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라는 허상을 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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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이라는 허상을 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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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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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교수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올해도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여지없이 하고 있다. “그래도 기본, 평균은 가야지. 그래야 네가 공부하고 싶어질 때 언제라도 따라갈 수 있어.”

뒷말은 더 보태어져 이왕이면 평균보다 더 잘하라고까지 말한다. 교사들 대부분은 학생들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기준이라는 잣대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왜 이토록 평균주의에 사로잡혀 살아갈까? 이는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설명해준다. 토드 로즈는 중학교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를 받고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이후에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해 지역대학에 들어가 공부했다.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받아 여러 곳에서 컨설팅과 강연을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학자다.

저자는 평균의 허구에 대해 ‘노르마’라는 조각상으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노르마는 1만 5,000여명의 젊은 성인 미국 여성의 평균적인 신체치수 자료를 바탕으로 빚어낸 조각상으로 부인과 의사 로버트 디킨슨 박사가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와 함께 합작해 만들었다. 많은 학자와 매스컴이 노르마를 세상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이라고 칭하였고 1945년 미국 한 지역신문은 가장 이상적인 ‘노르마’ 닮은 꼴 찾기 대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들 중에 9개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우승자를 포함해서 단 한명도 없었다.

저자는 우리가 평균이라는 허상을 쫓아가게 만들었던 3명의 학자 이야기를 다음으로 펼친다. 19세기에 활동했던 케틀레는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평균키, 평균 체중, 평균 얼굴 등 인간 특징에 대해 모조리 평균값을 내었고 평균적 인간은 참 인간에 해당하며, 평균이 아니면 오류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골턴은 오류를 계층의 개념으로 정의하여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느냐에 따라 저능층, 평범층, 우월층으로 나누었다.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21세기 북스 펴냄

당시 두 학자의 논리는 대다수 정부가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데 사용되었다. 테일러는 골턴의 계층개념을 이어받아 『과학적 관리의 원칙』이라는 책을 통해 20세기 미국의 산업 조직을 경영자, 관리자, 근로자로 나누어 체계를 만들었고 학교에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일률적인 평가를 하도록 했다. 그는 인간의 창의력은 필요치 않으며 오로지 명령에 순종하고 시키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시스템이 사람보다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체조차 없는 그 것, 평균
저자는 인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인간의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 인간의 모든 특성은 들쭉날쭉하고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해 놓으면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맥락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한 규범대로 사람을 해석하면 경로를 벗어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평균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평균이란 실체가 없음에도 평균 이상인 사람을 우리는 실력자라고 여기고 선택한다. 저자는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학위가 아닌 자격증을 수여해서 성적 대신 실력으로 평가받는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과 이수시간이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학위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논리적 대안을 자격증에서 찾는다. 현재 미국의 무크(mooc)는 10년 동안 수백 곳의 대학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온라인 강좌로 제공하며 해당 강좌를 이수한 학생들에게 자격증을 준다. 표준화된 학위 이수에 필요한 출석시간을 얻기 위해 과도한 수업료와 4년이라는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조건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비용으로 필요한 만큼의 자격증을 취하는 구조는 실력 중심의 평가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교사가 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평균주의 시스템에 잘 적응한 대가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단순 지식 암기학습이 아닌 창의적인 융합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 변환은 개인의 특수성을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교육으로 나아갈 때 가능하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나만의 길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 교육이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는 곧 사회, 국가, 인류가 요구하는 인재가 무엇이며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터득하게 할 것이다.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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