대한 ‘현장보존’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산지와 연결돼 있는 구릉 쪽 지역이다.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적석묘 4기는 충북지역에서 안 나오는 형태여서 문화재 위원들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현장보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사방적석식목곽묘는 목곽 주변에 돌로 두른 형태를 띠고 있다. 2차 부지에서는 4~5세기 유물들이 나왔다.

이 부지는 원래 ‘도로’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사업시행자는 문화재청에서 내린 현장보존 조치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청주TP사업시행자인 청주TP자산관리 관계자는 “현장보존이라고 해서 개발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일단 매장문화재가 나온 지역을 다시 흙으로 덮어 보존하고 그 위로 도로를 내는 안을 제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여는 <호서의 마한, 미지의 역사를 깨우다>특별전에선 청주TP 산단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초기 백제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송절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전시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사업자, 다시 도로 낸다고?

 

현장보존의 방법도 여러 가지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장문화재를 다시 덮고 그 위에 개발행위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 외에도 현장을 유리로 덮어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나, 아니면 현장 그대로를 흙으로 덮어 놓은 뒤 구획만 표시하고 아무런 개발행위를 하지 않는 안도 있다.

사업시행자의 안에 대해 청주시는 따로 ‘의견’을 문화재청에 제출해야 한다. 청주시가 20%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시행자로서 이번에는 어떠한 의견을 낼 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한 지역학계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말처럼 유구를 덮고 그 위로 도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만약에 이 사업이 관에서 하는 개발사업이라면 문화재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 민-관 개발이다 보니 시가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문화재위원회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보완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현장 보존의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3차 부지 확장 개발 공사에 따른 논란이다. 3차 부지는 1‧2차 개발면적을 합한 규모다.

이에 대해 한 발굴업계 관계자는 “3차 부지에서도 문화재는 100% 나온다고 본다. 사업시행자가 개발행위를 하기 전에 미리 보존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도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시행자로서 또한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가치를 알릴 의무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문화재청의 지시를 따랐다고만 말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라고 지적했다.

청주TP 사업시행자는 3차 부지에 대해서는 문화재 출토가 유력한 구릉과 산지 지역 28만3610㎡는 매입한 뒤 원형으로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부채납하기로 한 곳 외 지역에서 발굴이 이뤄졌을 때 매장 문화재가 나올 경우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청주TP자산관리 관계자는 “아직까지 3차 부지에서 시‧발굴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솔직히 유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계획을 잡기는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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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하기 전에 문화재 보존대책 세워라”

학계, 청주TP 유적에 대한 성명서 잇따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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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TP 산단개발이 진행되기 전 지표조사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문화재 유존지역으로 개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청주TP사업 시행자는 개발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송절동은 이미 ‘송절동 유적’으로 분류돼 있었다. 인근 청주신봉동 고분군(사적 319호)이 5~6세기 백제의 무덤이라면 2~4세기 역사의 현장은 바로 청주 송절동 인근인 것이다. 권오영 백제학회장은 “제대로 된 국가라면 청주TP유적은 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학회에서도 청주TP 유적에 대한 의견을 속속 내고 있다.

호서고고학회는 “청주TP 유적은 청주 고대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다. 유적의 중요성이 미처 파악되기 이전에 기획된 개발계획에 따라 향후 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의견을 냈다.

한국철문화연구회는 “‘고대의 테크노폴리스’라고 불릴 수 있는 장소다. 중요한 고대 제철유구가 이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평지에서는 제련로, 구릉지에서는 단야로 추정되는 것들이 나왔다. 대형의 폐기장이 발견됐지만 이에 대한 보존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한국고고학회는 “청주TP유적은 학술적으로 보아 중요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다. 학회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조만간 워크숍을 통해 유적의 가치와 성격, 보존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립할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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