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과 검찰수사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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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과 검찰수사에 쏠리는 눈
  • 충청리뷰
  • 승인 2019.05.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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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지난 호에 충청리뷰는 청주 M15 반도체공장의 건설을 둘러싼 업체간 고소고발 사건을 기획기사로 다뤘다.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 충북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속에 준공됐고 현재 지역의 최고 산업시설로 자리매김하며 가동되고 있다. 충북으로선 이러한 시설을 유치했다는 자체가 경외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계기로 건설과정의 그 이면을 들여다본 기자로선 심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틈만 나면 강조된 정상적인 국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공언이 과연 누구를 위한 약속이었는지 공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근래에 국가적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갑질’이 여기에서는 아예 ‘문화’로 형성되어 힘없는 자들을 핍박하고 갈취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주)아산에 의해 고발된 원청업체 인사들을 취재했더니 돌아 온 답변은 의외였다. “업계의 관행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그런데 그 관행이라는 내용들이 하나같이 탈법과 불법 투성이, 그 것도 정도가 고약한 것들이어서 할 말을 잊게 했다. 실제 공사에 참여했던 한 업체의 책임자는 “대한민국 건설판의 더러운 단면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현장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정리했다.

문제의 공사는 SK건설이 그룹으로부터 일괄 도급을 받아 이를 다시 세 단계로 하도급을 줘 시행됐고 (주)아산은 2차 하청을 받아 폐수처리장 공사를 담당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산이 공사를 수주하는 첫 단계부터 벌어졌다. 상식적이라면 원청 업체로부터 공사 제의를 받아야 정상인데 엉뚱하게 브로커가 개입한다.

이 공사와는 전혀 무관한 다른 대기업의 간부가 공사제의를 해 왔고 아산은 이 때부터 그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돈이 필요하다면 그 쪽이 지정하는 계좌로 부쳤고 차가 필요하다면 상납했다. 법인카드도 발급해 줘 1년간 물쓰듯 사용토록 했다. 사용 내역을 보니 가히 전방위적이다. 병원도 가고 호텔도 가고 대형 마트에서 왕창 긋기도 했다. 룸사롱과 음식점 출입도 부지기수다. 법인카드의 사용목적인 업무와는 동떨어진 내역들만 봐도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뇌물 수수다. 이렇게 하여 그에게 전해진 총 뇌물액수는 3억8000만원을 넘어선다.

정작 아산이 당한 건 따로 있다. 원청 업체의 공사비 후려치기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계약된 공사대금을 깎아서 지불했고 어느 땐 아산의 대표를 배제한 채 현장 소장을 윽박질러 서류에 서명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원청들은 아산이 관리해야 하는 재하청업체까지 두둔하며 시도때도 없이 아산을 최촉했다. 결국 아산은 원청한테 당하고 하청한테 끌려 다니다가 지금은 공장까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왜 그렇게 당했냐고 아산에 묻자 “원청과의 갑을관계에서 첫째는 공사가 중단될까봐 겁이났고 둘째는 기성금을 못받지나 않을까 걱정돼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피고발인들은 “오히려 아산이 임금체불 등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다”고 강변한다. 이에 대해 아산측은 “그렇다면 제발 우리를 역으로 고발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끝내 궁금한 것은 하이닉스 공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이 개입해 거액의 금품을 챙기고, 왜 원청 업체는 피해자인 아산으로부터 재하청받은 특정 업체를 상전 모시듯 끼고돌며 철저하게 보살폈냐는 점이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고 그들만이 아는,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뭔가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원초적으로 뇌물 구조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한 것이다. 관련자들 사이에서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원청의 책임자들이 하청업체 대표나 현장소장을 상대로 벌인 공사장 밖의 갑질도 최근 국가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과 비교돼 듣는 이의 혀를 차게 한다. 하청 업체 현장소장들은 단톡방을 만들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원청의 호출에 대비했다. 당번제 식으로 돌아가며 회식과 술자리를 책임졌다.

일이 바빠 술자리에 늦게라도 도착하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고도 한다. 그 때마다 ‘목구멍이 포도청’임을 수없이 곱씹으며 인내했다. 원청 책임자들이 특히 좋아한 곳이 청주시 하복대의 P룸사롱이었다. 아산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펑 펑 쓴 문제의 인사도 여기를 출입한 것이 확인된다. 이러한 갑질을 묻자 한 원청업체 관계자는 “그건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비즈니스를 경험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다시는 청주에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청주지검 특수부에 배정돼 피고발인 조사가 진행중이다. 아산으로부터 고발된 업체와 인사들은 대개 타지에 주소를 두고 청주공사에 참여했다. 때문에 아산은 이들이 수사와 향후 재판과정에서 타지 이관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에 걱정이 크다. 유사 사건의 쟁송이 으레 그렇듯 사건을 질질 끌다가 유야무야 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

이 곳 공사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가 작심하고 말하겠다며 이렇게 전했다.
“이런 문제를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결국 약자들만 당한다. 문제를 밖으로 들춰낸 당사자가 우선 타깃이 된다. 비위가 비일비재하고 그 것이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만연하다는 건 그만큼 업계의 끼리끼리문화 즉 배타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밉보이면 찬밥이 된다.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갑질 갑질 하지만 이 쪽은 여전히 남의 일이다. 이번 사건은 공사판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 중에 하나가 밖으로 불거진 것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사건이 묻혀져선 안 된다. 꼭 사회정의가 아니더라도 업계의 자정을 위해서는 엄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할 것이다. 나 역시 SK건설과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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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참 2019-05-10 15:37:36
건설회사가 못된 짓을 한거랑 문재인 정권이린ㅇ 무슨 관계인건지? 기자 제정신이냐?

단비 김 2019-05-10 08:19:16
건설업체의 관행이 뭔지 몰라도
아산같은 작은기업들을 밟고 일어서는
큰 기업들의 행포는 뿌리를 뽑아야합니다.
아산의 관계자님 힘내세요.
국민청원을 해서라도 이나라의 잘못된
기업풍습은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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