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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찾는 부처
오 원 근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지난 일요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속리산 봉곡암을 찾았다. 절은 법주사 아래 마을에서 수정초등학교를 지나 여적암 쪽으로 가다가 왼쪽 산 중턱에 있다. 산 속에 푹 파묻혀 있어 아늑하다. 속리산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이 한 눈에 보인다. 나는 20대 중반, 그 절에서 약 8개월 머물며 시험공부를 했다.


절은 난방이 군불에서 기름보일러로 바뀌고, 슬레이트 지붕을 플라스틱 기와로 간 것 외에는 25년 전 그대로다. 그땐 할머니 노스님과 단둘이 지냈는데, 스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지금은 50대의 비구 스님이 와 계신다. 1년 중 가장 큰 명절임에도 절을 찾은 사람은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여전히 가난한 절이다.


  • 스님은 염불을 마치고 신도들을 향해 법문을 하셨다. 몸을 가지런히 하고 스님 말씀에 귀 기울였다. “남이 돈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갔다고 대단하다고 여기지 말라. 남이 아니라 내 안에서 대단함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내 안에서 부처를 찾아야 한다.”
    법문을 듣노라니, 기억은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노스님과 단둘이 사니, 절 살림의 반은 내가 해야 했다. 아침, 저녁으로 군불 때고 밥도 스스로 해 먹었다. 가끔 나무도 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밥 먹을 때도 책을 보았다. 깊은 산 속, 아주 한가할 것 같지만 살림하랴 공부하랴 무척 바빴다. 그런 가운데서 얻은 깨달음은 자연과 하나 됨이었다.


    방에서 공부하다 밖으로 나와 눈을 감고 앉아 쉬면서 자연의 소리에 집중했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바람도 솔잎과 갈잎 지나는 소리가 달랐다. 그렇게 한참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희열을 느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속에서 나 스스로의 가치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조금은 더 당당해졌다.


    스님의 법문은 이어진다.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든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으니, 뱀이나 호랑이가 와도 부처님을 해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자애롭다면 주변에서 바랄 것 없이 평화롭다. 얼마 전 산을 좋아하는 분에게서 들었는데, 10m 떨어진 곳에 멧돼지 여러 마리가 있었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모 방송사 기자와 가진 대담이 말이 많았다. 질문 내용이나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은 것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다. 정말 큰 문제는 그 기자의 표정이었다. 대담 시간 내내 양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하는 대통령이 무척 불안하고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 기자에게는 인터뷰 상대방과 하나 되려는 노력이나 깨달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방송기자의 태도 등을 문제 삼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는 그것이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대담을 진행한 방송기자가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대통령한테 독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합니까?” 대구집회에서 한 말이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그 의미를 알고 썼어도 문제고, 모르고 썼어도 문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한몫 하고 나섰다. “민변 변호사들이 잘 살아요.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다고 소송하라고 걸어가지고 소송비 받으면, 그걸로 이제... 우파 변호사들은 수임을 잘 못 하는데.” 그동안 사회 민주화에 헌신해온 분들에 대한 모욕이고, 월 1억원의 수임료를 받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나경원, 황교안 두 분 대표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남 흠집 내는 노이즈마케팅 그만 하시고 먼저 자신 안에서 부처를 찾아보시라고. 자극적인 언어는 스스로의 천박함만 드러낼 뿐이라고.

    오 원 근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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