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토종 로컬푸드 ‘하늘농부’
상태바
청주 토종 로컬푸드 ‘하늘농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5.14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부터 농부들도 참여하는 숲속책빵
청주 농부들의 오랜 지기 ‘하늘농부’ 참여

2019 숲속책빵은 ‘숲속에서 빵 먹고 책 보고’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2018년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2019년에는 지역 생산자와 지역 생산물 소비자인 빵집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고자 고민했다. 그래서 청주를 기반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하늘농부와 손을 잡고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번호에서는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지역에 뿌리내려 성장한 청주 로컬푸드 ‘하늘농부’를 소개한다.

 

조철호 ‘하늘농부’ 대표 /육성준 기자

5명에서 50명으로

 

‘하늘농부’는 하늘, 땅, 이웃이 맑고 건강하게 더불어 살고자 하는 농부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현재 50여개의 농가들이 함께 참여하며 생협, 학교급식업체 등에 납품한다. 애호박, 오이, 시금치 등 채소류부터 곡류까지 웬만한 농산물은 다 취급한다.

조철호 대표는 “200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기존 생협들이 신선채소류를 잘 판매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틈을 노렸다. 뜻을 모은 5명의 농민들이 출자해서 호기롭게 용암동과 봉명동에 매장을 개점했다”고 말했다.

출자금액은 각자 2000만원, 물가가 오른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인데 농민들은 선뜻 주머니를 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봉명점의 문을 닫아야 했다. 용암점도 8년여 운영하고 금천동으로 이전해 2년여를 계속했지만 손익분기를 맞추기에 바빴다.

조 대표는 “농산물 생산하랴 매장 운영하랴 쉽지 않았다. 소비자와 만나는 매장이 필요하다는 신념 때문에 유지하려 애썼지만 나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김병의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에게 맡겼더니 매출이 바로 크게 뛰었다”며 “영업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매장을 가톨릭농민회에 넘기고 ‘하늘농부’는 생산에 전념했다. 현재는 풀무원에서 운영하는 ‘올가홀푸드’, 청주지역 친환경학교급식업체들에 납품한다. 소비자와 만나는 꾸러미 사업도 진행한다. 주 수입원은 전국 120여개 ‘올가홀푸드’ 매장에 대한 납품이다. ‘하늘농부’ 직원들은 매일 농산물을 집하, 포장해서 보내는 일로 분주하다.

우선 청주에서 나는 농산물을 취급하면서 청주, 충북 지역에서 많이 나지 않는 제품군이라면 타지역 제품도 들여온다. 구두계약이 주지만 대부분 농민의 입장에서 맞추려고 노력한다. 복수생협도 허용하는데 상당수 ‘한살림’에 납품하는 농민들이다.

 

15년차 로컬푸드

 

요즘 생협들, 특히 ‘한살림’은 까다로운 제품기준으로 웬만해서는 복수생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품질 관리 기준이 서로 다르고 오히려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살림’은 ‘하늘농부’와 관계를 유지한다. 그 배경에는 서로 품질기준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이는 조 대표의 역할이 컸다.

조철호 대표 첫 직장은 ‘한살림’이었다. 중간에 이직했지만 지금도 ‘한살림’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한살림’은 농촌문제를 현장에서 배운 곳이기도 했다. 조 대표는 “당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농민운동 쪽은 잘 몰랐다. 1985년 서울 강서구 성당청년들과 함께 1년에 한번 괴산군 청천면으로 농활을 갔는데 이때부터 조금씩 농민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한살림’에 취직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청천 농활을 인연으로 꾸준히 청주농민회 사람들과도 연락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괴산 솔뫼농장을 운영하던 지인의 러브콜로 연고하나 없던 청주로 이사 왔다. 가톨릭농민회에서 일하며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농민들을 알아갔다. 그러던 2004년 오창의 가톨릭농민회분회 사람들과 함께 ‘하늘농부’를 열었다.

15년차 토종 로컬푸드회사는 이제 연매출 약 30억 원을 기록하는 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는 마을기업으로 인가받아 오창면 가곡리 탑리를 중심으로 마을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제품 신뢰도도 꽤 높다. ‘하늘농부’는 납품기준이 까다로운 ‘음성 산모 꾸러미’사업에도 참여한다.

오창읍의 작업장에서는 매일 들어온 채소를 꾸러미에 담아 배송한다 /육성준 기자

 

젊은층 마음 공략

 

“100원 팔면 75원은 농민에게 간다. 25원으로 물류, 포장,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늘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매출비중은 아직 낮지만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중소기업청년일자리 사업에 지원했다.

젊은 직원이 활력을 불어 넣어 현재 우체국쇼핑, 네이버, 쿠팡 등을 통해 하늘농부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온라인 판매 사업의 틀을 다질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마을기업 제품개발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연구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토마토주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점차 가공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조 대표는 “계속해서 1차 농산물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다. 오프라인 소비가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 그 틈을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업체들이 파고 들었다.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늘농부’만의 강점을 찾아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늘농부’는 유기농 로컬푸드를 지향한다. 지역에서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농가들의 확실한 판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아직은 공개하기 조심스럽지만 양보다 풍미를 즐기려는 젊은 입맛에 맞춰 요즘에는 향신료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점점 기업화 되는 로컬푸드 업계에서 ‘하늘농부’는 청주의 토종 로컬푸드로 입지를 다졌다. 나아가 청주를 기반으로 특색 있는 농산품, 2차 농산가공품을 만들어 전국적인 로컬푸드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